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을 투자해주고도 해당 스타트업 창업자인 대표이사의 빚 청산이나 주택구매를 할 수 있도록 대표의 주식 중 일부를 매각, 현금화하도록 설득하고 실제 매수자까지 연결해주는 벤처캐피털(VC)이 등장, 국내 스타트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준 주주사인 VC가 투자기업 창업자 CEO가 겪고 있는 경제적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기 위해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는 ‘대주주 구주(舊株)매각’을 VC가 먼저 제안한다는 의미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 실리콘밸리계 VC인 알토스벤처스(대표 김한준).
국내 스타트업 CEO의 경우 기업공개 전까지 자신의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할 경우 VC 등 투자사들로부터 “투자사 투자수익에 앞서 창업자 대주주가 먼저 개인적 이익을 취한다”거나 “대표이사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과 함께 매우 심각한 모럴해저드 논란에 휩싸여 사실상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VC가 투자를 하면서 신주인수와 함께 창업자 구주를 동시 인수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투자자를 통한 대규모 지분투자이후 창업자가 별도로 지분일부를 매각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알토스벤처스가 국내 투자업계 분위기와는 다르게 거꾸로 스타트업 창업자 대표에게 주식 일부 매각을 통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실제 주식매각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토스벤처스가 시도한 이 같은 방식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업계에서는 일반화하고 있는 것으로, 많은 실리콘밸리 VC들은 이러한 주식일부 매각을 통해 초우량 스타트업 핵심 창업멤버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소해주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제도적으로 투자자들이 주식매각을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 자유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알토스벤처스는 투자사인 A, B사 등 이미 기업가치 1000억~5000억원대에 육박한 창업자 대표이사에게 이러한 구주매각을 공식적으로 제안, 매각 의향이 있는 대표의 주식을 인수할 투자사까지 발굴해 연결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이러한 대주주 창업자 주식 일부를 매각, 현금화하는 문제를 알토스벤처스에 투자한 LP에게도 공식적으로 그 취지를 설명한 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국내 투자업계는 물론 스타트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한 성장궤도에 오른 기업가치 수백억 원대를 넘어선 스타트업 창업자가 기업공개 및 인수합병 전에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관행이 기업성장 과정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절차라는 인식이 국내 투자업계에도 받아들여질지도 주목된다.
알토스벤처스는 자사 포트폴리오 기업 중 대표이사를 포함, 창업핵심 멤버의 주식매각을 추진하는 규모는 대략 업체별로 5억~50억원 내외로 빚 청산이나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무 스타트업이나 해주진 않는다. 알토스벤처스의 수혜를 받는 경우는 회사가 일정 규모의 매출을 만들어 내고 기업의 성장가치가 충분히 확보된 경우이며, 대주주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핵심 창업멤버도 일부 포함된다.
알토스벤처스가 이처럼 국내 VC업계로는 보기 드물게 투자기업 대주주 대표의 주식 일부를 매각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은 창업자들이 사소한 경제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 해당 기업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알토스벤처스는 이를 통해 창업자가 회사를 수백억원대에 매각하려는 조급한 엑시트 마인드를 발생시키는 걸림돌을 해결해줌으로써, 유망 투자기업을 기업가치 수천억원대가 넘는 글로벌 챔피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중장기적 투자전략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는 “스타트업이 창업 후 예를 들면 기업가치 300억원규모로 키워 매각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문제는 일정 규모 성공을 일궈낸 창업자들이 역량도 있고 기업규모를 더 키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빨리 엑시트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유를 파악했더니 이런 개인 경제적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알토스벤처스는 투자한 스타트업중 기업가치 300억~1000억원대 사이에 조기매각을 시도할 경우 거꾸로 추가 투자를 약속하며 더 성장시켜 보자는 제안을 하는 등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엑시트(투자회수)를 추진하는 국내 VC업계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한 기업 창업자의 애로사항과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주식을 일부 팔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다고 독려하는 것은 정말 역량 있는 창업자가 사사로운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자 주식 역시 아무한테나 파는 것은 아니고 알토스벤처스의 LP사나 투자사에 주로 제안한다”면서 “인수자 역시 매우 반응이 좋고, 이러한 것 역시 결국 알토스가 더 많은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토스벤처스는 해당 투자기업의 이미지를 우려, 실제 진행한 대표 주식매각을 지원해준 해당 기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알토스벤처스는 상당수 투자기업이 조기에 회사매각을 추진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 스타트업에 대해 거꾸로 알토스벤처스가 추가투자를 통해 더 성장시켜보자는 제안을 해 회사매각을 중단, 이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사례도 수 개사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알토스벤처스는 배달의 민족, 쿠팡, 미미박스, 비바리퍼블리카, 하이퍼커넥트 등 기업가치 2000억원대 이상 5000억~1조원대 유망기업 다수에 투자하고 있으며 대부분 글로벌 시장이나 내수기업이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두고 있다.
한편 알토스벤처스는 지난 2015년 12억원을 투자해줬던 리모택시가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중단, 폐업을 결정하고 청산절차에 접어들자 청산자금으로 다시 4억원을 추가 지원해준 사실이 밝혀져 스타트업계와 벤처산업계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12억원(지분 30%)을 투자했던 리모택시가 카카오택시에 밀려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폐업을 결정한 후, 리모택시 임직원 급여 4억원 가량이 밀려 청산에 문제가 생기자 2015년 하반기께 청산자금 4억원을 지원해준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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