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코스닥 상장법인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상장폐지시키는 현행법이 거꾸로 기업사냥꾼 사이에 우량기업을 손쉽게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헤지펀드 및 명동 사채를 기반으로 한 M&A 전문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적대적 기업사냥꾼으로 활동 중이며, 이들을 통해 최근 4, 5년 사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코스닥 상장기업만을 집중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주가조작 등을 통해 수백억원씩을 챙기는 ‘적대적 기업인수합병→주가조작→재매각 & 관리종목지정’에 걸려 상장폐지된 우량기업이 수십 개 사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된 해당 코스닥기업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우량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어 적대적 M&A와 주가조작을 노린 기업사냥꾼에 의해 1, 2년사이 핵심경쟁력을 잃어버린 채 무더기로 상폐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상장기업협회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실제 5년 연속적자 상폐 제도는 특히 2,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경우 해당 기업입장에서는 신규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폐단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3,4년 연속적자 기록 시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기업사냥꾼에게 경영권을 빼앗긴 상장기업의 경우 대부분 거짓 정보를 동원한 주가부양과 주식처분으로 차액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제대로 된 기업경영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채 구조조정회사에 재매각하거나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밝혀졌다.
산업용 밸브 생산업체 S사는 건실한 사업구조와 제품경쟁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지분매입에 나선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M&A 표적이 된 이후 2년여에 걸친 경영권 쟁탈전과 소송 끝에 결국 주가를 통한 차액을 노리는 기업사냥꾼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사업구조와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했고, 기업사냥꾼은 이를 빌미로 주가 부양을 통한 차액실현이나 추가 매각 등을 집중 추진하는 등 전형적인 부실기업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보이고 있다.
모 전자부품 회사 역시 2015년 말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된 이래 지분대결을 통해 1년여의 경영권방어 분쟁끝에 결국 경영권을 빼앗겼다. 이후 20년여간 회사를 지켜온 창업자들은 쫓겨났고 회사는 M&A전문가에 의해 구조조정전문회사에 재매각된 후 지난해 관리종목지정을 거쳐 결국 회생하지 못한 채 상폐되는 비운을 맞았다.
코스닥의 상장폐지 제도가 거꾸로 주가조작을 노린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M&A 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됨에 따라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을 앞세운 M&A전문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투자업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모 상장사 CEO는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2,3년 연속 적자만 기록하면 그다음부터는 신규투자를 아예 할 수 없다는 치명적 폐단에 있다”면서 “결국 재무제표상의 적자를 면하기 위해 긴 호흡보다는 편법과 단기처방에 급급하게 되면서 유망하던 기업이 서서히 성장엔진을 잃은 채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핵심기술과 특허 등을 기반으로 유망한 기업들도 대거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되면서 상폐되는 비운을 겪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나스닥처럼 유망한 기업이 자본잠식상태가 아닌 경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장폐지 시키지 않는 것처럼 국내도 자본잠식이 아닌 경우 4년 연속적자 시 거래중지, 5년 연속 시 코스닥에서 퇴출시키는 악법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미국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유망기업의 경우 적자 상태에서도 기업공개에 나서고, 이후 7,8년간 영업손실이 나도 적자를 이유로 상장 폐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상장기업 CEO는 “기업은 신규 투자와 새로운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투자해야 성장할 수 있다”면서 “상폐 제도는 이런 리스크를 진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전형적인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기업을 옥죄는 대표적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는 코스닥과 코스피 간 경쟁을 유도하는 등 자본시장의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즉 코스피와 코스닥이 서로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자본잠식이 아닌 경우 연속적자라는 이유만으로 관리종목지정, 상장폐지를 시키는 제도를 시급히 폐기해야 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1부, 2부 리그 개념이 아닌 수평적으로 경쟁하도록 유도,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기재부 등 금융당국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연속적자 기업에 대한 퇴출제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교훈
2017년 9월 20일 #2 Author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