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안 거치고 카톡으로 외환송금? 실제론 1년 후도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가 14일 카카오톡 등 모바일 앱을 통한 외화 이체와 같은 업무를 앞으로는 핀테크 업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푼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정책타이밍을 놓치면서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계 회사들이 시장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앞으로 1년후에도 카톡은 물론 어떤 핀테크기업도 이런 외환송금업무를 하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15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외화송금 건당 수만 원씩 하는 외환이체 수수료를 대폭 낮춰 고객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핀테크형 외환송금 시장은 해외 핀테크 기업의 잔치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전문외국환업무취급기관’제도 도입을 주내용으로 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14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이제까지는 은행에서만 할 수 있었던 외화이체 업무를 비(非)금융사도 일정 요건만 갖춰 등록하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전문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이 되면 핀테크 업체 등 비금융사도 은행처럼 외화 지급·수령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카카오톡 같은 핀테크전문기업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외화송금 등 외화이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는 것이지만, 실제론 카카오톡은 물론 어떤 핀테크기업도 외화송금을 할 수 없는 ‘절름발이 정책’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외화송금 등 외화이체 업무의 경우 돈을 주고받는 상대국 나라의 외화송금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업무 파트너사와의 제휴가 돼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어서, 현재로썬 어떤 핀테크 회사도 외화송금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핀테크기업들이 이런 외화송금 및 이체업무를 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 법시행 1년이 남았지만, 사실상 외국계 핀테크기업이 이 시장을 완전히 싹쓸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타이밍 놓치고, 이젠 외국계 핀테크기업에만 좋은 일시킨 최악의 핀테크정책
정부 발표와는 달리 카카오톡은 물론 한국 내 송금 핀테크기업 토스 등 어떤 핀테크업체도 외화송금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유럽, 동남아 국가별 외환업무 관련 상황을 감안해볼 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가 마치 핀테크 업체들이 금방이라도 외화송금업무에 자유롭게 나서고 이용자들은 기존 수수료를 대폭 줄이는 큰 혜택이 돌아올 것처럼 14일 발표를 했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처참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카카오톡이든 어떤 핀테크업체든 외화송금 업무를 하고 싶어도 상대국에 이런 준(準)금융회사에 버금가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와 업무제휴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핀테크 외화송금의 경우 돈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화폐별로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는 점이 사업적으로 핵심이다. 외화송금이라는 것은 사실 직접 돈을 보낸다는 것보다는 각자의 나라에서 동일 금액을 현지 화폐로 바꿔 사용하는, 이른바 환치기 개념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중 은행들의 외환이체 역시 환치기 개념도 비슷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국내 핀테크업체가 미국으로 달러를 보낼 경우, 이를 받아서 원화로 환전해주는 파트너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런 것이 사전 제휴형태로 준비되지 않으면 허가가 나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를테면 외화 송금사업자가 상대국 파트너사와 금액 밸런스가 맞지 않아 은행에서 화폐를 바꿀 경우, 엄청난 환전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핀테크사업자들이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외화송금업무를 할 수 있는 국내 핀테크업체는 전무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영국 트랜스퍼와이즈와 제휴를 맺고 있는 페이게이트가 유일하게 이런 핀테크 외화송금을 할 수 있는 정도다.
두 번 째 문제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송금하는 미국, 캐나다, 중국 등으로 핀테크 외화송금 시 필요한 업무협력 파트너사들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은 핀테크기업이 미국이나 중국 캐나다 영국 등 해외 주요국과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와의 업무제휴 및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까지는 1년도 훨씬 더 걸린다는 점이다.
결국, 돈을 주고받아줄 상대편은 전무한데 정부가 덜커덩 먼저 허가정책만 발표한 꼴이다. 이미 준비를 끝낸 트랜스퍼와이즈, 알리페이, 페이팔 등 미국 영국 중국 핀테크 및 결제기업들이 시행령이 마련되기 무섭게 한국 시장을 장악할 게 유력하다.
정부의 이번 핀테크 외화송금 정책의 또다른 문제는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의 라이선스 정책 흐름에 너무나 뒤진 타이밍의 실패다. 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우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거쳐 준(準)금융회사에 준하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에 한해 외화송금업무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달러를 보내는 미국의 경우는 각 주마다 라이선스를 받아야할 정도다. 라이선스 받는데만 1년씩 소요될 정도로 까다롭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한번 패널티를 받으면 바로 사업을 중단해야 할 만큼 엄격하다.
영국, 아일랜드는 물론 인도 등 세계 주요 국 대부분 외화송금 라이선스를 매우 까다롭게 발급한다. 업무특성상 외화유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모두 불법이고, 은행만 외화이체 업무를 할 수 있다.
■ 자승자박, 대세를 거스른 은행의 자가당착이 부른 참사
기재부가 14일 발표한 정책은 지난 3월 핀테크 업체 등이 은행과 협약을 맺는다는 조건 아래 1인당 건별 3000달러, 연간 2만달러 이내의 소액 외화이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소액외화이체업’에서 진일보한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기재부가 은행을 거치지 않는 외화송금 카드를 전격 들고 나온 것은 은행들이 핀테크업체와의 동거를 거부해온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전 국민의 외환이체 업무를 통해 앉아서 연간 1조원대를 벌어 들이는 알토란 같은 외환이체수수료 시장을 절대 핀테크업계에 조금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핀테크업체가 기존 은행들이 받는 외환송금 수수료의 10분의 1에 불과할만큼 파격적으로 싸게 받는 수수료 구조역시 은행들이 격렬하게 반대해온 대목이다. 지경부와 금융위는 그 절충안으로 핀테크기업들이 은행밑으로 들어가 외화송금 및 이체업무를 대행하는 선에서 동거를 유도했지만 은행권은 번번이 이를 거부, 작금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이번 외환거래법 개정안 발효를 통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이 바로 은행들이라는 사실이다. 최악의 사태를 만든 것도 은행이고, 이로인해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곳도 은행인 것이다.
기존의 외환업무 수수료 연간 1조원을 잃기 싫어 시대적 흐름과 글로벌 대세를 계속 거부해온 은행들은 이제 1조원시장이 수년간에 걸쳐 썰물빠지듯 빠져나가는 처참한 현실을 곧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승자박. 스스로 몸을 묶은 은행들이 이제 외화이체 시장을 글로벌 핀테크기업에 상당부분 내놔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젠 거부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글로벌 대세인 탓이다.
은행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금융위의 은행권 돌보기 관행속에 국내 핀테크 산업을 키우기도 전에 안방을 송두리째 글로벌 핀테크기업에 넘겨줄 절체절명의 위기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은행, 심각한 외화유출 사태를 부를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시행령 발효시 외국계 핀테크기업이나 결제서비스 회사들이 누구나 국내서 외화송금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1년전 버전처럼 핀테크기업이 은행과 제휴해 은행밑에서 외화송금 업무 일부를 대행하는 체제라면 금융당국이 외화이체 사업자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통제할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든 실정이다.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이 외화이체 사업자에게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통해 라이선스를 주고 패널티 한 번으로 사업을 중단시킬 만큼 까다롭게 규제하는 것은 외화유출 가능성이 높은 업무특성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 발효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국 외화송금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 유학비나 생활비를 보내는 미국 송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간 환치기를 통해 한국에서 번 돈을 자국으로 보내온 한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의 외화송금이 이제 글로벌 핀테크기업을 통해 합법적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곧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외환송금시 기존 은행들의 경우 수수료 4%와 마진을 붙인 환율정산료 포함 8%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떼가는 반면 핀테크 전문기업의 경우 0.5%~0.8%대 수수료를 받는 수준이다.
이젠 대놓고 환치기가 합법화하는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양성화를 유도하거나 적발해 자국내 수수료를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에 외국인 체류자들은 이제 은행권의 10분의 1도 채 안되는 저렴한 비용만 부담하며 합법적으로 자국으로 외화를 송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좋은 의도로 추진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거꾸로 악용되면서 외화유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사태는 단기 이익에 집착하며 소탐대실한 은행권이 큰 흐름을 보지 못한 데 따른 필연적 수순이다.
금융위와 은행권은 외국환취급 핀테크기업 자격요건과 관련해 자본금규모를 최대로 높여 진입장벽을 높이거나 아예 진출하는 기업이 없도록 하는 자격요건 강화를 위해 벌써부터 발목잡기 로비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하위법령 정비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께 본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를 풀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데다, 또 무려 1년후 시행되지만 국내 핀테크기업들에겐 여전히 준비기간이 부족하다.
1년안에 미국, 캐나다, 중국 등 외환송금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해외 준금융회사와 업무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이 싹쓸이 하지 않도록 국내 핀테크기업이 빠르게 준비하고 싸울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기재부 이형렬 외환제도과장은 외국계 핀테크기업이 주도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외국환 취급 회사에 대해서는 자본금규모와 전산시설,전산운영인력 등 다양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들 업체 역시 외국환전산시스템을 통해 외화이체 규모나 내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은행권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건 거스를수 없는 대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현재 자본금규모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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