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 정권은 재벌개혁과 맞물려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이른 바 ‘반재벌, 친 중소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공식화했다.
특히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이젠 미국 등과 같이 유망 스타트업과 글로벌 챔피언급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 질서를 허무는 동시에,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적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멈춰버린 성장동력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산업정책기조의 일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재벌 대기업 구조로 견고한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국내 산업구조를 어떻게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변화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그 것은 결코 정책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논리와 사람의 문제라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혁신적 인물과 규제 없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권이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어떻게 벤처생태계를 키우고, 기존 대기업중심의 갑질 횡행한 기득권질서를 타파할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치원미디어는 대한민국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생태계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고있는 최고의 전문가 그룹 인터뷰를 통해 그 해결의 단초를 제시하고자 한다.
결국, 마인드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절대 제도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논리와 사람의 문제라고 피치원미디어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피치원미디어는 ‘향기나는 사람’시리즈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키우고 살찌울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주옥 같은 10명의 인터뷰를 소개할 계획이며 1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2 편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3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4편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5편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6편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에 이어 7편 다산네트웍스그룹 남민우 회장을 소개한다.
다산네트웍스 그룹 남민우 회장. 창업 27년차인 그는 대한민국 벤처산업 1세대를 대표하는 스타급 벤처기업가다. 사실 국내 벤처산업계는 이해진, 김택진, 김범수, 김정주 등 벤처 1.5세대로 불리는 ‘빅4 천재 창업자’에 의해 인터넷 황금기가 펼쳐지면서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발돋움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인터넷 전성기를 만들어낸 기반은 바로 기술과 제조기반의 1세대 벤처기업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 회장은 통신장비사업에 뛰어들어 창업 27년만에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총 매출 5000억원대 규모의 중견 그룹을 일궈낸 성공기업가다.
남 회장이 이 바닥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앙트레프레너십’, 즉 기업가정신 측면에서 독보적 경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누구보다도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자랑한다. 많은 전문가그룹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CEO와 창업대열에 나선 젊은 기업가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표주자로 그를 꼽는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남 회장은 스케일 크고 호방한 스타일의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경영에 관한 한 매우 디테일하고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보수적 경영 스타일을 고집한다. 남민우의 남다른 평판은 사업이 꼬꾸라져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정상화시키는 완력과 탁월한 문제 해결능력 때문이다.
외부에선 ‘통 큰 스케일의 경영자’란 호평이 쏟아지지만, 실제 그는 냉혹한 경영자이자 철저한 승부사다. 사업에 관한 한 냉정하기 그지없는 무서운 균형감은 창업 27년 차인 지금도 확장일로인 다산그룹 경쟁력의 숨은 비결이다.
남민우 회장이 벤처산업계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는 것 역시 그의 독보적인 기업가정신 때문. 지칠 줄 모르며, 실패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실제 그는 신규 시장 진출, 신규 투자 시 철저히 리스크를 계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내에서 배팅하는 경영패턴을 잃지 않는다.
풍부한 현장경험이 만들어낸 경험치다. 남 회장은 스스로 비즈니스에 있어 옳고 그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늘 실천만 하면 된다는 주의다. 즉 옮은 것만 실천하고 그른 것은 냉정하게 걷어내는 철저함이다.
그가 27년 벤처사업을 총정리하며 피치원미디어에 던진 핵심 메시지는 “절대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독재경영이 되지 않도록 이사회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반드시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다. 얼마나 놀라운 인사이트인가. 벤처 1세대 창업자들이 기존 재벌 대기업 오너들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게 바로 이런 탁월한 철학 때문이다.기업은 이제 개인것이 아닌 사회의 자산이라는 선진국형 메시지를 그는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 거침없는 행보, 자신감 넘치는 확장경영
요즘 다산그룹 남 회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화제다. 30년 가까운 사업경력을 자랑하는 동년배 창업자들이 서서히 2인자와 이사회 중심으로 기업경영을 맡기고 한걸음 물러나거나 일선에서 은퇴하는 것과는 달리 남 회장은 여전히 30,40대 CEO들 못지않은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SW업체 인수 및 미 나스닥상장사 인수, 심지어 람보르기니폰 사업진출 등 거침없는 그의 행보에 벤처산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남 회장이 쏟아내는 메시지. 27년 동안 4차례 회사 존폐 고비를 넘긴 그가 내린 결론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느냐”하는 것.
그는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30년 가까이 사업해보니 ‘한 우물을 파라’, ‘선택과 집중’ 모두 헛소리더라고요. 사업과 시장 다각화만이 유일한 살길이예요”
사업다각화를 통해 다산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최근 몇 년 사이 B2B기업을 5개사로 늘리고 스마트폰사업 등 B2C사업에 뛰어든 것 역시 이 때문. 망해가는 회사를 인수해 흑자전환, 코스닥 재상장 등 남 회장의 최근 M&A는 연속 대박을 터트려 화제다.
쓰러져가던 핸디소프트를 인수해 불과 3년여만에 흑자로 전환, 코스닥 재상장에 성공하며 ‘SW명가의 재건’을 이룬 그의 완력은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이라는 그만의 뛰어난 경영수완을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DMC(자동차 부품 전자장치), DTS(플랜트), 솔루에타(전자부품) 등 인수한 기업 모두 적자를 벗어나 흑자행진 중이다. 유일하게 연간 200억원 이상 수익을 내던 솔루에타의 경우 인수 후 매출이 반토막 났지만, 구조조정을 거쳐 다시 회생 중이다.
그는 지난해 적자에 허덕이던 미 나스닥상장사 존테크놀로지를 인수, ‘다산존솔루션즈’로 새롭게 출범시킨 후 불과 1년여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다산존솔루션즈는 올해 2/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 올해만 매출 30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를 물적 분할, 사업부를 나스닥 상장사에 합병시키고 다산네트웍스는 지주회사로 전환시킨 결과다. “앞으로 B2B는 줄이고 B2C를 점차 확대해 향후 10년 후쯤에는 그룹 전체 사업비중을 5대 5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왜 B2C일까? “B2B사업은 정말 한 방에 갈 수 있습니다. 쌓이지 않아요. B2C는 쌓이는 게 있습니다”
“이젠 물건 잘 만드는 회사는 줄 서 있어요. 어마어마한 R&D비용과 제조비용 들이는 건 이제 비효율일 수 있어요. 앞으로 마케팅과 브랜드에 집중, B2C사업에 승부를 걸어 보려고요” 남 회장은 그래서 요즘 B2C분야 씨뿌리는 일에 푹 빠져있다. 람보르기니폰 출시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총투자비가 50억원 규모입니다. 5만 대만 판매하면 200억원대 매출은 거뜬하죠. 중국, 인도, 러시아시장이 주타깃이고 모든 생산을 외주를 주는 형태를 유지합니다”
총자산 6000억원, 전체 직원 1800여명, 그룹 전체 매출 5000억원대. 50대 중반을 넘긴 남민우 회장이 지금도 젊은 CEO 못지 않은 왕성한 사업확장에 몰입하는 것은 스스로 지킨 100년 넘게 영속할 수 있는 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 남민우의 경영철학, ‘적자 내면 구조조정, 흑자 전환하면 된다는 완력’
남 회장의 사업히스토리와 경영수완이 왜 스타트업계에 많은 영감을 줄까? 역시 통신장비 분야에서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은 기업가이기 때문이다. 예전 20여개가 넘던 통신장비업체가 거의 다 사라졌지만, 다산네트웍스만이 명맥을 유지할 만큼 그의 비즈니스 생명력은 강인하기 그지없다.
남 회장은 이미 2004년 독일 지멘스로부터 당시 1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대주주 지분을 매각, 사실상 창업 11년만에 200억원대 가까운 규모로 엑시트에 성공한 케이스다. 남민우의 보스기질이 극적으로 드러난 대목은 바로 2008년 노키아로 넘어간 지멘스가 경영악화로 다산네트웍스를 남 회장에게 매각제안을 해온 협상 건에서다.
480억원 인수자금도 없거니와, 엑시트한 금액으로 평생 편하게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던 터라 그는 애당초 인수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게 바로 평생 같이 사업을 해온 다산멤버들이었다.
“그땐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같이 컸던 친구들이 문제였죠. 제가 회사 정상화 후 떳떳하게 나가는 상황이면 문제가 없는 데, 어려운 상황에서 나 혼자 살려고 도망가느냐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싫었어요. 결국 그걸로 발목이 잡힌 꼴인데, 운명이죠 머”
결국 남 회장은 두달 여의 고민 끝에 2008년 8월, 사재 120억원 외에 360억원규모의 펀딩을 끌어내며 당당히 노키아로부터 다산네트웍스를 480억원에 재인수하는 딜을 성공시킨다. 인수 후 1개월이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남 회장은 당시 매달 30억원씩 적자가 쌓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다.
6개월간 200억원 가까운 적자에 허덕이던 당시, 다산 전 직원의 3분의 1을 유급휴가를 실시할 만큼 존폐의 기로에 선다. 하지만 특유의 완력으로 1년여를 버틴 남 회장은 2010년 일본 소프트뱅크를 뚫는 등 통신장비 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순식간에 매출 1000억원대에 연간 250억원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는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다.
97년의 IMF, 2001년 벤처 거품 붕괴, 2004년 회사를 매각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등 4차례 회사 존폐위기를 겪은 남 회장은 이때부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본질적 질문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그리고 창업 20년 차를 넘기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한 우물 파기를 포기하고 사업과 시장의 다각화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인연이 있는 회사, 잘 아는 회사 중 부실화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시키는 일에 매진한다. 스케일큰 행보라는 외부 평판에도 불구하고 남민우는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보수적 경영 스타일을 고집한다.
남 회장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옮음’과 손실을 유발할 ‘그름’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흐트러짐이 없다. 이를테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식에 발목잡히거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연하는 주위 요청 등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 식이다.
냉정하게 실천하고 어떤 미련에도 발목잡혀 흔들리지 않는다. 실제 다산 내부에서 그는 냉혈한 같은 무서움과 독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다. 27년 역사의 다산이 지금도 확장일로, 나스닥 상장사를 인수할 만큼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것 역시 남 회장의 빈틈없는 의사결정 덕분이다.
■ 타고난 승부사 남민우, 그 노하우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
남민우는 타고난 승부사다. 판돈이 커질 때마다 자신감을 갖는 스타일이다. 다산이 지난해 미 나스닥 상장사 존테크놀로지 인수 당시 국내 언론에는 단신 처리될 만큼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 인수 건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매우 상징적인 일이었다.
이 회사 창업자 몰은 이에 앞서 ‘ADSL시장’의 선구자인 어센트란 회사를 설립, ADSL원천기술을 개발해 회사를 루슨트테크놀로지에 5조원 이상에 매각한 인물. 국내 역시 루슨트 브랜드로 수입했던 ADSL장비들이 모두 어센트가 개발한 제품이었다. 몰 창업자는 구리선이 곧 광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광장비회사를 설립, FTTH장비분야에 수천억원을 투입해 11개사를 인수하며 10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까먹던 상황이었다.
“어느 날 그 회사 CFO가 찾아왔어요. 미국 시장은 분명히 있거든요” 빠른 의사결정으로 지분 58%를 인수한다. 존테크놀로지 창업멤버들은 10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가 다산네트웍스에 인수된 지 1년여만인 올해 2/4분기에 흑자로 전환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남아있는 지분가치는 이제 다산네트웍스에 달려있다.
존테크놀로지 인수합병은 남민우의 남다른 배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가 이렇듯 과감하게 광폭행보를 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전 리스크를 철저히 계산합니다.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는 이미 리스크가 아닌 거죠. 리스크 계산이 끝나면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그는 M&A 이후 적자나 부실화되면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경영노하우다. 구조조정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남민우의 구조조정 3대 노하우는 이런 거다.
▶오퍼레이션의 혁신
▶전략적 방향 재설정
▶안되면 빨리 털어버린다
스케일이 크다는 외부 평판에도 불구하고 남 회장은 절대 1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에는 나서지 않는다. 람보르기니폰 사업 역시 50억원 신규투자를 몽땅 날려도 스스로 견딜 수 있는 리스크라는 계산이 끝났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에 나서는 식이다.
주말마다 즐기는 남 회장의 패러글라이딩 취미에 대해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한다. “주위에서 걱정 많이 하죠. 제 입장에선 패러글라이딩 역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예요. 사고는 시합 등 과도한 경쟁을 벌일 때 납니다. 날씨에 민감합니다. 돌풍은 위험해요. 시합 안 나가고 퍼펙트한 날씨에만 탑니다. 자동차 사고 역시 음주∙졸음운전 안 하면 사고 안 나요. 외부 변수야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앞뒤 안 보고 밀어부친다는 평가를 받는 남민우 회장의 미친 실행력의 근원은 바로 철저한 리스크관리에 있는 것이다.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어떤 미련에도 휘둘리지 않고 ‘접어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저것 걸리면 결정 못 해요”
남 회장이 평소 ‘넘버원’이란 단어의 의미를 유난히 강조하는 것도 이런 최종 의사결정권자, ‘넘버 1’의 생각과 경영의 깊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이미 다산그룹은 제조업을 총괄하는 유춘열 부회장(솔루에타및 디엠씨 대표)과 그룹총괄 CFO인 손경철 디티에스 대표가 각각 ‘넘버 2’, ‘넘버 3’역할을 맡는 등 전문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남 회장은 계열사 경영의 경우 이미 10년 이상 같이 일해온 핵심 멤버들에게 맡긴 채 이들의 실수를 보완해주는 역할에만 국한하고 있다. 그리고 B2C사업과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B2C씨앗 뿌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그룹 전체의 방향만 주고 그룹 총괄 경영을 한 지 벌써 2년째. “사실 2% 부족한 것만 챙겨주고 저는 새로운 것 키우는 일만 합니다. 안 바쁘고 젊은 스타트업에 관심을 둬서 그런지 요즘 너무 재미있어요” 사업과 시장다각화, 지속적인 M&A를 통해 포도송이 같은 알찬 회사를 만들 계획이란다.
■ 남민우의 꿈, 그리고 격정의 비판 메시지
남 회장은 지금도 한 달에 1,2회씩 새벽 조기축구회에서 축구하고, 한번 정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만큼 건강미를 과시한다. 8월 말엔 알프스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스케줄을 휴가로 잡을 만큼 열성적이다.
판교 다산사옥 남 회장 사무실에는 스타트업 CEO들이 거의 매일 찾아오다시피 한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중견 벤처기업가도 부지기수다. 멘토링과 함께 필요 시 투자도 해주지만 대부분 컨설팅 수준.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 그가 알토스벤처스가 국내 진출 초기 200만달러를 투자해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남 회장은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한다. “정치 수준이 곧 국민수준이잖아요. 여전히 남 탓할 상황은 아니라고 봐요. 불신이 팽배한 것은 그만큼 사기꾼도 많다는 거고. 선진국이 달리 선진국이 아니잖아요. 약속 지키고 신의를 지켜야지요. 남 속이지 말고 말입니다”
남민우는 회사를 자식에게 절대 상속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란다. “저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일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경영에서 물러나 의미있는 사회적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그는 회사를 독재하지 않고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산그룹내 ‘이사회 거버넌스’를 확보하는 게 두 번째 목표라고 제시한다.
다산그룹의 미래
- 자식에게 절대 상속하지 않겠다
- 회사를 독재하지 않고 이사회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얼마나 놀라운 벤처 1세대 창업자의 선언인가? 벤처산업계가 기존 재벌 대기업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이렇듯 1세대 창업자가 사회적 의무는 물론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리고 회사를 사유물이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생각하는 건강한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남 회장은 스스로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자신은 벤처창업과 사업을 통해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미 휴맥스 변대규 회장과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전 의장도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귀뜀이다.
은퇴 후 남민우 제2의 인생이 궁금하다. 그는 10년 후쯤 창업대학을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미국 뱁슨칼리지 같은 창업대학을 만들 겁니다. 그간 쌓은 사업경험을 토대로 정말 체계적으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어요”
그는 그러려면 1조원 이상은 벌어야 하지 않을까 라며 파안대소한다. 남민우는 금융사업도 준비 중이다. 그는 해외 매출 채권이 유동화가 안 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모뉴얼 사태 이후 수출입은행 등에서 해외채권 유동화를 해주지 않습니다. 이러면 중소, 중견기업이 수출로 클 수가 없어요. 해외채권 유동화에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면 믿겠습니까? 놀랍게도 현실이 그래요”
남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했던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이젠 대기업 뒷돈 대며 대기업에 발목이 잡혀 원래의 좋은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남 회장은 향후 1000억원 정도 재원을 마련해 수출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계 중소∙중견기업을 도와주고 지원을 해야 합니다. 성장기업을 위한 수출입은행, 성장기업을 위한 산업은행, 성장기업을 위한 기업은행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지금 금융산업은 모두 대기업 뒷돈대다 대기업에 발목 잡혀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그는 해외채권 유동화를 지원하는 금융사업을 통해 기존 금융권 한계를 극복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지금은 비 오면 우산을 걷어가잖아요. 기존 금융권은 대기업에 발목이 잡혀 불가능해요. 제 2의 도약을 위해 또 다른 70년대, 80년대 박정희식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이 필요하다고 봐요. 혁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남 회장은 금융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인해 성장기업이 새로운 신규사업을 벌일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공공부문의 적폐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문제와 알바 시급 문제도 공공기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시급 1만원, 비정규직 문제는 사실 공공기업에서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된 사안이잖아요.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하면 해결됩니다. 공공기관의 행태는 너무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1세대 벤처기업인, 벤처기업협회 회장,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남민우.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열정을 드러내고 있는 남민우는 30년 대한민국 벤처산업 역사를 상징하는 진정한 기업가정신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행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가 남민우 회장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의 풍부한 경험은 이제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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