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결제의 폭풍 질주에 국내 결제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모바일은 이제 연간 700조원대 규모인 전통의 강호, 신용카드시장을 뒤흔들며 결제시장의 판도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모바일이 마그네틱 신용카드 시장을 집어삼킬 태세다. 글로벌 약진을 거듭하는 삼성페이에 이어 파격적인 성능을 앞세운 LG페이가 6월초 본격 상용서비스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신용카드업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공포감이 흐르고 있다.
30일 신한카드를 비롯, 삼성·KB국민·롯데·현대·NH농협카드·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신용카드업체가 한국형 독자 NFC 결제규격을 공동제정, 하반기에 카드사 공통 NFC(근거리무선통신)결제 인프라를 구축키로 합의한 것은 더 이상 모바일 간편결제에 밀리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공조체제의 성격이 짙다.
신용카드사가 30일 급하게 내놓은 한국형 NFC결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그만큼 절박함이 곳곳에 묻어있다. 국내 신용카드사가 손잡고 공동으로 한국NFC결제 서비스시장에 진출키로 선언한 것은 매우 복합적 시그널을 내포하고 있다.
피치원은 한국형 NFC결제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신용카드사의 속내와 전망을 긴급 점검한다.
■ 신용카드회사가 한국형 NFC결제서비스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신용카드사가 부랴부랴 급조해 한국형 NFC결제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기본적으로 신용카드업계가 더 이상 간편결제 시장에서 방관자 역할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공동프로젝트는 신용카드 수익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삼성페이의 어마어마한 약진과 LG페이의 강력한 성능 등이 이젠 신용카드업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데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서 밀릴 경우 신용카드 시장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데 의기론에서 출발한다.
신용카드업계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단말기 판매촉진을 위해 삼성페이를 장착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앞세워 결제시장을 주도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 어떤 형태로든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최근 급선회했다.
카드업계는 모든 신용카드가 삼성페이와 연동되고 있는 것 자체가 거스를 수 없는 ‘삼성페이 대세론’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업계 입장에서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와 이미 손잡은 LG페이의 강력한 성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IC칩 형태로 개발된 LG페이 ‘화이트카드’는 스마트폰을 결제 도구로 삼는 기존 모바일 간편 결제와 달리 어떠한 정보도 들어있지 않은 전자카드의 일종. 스마트폰 자체는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 저장하는 매개체가 되고, 화이트카드는 필요할 때 마다 다양한 신용카드로 변신하는 방식으로, 출시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단말기업체가 모바일 간편결제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있는 현실은 신용카드업계 입장에선 가장 우려스런 요소다. 신용카드 회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목은 바로 카드전표 매입을 통한 가맹점 수수료 매출을 통째로 뺏길 수 있다는 현실적 가능성이다.
신용카드 회사 매출은 고객이 커피숍에서 카드결제를 할 경우, 카드사는 3~5일 후 가맹점주에게 1.5~2% 수수료를 떼고 결제금액을 입금해준다. 그리고 45일 후 신용카드 고객에게 돈을 받는 구조다.
신용카드회사가 그동안 땅 짚고 헤엄친 것은 연간 700조원대에 이르는 신용카드 결제시장 규모에서 1.5~2%대 수수료, 10.5조원 ~ 14조원이 수수료 매출인 것이다.
문제는 이 카드전표 매입을 독점해온 신용카드결제 시장에서 앞으로 은행 등도 결제한 카드전표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데다, 결제수단이 확산되면서 가맹점주에 거둬들인 수수료를 더 이상 독점하기 힘든 패턴으로 시장이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드전표 매입에 나서는 은행들은 이제 가맹점 수수료를 대대적으로 내릴 것이며, 삼성페이 LG페이가 어떤 형태로든 결제시장에 뛰어들 경우, 순식간에 시장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신용카드업계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 관전포인트는 삼성페이 LG페이와 신용카드업계 간 한판 승부
신용카드 업계가 공동으로 한국형 NFC결제서비스를 독자 개발키로 한 것은 카드사 공통의 모바일 결제 NFC 인프라를 깔아 삼성페이 등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사업자에 어떤 형태로든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용카드업계 입장에서는 경쟁대결 구도를 통해 삼성페이 같은 모바일 간편결제를 이기겠다는 것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인프라를 깔아 협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핵심인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확인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삼성페이의 약진은 정말 주목할만한 수준이고, 이는 신용카드 수수료 시장의 독과점시대가 서서히 끝난다는 의미”라며 “어떤 형태로든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와 협업을 해야한다는 게 신용카드업계의 입장”이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특히 IC칩 형태인 LG페이 화이트카드는 신용카드업계가 매우 좋아하는 구조여서 LG페이 역시 상당한 강세를 보일 게 유력한 상황이다. 일단 신용카드 회사가 공동으로 NFC결제 서비스에 직접 나서기로 함에 따라 한국NFC, 페이코 등 기존 NFC 방식 결제서비스는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함 신용카드회사가 직접 NFC서비스에 뛰어든 마당에 스타트업이나 중소 NFC업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사들은 조만간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 범용 NFC 결제 단말기 개발과 패드 보급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카드사의 한국형 독자 NFC결제서비스 공동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워낙 돈 잘벌던 신용카드회사끼리 공동으로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NFC결제 서비스의 경우 NFC단말기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 투자비 문제가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NFC단말기 인프라 투자비를 신용카드사 매출규모와 시장점유에 따라 어떻게 배분할 지 등 쉽게 합의하기 힘든 요소가 많아 한국형 NFC결제서비스가 쉽게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모바일 간편결제와 한국형 NFC결제의 대결구도 전망
신용카드 회사들의 목적은 NFC단말기 인프라망을 구축, 신용카드 결제 트래픽 뺏기는 속도를 늦출 경우 삼성페이 LG페이와의 협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간편결제 쏠림현상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놓친다면 신용카드업계 입장에서는 순식간에 고객이 빠져나가는 도미노 현상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페이의 움직임이다. 현재로써는 이용자 수와 트래픽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포인트통합을 포함해 결제서비스 시장에 직접 뛰어들 경우, 국내 결제시장은 격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를테면 고객과 트래픽을 거머쥔 삼성페이가 특정 신용카드를 막아버릴 경우, 치명적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등 삼성페이가 결제시장에서 슈퍼 갑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계가 LG페이의 등장에도 바짝 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페이,애플페이가 주도하는 글로벌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지난해 536조원(4,500억달러)에서에서 올해는 37.8% 증가한 737조원(6,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폭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간편결제 플랫폼 자체가 스마트폰 단말기업체로 넘어간 이상, 신용카드회사는 무조건 협의회도 만들고, NFC단말기를 깔고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 협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신용카드사의 한국형 NFC결제서비스 공동 진출선언은 이런 절박함 속에 삼성페이와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 물론 마그네틱 신용카드가 1년만에 모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모바일간편결제의 폭발력 앞에 신용카드 결제시장도 이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혁신적 기술을 앞세워 전통의 강호, 기존 마그네틱 신용카드시장을 서서히 무너뜨리며 연 700조원대 규모에 이르는 카드결제시장을 순식간에 삼켜버릴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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