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돼 앞으로 공짜폰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경부와 청와대는 방통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5만원으로 규제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 극심한 침체에 빠진 단말기유통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인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하지만 과도한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폐지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 갈팡질팡해 소비자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단통법 도입에 가장 앞장섰던 LG전자가 단통법폐지를 위해 대정부 로비전에 나서고, LG유플러스 역시 방통위 현장조사를 거부하며 불법단말기 유통자료를 폐기하는 등 항명사태를 보이는 등 LG그룹의 전방위 로비전이 이번 단말기 상한제 폐기를 이끌어낸 것으로 밝혀져 향후 시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사건의 발단은 이통사업자 마케팅비 출혈경쟁을 왜 정부가 막아서며 소비자들이 공짜폰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느냐는 언론의 수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던 방통위와 미래부가 청와대의 지시 한마디로 지난주 입장을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그간 유통질서를 크게 개선했다며 자화자찬하기 급급했던 방통위는 지경부가 스마트폰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상한제폐지 방침을 정하고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하자 지난주까지만 해도 “단통법 폐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경한 입장이었다.
이 사이 언론마다 단통법폐지와 유지 등으로 엇갈린 보도가 쏟아졌고,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구매 시기를 놓고 극심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식 확인을 하면서 지난 주말을 고비로 방통위와 미래부는 상한제 폐지 검토 중이라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스마트폰 보조금 상한제 폐지 건은 G5출시 이후 300만대 판매도 불가능할 만큼 처참하게 신작 흥행에 실패한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집요한 대정부 로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官)가의 분위기다.
이에따라 단통법 정책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이를 주도한 방통위는 물론, 방통위와의 업무영역 조정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이러한 악법 폐단이 버젓이 시행되도록 방치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교체설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 공짜폰 풀린다. 이통사 배만 불려온 단통법 폐지 초읽기 돌입
단통법은 기본적으로 휴대폰 소비자보다는 이통사업자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평가받아온 규제다. 이통사업자 간의 조 단위 출혈 마케팅경쟁을 자제시켜 그 비용으로 망투자 및 통신품질개선을 유도한다는 황당무계한 법취지 자체가 문제였다.
왜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들이 공짜폰을 손에 넣을 기회를 박탈하고, 이통사업자 배만 불리는 보조금 지급경쟁 자체를 막느냐는 비판여론이 수년째 이어져 온 바 있다. 청와대와 지경부는 단통법의 가격 규제 탓에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 휴대폰 대리점 폐업이 속출하는 등 단말기 유통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규제해온 보조금 상한액 25만~35만원 규제는 철폐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정부가 직접 소비자가격을 규제하는 악법이 폐기됨에 따라 내달부터는 갤럭시S7 및 G5 신제품 공짜폰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스마트폰 신제품수요가 서서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며, 폐업이 속출했던 단말기유통업계 역시 풍성한 보조금 경쟁을 통해 다시 판매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상한제 자체를 폐기하자는 지경부 입장과는 달리 방통위는 상한액을 ‘50만~60만원’선으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고집하고 있어 여전히 부처 간 입장 차가 남아있는 상태다. 방통위는 상한제 폐지를 위한 고시개정 준비작업을 끝낸 후 이달 말께 상한제 폐지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 LG전자와 LG유플러스 대정부 로비전의 승리,부글부글 끓는 방통위
방통위는 요즘 연일 곤욕스런 모습이다. 최근 LG유플러스가 대리점에 대한 방통위의 단말기유통 실태조사를 거부하는 초유의 항명사태가 발생,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여론전에 밀려 “방통위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방통위는 단말기유통조사과장을 대기발령 인사조치했다.
여기에 LG전자의 대정부 로비를 통해 단통법 폐기가 기정사실화 되자 방통위는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단통법 도입에 가장 앞장섰던 주인공으로, 당시 팬택을 고사시킬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LG전자가 이번에는 반대로 단통법 폐지를 위해 전방위적 대정부 로비를 펼쳐온 것으로 밝혀졌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단통법시행 이후 단말기 내수 시장이 사실상 붕괴하다 시피하고 있다”면서 “유통 대리점 체계가 무너질 만큼 내수부진이 심각해 단통법을 조기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경부가 단말기유통 활성화 방안으로 보조금 상한제폐지를 들고나온 것도 LG전자를 비롯한 단말기업체의 강력한 규제철폐 요구에 따른 것이다. 결국, 팬택을 의식해 단통법 도입에 앞장섰던 LG전자는 단통법이 부메랑이 돼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인해 G5흥행 참패는 물론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팬택을 부도위기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갤럭시와 아이폰만 찾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에 밀려 스스로 발등을 찍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른 것이다.
연간 2000만~2300만대가 팔리던 스마트폰은 단통법 시행 이후 연간 1800만대 수준으로 급락했고, 단통법 시행 전에도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았던 아이폰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대거 아이폰을 구매하는 ‘아이폰 쏠림현상’까지 발생해 LG전자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LG전자는 심지어 의욕적으로 내놓은 모듈 신작 G5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경부와 청와대가 단통법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이런 단말기 유통시장의 극심한 침체 때문이다.
단통법 이후 전국적으로 2000개가 넘는 대리점이 폐업을 하는 등 유통시장이 극심한 장기불황인데다, 불법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만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 솔솔 나오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 교체론, 정책실패 책임론 급부상
단통법을 둘러싼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단통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는 정도다.
“아니 미래부와 방통위는 국민을 위한 부처입니까? 이통3사를 위한 부처입니까? 정부가 왜 통신사 출혈경쟁을 걱정하고 가격통제를 합니까?”
그동안 단통법 시행 몇 주년이라며 단통법 홍보에 열을 올려온 미래부와 방통위는 악법인 단통법 시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언론의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예찬론을 펼쳐온 방통위와 미래부가 청와대 말 한마디에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상한제 폐지검토를 내세우는 행태에 대해 “도대체 장관급이 수장으로 있는 부처가 정책 철학이나 최소의 법시행에 대한 가치를 고민이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경부와 청와대가 정책제안을 하더라도 그동안 그렇게 주장해온 단통법 예찬론에 대해 한마디 해명이나 반박, 거부 의사 없이 곧바로 ‘상한제 폐지’를 들고나온 것은 ‘정책은 없고 청와대가 시키는 것만 하는 거수기’와 진배없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양희 미래부 장관을 시급히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ICT산업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와 국내 ICT산업이 계속해서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최양희 장관이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들이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모 단체장은 “사실 지금은 교수 출신 장관이 대충 관리만 하고 조용하게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식 정책만 해서는 안될 만큼 절박하다”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마치 성공정책으로 포장하는 데 IT제조업과 부품산업계 현장 상황은 절망적”이라며 미래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방통위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가 강하게 정부조사를 거부하는 항명사태와 함께 단통법 폐기 등 규제정책을 둘러싸고 특정 재벌과 힘겨루기 및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는 볼썽사나운 상황을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방통위의 경우 어떻게든 이통3사에 대한 규제권한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단통법 유지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 여전히 규제권한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미래부와 방통위가 악법인 단통법을 만든 책임은 물론 이로 인해 단말기 유통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전 국민에게 스마트폰을 고가에 구매토록 강요해온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교체론이 솔솔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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