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정부자금 8700억원, 민간자금 포함 총 1조 3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자금을 지원키로 하자 벌써부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버블현상과 함께 부실투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6일 추경예산에 편성된 8000억원을 포함해 총 8700억원을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모태펀드 출자에 투입한다고 밝히고 이를 통해 민간자본을 출자, 총 1조3000억원 규모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 1조 3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130여개 벤처캐피탈사가 한국벤처투자 문턱이 닳도록 로비에 집중하면서 펀드 자금 유치경쟁에 나서는 등 모태펀드는 또다시 국내 VC업계 최대 자금 유치 격전장으로 돌변한 실정이다.
문제는 VC업계를 중심으로 중기부가 풀어놓은 천문학적 규모의 모태펀드로 인해 투자금이 넘쳐나면서 이미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극심한 기업가치 거품현상이 빚어지는 등 2000년대 초반 벤처 열풍 못지않은 투자자금 수급 불균형 현상으로 기업가치가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이미 특정 VC나 액셀러레이터업체가 발굴, 1차 투자를 하면 다른 경쟁 VC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기존 투자자보다 2, 3배 기업가치를 쳐주면서 추가 투자제안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투자금이 넘쳐 벌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번 모태펀드 자금이 풀리면 이런 거품 현상은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에서 이번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금을 풀면서 VC들이 기존 조성한 펀드자금을 일정에 맞춰 소진해야 하는 문제도 심각한 부실투자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로부터 모태펀드를 유치한 VC의 경우 운영 펀드를 정해진 기간 내 투자를 소진해야 하는 점 때문에 주요 펀드의 부실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는 내부 비판마저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사실 요즘 VC들은 모태펀드 자금 유치해 그 운영수수료로 먹고사는 데가 태반이고, 이런 구조로 인해 국내 VC업계의 경쟁력과 전문성이 매우 심각할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라며 “더 큰 문제는 펀드자금을 일정 기간 내 소진하지 못하면 다음 해 펀드자금 유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실적 차원에서 업체를 찾아 투자할 수밖에 없어 부실투자는 불가피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상위 ‘톱 15’ VC업체를 제외한 벤처캐피탈의 경우 민간자본 LP를 유치할 정도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며, 이로 인해 중기부 모태펀드 운영에 매달려 매년 10억~30억원 안팎의 운영수수료로 연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업계 내부에서조차 이런 VC는 전문 벤처캐피탈 업체라기 보다는 펀드운영대행사에 가깝다는 자조 섞인 내부 비판마저 쏟아지고 있다. 중기부가 최근 중장년층과 청년이 공동 창업하면 1억원을 지원해준다는 상식 밖 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런 투자금이 남아도는 수급불균형 때문에 나온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VC 등 투자업계는 정부가 펀드기금을 투자관련 비전문가 그룹인 한국벤처투자에 맡겨 수백 개 VC에 나눠주듯 분산 배분하는 방식 대신 최고 수준의 VC를 엄선해 직접 대규모 자금을 LP형태로 투자하는 미국식 자금운영방식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기업가치 거품현상이나 투자금 수급불균형 및 부실투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부는 이번 출자 모태펀드에 대해 청년 창업기업, 재기기업, 지방 소재 기업 등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물론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 기업, 지식재산권을 보유해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청년창업과 재기 기업인에 대한 정부자금 투자에 대해서는 “무작정 많이 투자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효율적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 실제 중기부는 청년 창업 및 청년 일자 창출을 위해 3300억원(최대 출자비율 60%)을 ‘청년창업펀드’로 조성, 청년창업기업에 투자키로 했다.
중기부는 이와 함께 실패한 기업인이 재기할 수 있게 ‘삼세번 재기지원펀드’에도 2500억원(최대 출자비율 80%)을 출자키로 해 굳이 이런 정책까지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VC업계는 “결국 창업과 성공가능성이 높은 그룹은 서울대 및 포항공대, KAIST 등 이공계 대학 석∙박사과정에 있는 엘리트 청년과 대형 인터넷기업과 삼성전자 등 대기업군, 정부 출연연구소 재직 중인 박사 등 3개 그룹”이라며 “이들에게 투자금이 집중되고 이들이 적극 창업대열에 나서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무작정 직장 경험도 없는 청년, 실패한 기업가에게 재기자금 대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뿌리기식 펀드운영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실 VC업계에 무차별적으로 모태펀드를 나눠주기보다는 상위 이공계 대학 석박사과정 창업자에 집중 지원하는 방안과 정부 출연연 박사급 창업자에 우선 투자해주는 대학 및 출연연 선별 투자지원방안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기청이 출자사업으로 선정된 펀드 운용사들이 신속하게 펀드를 결성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펀드 운용사 선정 시 펀드 출자자가 확정돼 곧바로 펀드 결성이 가능하거나, 기존 펀드의 소진율이 높아 펀드 결성 여력이 높은 운용사를 우대하는 정책 역시 부실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 박용순 벤처투자과장은 “투자는 대부분 펀드별로 4~5년에 걸쳐 분산 투자되기 때문에 이번 1조3000억원 자금이 일시에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때 투자 실패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때처럼 엄청난 버블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이와 함께 VC업계의 경쟁력 하락과 관련해서는 “이번 모태펀드의 경우 민간자금이 같이 들어오기 때문에 운영수수료만 노리고 부실 투자하는 VC의 경우 손실이 커 실적이 나빠지면 다음 영업을 못 할 것”이라며 “기업가치 버블현상은 시장 자정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VC는 117개사이며 유한회사 LCC 16개사 등 총 133개사에 이르며 대부분 이번 모태펀드 자금 신청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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