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스타트업, 동남아서 기회 찾아야
오늘 자 디지털타임즈에 실린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파트너의 컬럼이다. 오늘 아침 유난히 장병규 파트너스의 컬럼이 눈길을 잡는다. 20년 동안 사업을 해오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이 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조급하지 말고 오랜 시간을 공 들이고 견뎌야 한다는 주옥같은 메시지다.
말이 아니고, 스스로 경험하고 체득하고 오랜 기간 창업대열에 몸담으면서 겪은 경험치라 더욱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해외시장으로 이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예사롭지 않은 방향성이다.
장병규란 인물은 어제 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보고수(보는 것만 고수)’란 개념과 정말 정확하게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만큼 그는 창업과 사업, 그리고 기업성장의 비결에 대해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진 인물이다. 이 바닥에 장병규만큼 놀라운 인사이트를 갖고있는 벤처CEO도 그리 흔치 않다.
내가 장병규란 인물에 대해 개인적으로 주목한 대목은 바로 첫눈이란 검색서비스와 네오위즈의 흥망성쇠다. 사실 나성균 네오위즈호(號)의 몰락은 어쩌면 장병규 같은 인물을 품지 못한 나성균 대주주의 한계가 그 본질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장병규 같은 인물을 네오위즈라는 울타리가 계속 품으며 간섭하지 않고, 그가 하고자 하는 대로 밀어주고 힘을 실어줬다면 네오위즈는 지금처럼 게임시장에서 몰락하며 페이드아웃모드로 바뀌지 않았을 게 확실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성균 대표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탐욕과 일방통행식 스타일을 고집하다 장병규란 걸출한 천재 스텝을 잃은 것은 네오위즈 그룹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 입장으로 치면 한성숙 검색총괄 같은 인물을 잃은 셈이다.
나성균에 실망한 장병규가 독립해 첫눈이란 검색서비스를 할 당시 놀라웠던 게 바로 첫눈 팀의 어마어마한 멤버들이었다. 당시 다음과 네이버, 엠파스, 네이트 등 절대 강자가 수두룩한 검색시장에 첫눈이란 서비스를 런칭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를 따르는 개발자를 포함한 놀라운 맨파워였다.
■ 이해진이 위대한 이유
이 대목에서 우리가 이해진 의장을 또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첫눈을 단박에 알아보고 인수∙합병한 이해진 의장은 그래서 위대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이해진은 2006년, 350억원인가 그 언저리 금액으로 첫눈을 인수한 이유 또한 첫눈 인력 때문이었다. 너무나 뛰어난 인력이 탐나고 겁났기(?)때문이다. (물론 겁 정도는 아닐 것이지만, 장병규와 그 팀이 검색서비스를 한다니 두고두고 신경 쓰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해진은 100여명 남짓한 첫눈 팀이 만들어낸 서비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특히 당시 첫눈 검색알고리즘인 ‘스노랭크’의 핵심개발자이던 신중호 현 라인 CGO(최고글로벌책임자) 등의 인력에 주목했다.
당연히 이해진은 인수∙합병하자마자 첫눈서비스를 없애고 인력만 품었다. 그 첫눈 팀이 바로 지금의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라인의 성공을 일군 라인 팀의 핵심군단들인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람에 대한 통찰력인가?
이해진 의장에게 ‘라인’은 네이버의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맺혀있는 숙원사업과도 같은 것이다. 즉 ‘네이버는 글로벌이 불가능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극복한 상징적인 비즈니스가 바로 라인인 것이다.
네이버는 중국은 물론 2000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엄청난 손실만 본채 수차례 실패를 맛봤다. 이해진은 2006년 검색엔진 ‘첫눈’을 인수하면서 그야말로 글로벌, 특히 일본시장에서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당시 구글 등에 인수되거나 합류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첫눈팀은 네이버에 합류했고, 신중호 CGO는 그때부터 ‘장병규 사람’에서 ‘이해진 사람’으로 변신한다.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네이버가 고작 100여명 남짓한 규모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첫눈’을 인수∙합병한 그 딜 자체가 이해진 의장이기에 가능했다.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시장을 위협받거나 점유율에 큰 영향을 줄 정도가 전혀 아니었지만, 이해진은 뛰어난 맨파워와 팀워크를 한눈에 알아보고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게 바로 이해진의 인사이트인 것이다.
■ 이해진의 높은 눈높이를 통과한 신중호 CGO
이해진 의장이 신 CGO와 함께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신중호 CGO는 당시 첫눈의 검색 방법이었던 ‘스노랭크’의 핵심 개발자 중 한 사람이었다. 일본 검색시장에 진출했지만, 야후 재팬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던 이해진은 2011년, 드디어 네이버재팬을 다시 설립, 현 신중호 CGO를 급파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신 CGO는 그로부터 꼬박 10년간 일본 현지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라인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라인의 대성공은 같은 해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뜻밖의 기회를 제공해준 일화로 유명하다.
신중호는 동일본 대지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라인성공의 기반을 잡는다. 대지진 이후 전화 등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눈으로 직접 겪은 신중호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점을 내세워 라인이란 서비스를 개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불편함을 느끼고 필요 때문에 만들어낸 게 바로 라인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라인은 1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5000만 명을 넘어선 데이어, 2014년에는 무려 4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현재 라인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는 2억1840명.
■ 한잔 술과 토론으로 같이 새벽을 맞던 이해진과 신중호
“TV로 신중호 라인 CGO가 타종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 밤새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지난 14일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상장 식을 진행하던 그 순간, 이해진 의장은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의장이 신 CGO에게 “울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신 CGO는 “영어 인터뷰 때문에 힘들다”고 답변했다. 신중호가 일본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상장을 이루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은 장병규 대표가 컬럼에서 언급한 그 10년과 딱 맞아 떨어지고, 이해진 의장의 사람을 보는 놀라운 인사이트가 겹쳐지면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우물 안 개구리 네이버의 설움을 이해진 의장은 신중호 CGO와 함께 10년만에 일본과 뉴욕에 동시 상장하는 라인의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해진 의장은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신중호 역시 장병규 호의 핵심이었으니 이해진 의장의 높은 시선을 통과할 수 있었고, 이젠 이해진의 핵심인물로 4000억원대 라인 스톡옵션을 받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해진과 신중호는 일본 현지에서는 숱하게 의견을 쏟아놓으며 술 한잔 하며 새벽을 맞을 정도로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는 각별한 사이다.
이해진 의장은 라인의 성공을 신중호 CGO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이 의장은 “신중호 CGO는 일본에서 정말 어려운 문제들을 겪으며 헌신적으로 일해 해결했다”면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그의 헌신과 절박함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신중호를 추켜세웠다.
절제의 인물, 이해진이 지난 14일을 전후로 흥분과 설렘을 직접 표현하는 것 역시 10년간의 설움과 고통, 신중호 CGO의 헌신적인 몰입과 집중에 감사한 느낌들이 뒤범벅됐기 때문이다.
이해진 의장은 14일 기자회견 당시 “꼭 성공하고 싶었고 그동안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꿈만 같다. 전날 잠을 못 잤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0년간 서로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버틴 두 사람.
그들이 받은 스톡옵션은 공모가(3300엔) 기준으로 이해진 의장은 2100억 원, 신중호 CGO는 3900억 원 수준이다. 이해진은 신중호 CGO의 스톡옵션이 더 많은 이유에 대해 “그는 수년간 일본에서 헌신하며 어려운 문제를 겪어냈다. 이는 정당한 평가”라고 강조했다.
이 얼마나 멋진 풍광인가? 이런 멋진 창업자와 대주주가 있는가? 이게 바로 우리네 탐욕스런 대기업의 대주주 배만 채우는 재벌 기업경영 시스템과 벤처산업계의 차이다.
이미 네이버 이해진의 핵심 멤버들이 라인의 성공처럼 스스로 창업하는 것보다 더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신규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렇듯 사람을 쓰는 이해진의 신뢰감 있는 태도와 문화 때문이다.
그는 어렵게 뽑고, 그런 후엔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성과를 낸 것에 대해서는 냉정하리만큼 객관성 있게 보상해주는 것이다.
장병규와 이해진이 위대한 것은 이런 천재적 인물들을 발굴, 키워내고 그들이 놀라운 성과들을 일궈낼 수 있도록 스스로 정직하고 일관된 태도로 지원하고 밀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