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8년간 삼성전자 냉장고용 핵심부품인 압축기(콤프레샤)를 납품해온 협력사 태정산업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갑질을 하고 있다는 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구매팀 김용회 부사장이 태정산업 헐값인수 작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드러나, 삼성전자 임원이 어떤 목적으로 납품회사 매각을 추진 했는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 실사팀을 통해 태정산업 한국 공장과 중국 내 2개 공장 등 총 3개 회사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에서 태정산업이 제시한 800억원 보다 적은 500억원대로 제시해놓고, 불과 한 달여 만에 80억원에 회사를 매각하라고 제안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왜 삼성전자가 이런 상식 밖의 인수금액을 제안하며 협력사 인수합병에 개입했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이 과정에서 김용회 부사장이 이후 태정산업의 사업을 인수할 또 다른 삼성전자 납품회사와 어떤 모종의 협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삼성전자 임원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핵심 납품업체를 의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싸게 매각토록 하는 일련의 작업에 직접 간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삼성전자 임원급의 부패 비리가 심각하다는 루머가 사실로 확인되는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태정산업 권광남 회장은 5일 피치원과 인터뷰에서 “김용회 부사장이 전면에 안 나타나려고 하지만, 김 부사장이 실제 3개 공장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구조조정을 시켜서 싸게 팔도록 유도하려고 했던 거 아닌가 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권광남 회장과의 일문일답
▶ 삼성전자가 매각을 제안했다는 게 사실인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초 제안을 해왔다. 직접 팔 생각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했다. 구체적인 인수처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회사 매각의향이 있으면 삼성전자에서 주선해 연결해준다는 의미였다.
▶삼성전자가 왜 그런 제안을 했다고 보는가
아직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3개 공장에 대해 삼성전자 임원이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결국 회사를 어렵게 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한 후, 싸게 팔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짰던 것으로 보인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보는가
3개 공장 기업가치는 우리 쪽에서는 800억원으로 봤다. 2월부터 3월 초까지 삼성전자에서도 회계사로 구성된 실사팀을 보내 3개 공장 실사를 했다. 그때 그 팀이 500억원으로 보고했다. 그런데 3월 말 갑짜기 80억원에 팔라는 제안을 해와 정말 놀랐다.
이건 삼성전자 임원(김용회 부사장)이 트릭(꼼수란 의미)을 쓴 게 분명하다. 중국공장도 2014년에는 40억원이 흑자가 났지만, 지난해에는 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미 구조조정 대상에 넣고 도태시킬 작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직접 인수를 하는 것도 아닌 데,왜 삼성전자 임원이 그런 행동에 나섰다고 보는가
우리 쪽도 그걸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삼성전자 납품업체 벤더를 통해 모종의 얘기를 하지 않았겠냐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임원과 납품업체 사이에 어떤 얘기와 조건들이 오갔는지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태정산업은 콤프레샤를 삼성전자에 단독 공급하는 유일한 독점납품회사였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회사를 구조조정시켜 싸게 팔도록 유도했다는 증거가 있는가?
나중에 파악한 일인데, 삼성전자가 매각인수협상 와중에 2개월 반 동안 콤프레샤 제품을 자체 개발해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금형을 파서 역시 삼성전자 1차벤더 서너 개 회사에 물량을 생산하도록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전자 왜 그렇게 하겠는가?
오너 주식가치를 높여주기 위한 것도 아닐 것이고, 삼성그룹의 또 다른 부품 자회사에 넘긴 것도 아니다. 결국,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특정 1차 벤더가 태정산업을 헐값에 인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부사장이 왜 그런 일에 직접 개입하고 나섰는지는 모르겠다.
▶삼성전자가 매각 의사를 직접 타진한 후 어떻게 태도가 바뀌었는가?
3월 30일이면 매각 MOU를 체결하기로 한 날인데, 약속을 안 지키는 걸 보고 이상하다는 걸 확신했다. 결국, 일부 아이템을 이미 만들어서 1차 벤더 몇몇 회사가 공급하기 시작하는 걸 확인하고선 삼성전자가 이미 어떤 플랜을 갖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삼성전자가 의도를 가졌다는 또 다른 사례가 있는가?
삼성전자가 그 새로운 벤더, 냉장고 세트 만드는 회사, 세탁기용 부품 만드는 회사에 금형을 제공한 후 콤프레샤를 찍어 생산하라고 해놓고는 시설투자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있는 설비로 최대한 물량을 만들라고만 지시했다.
이 의미는 무엇을 뜻하겠는가? 이미 태정산업에는 중국 공장 캐퍼(생산능력)를 늘리라고 주문해 증설해 놓았는데, 물량을 45%나 줄였다. 결국 태정산업을 헐값에 인수 후 그 생산라인을 돌리면 된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새롭게 벤더발주를 내면 증설부터 요구하는 삼성전자가 왜 그 회사에 시설투자를 하지 말라고 주문했을까를 보면 어떤 의도에 대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알고 있다고 보는가
이건 삼성전자 김용회 부사장이 주도한 그림이라고 본다. 어떤 목적이 있고, 이를 인수할 업체와 김 부사장이 어떤 관계이고,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삼성전자 부사장급이 왜 직접 개입해 의도대로 몰고 가는 지는 분명 목적과 노리는 기대치가 있다고 본다. 난 100% 김 부사장이 의도를 갖고 그림을 그렸다고 본다.
▶현재 태정산업의 상태는 어떤가?
우린 이미 삼성전자로부터 찍혔기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거래는 끝났다. 왜 괘씸죄에 걸렸는지, 아니면 삼성전자가 왜 매각 의사를 타진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공장은 이미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400여명 직원들도 황당해하고 있다.
28년간 납품관계를 유지해온 태정산업이 삼성전자와 이렇게 정리되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을 뿐이다. 이 와중에 2개월 반전에 몰래 제품을 개발해 삼성전자가 금형을 벤더사에 제공하고 제품 찍어 납품하라고 주문했다는 소식을 확인했지만 정말 믿기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태정산업으로선 이젠 어쩔 수 없다.
이와 관련 만약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이 회사 경영진에 보고 후 벤더사 매각이 아닌 개인적 이익과 이해관계 속에 비리 가능성이 큰 의도를 갖고 추진한 사건으로 밝혀질 경우,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감사팀을 파견해 조사할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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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2016년 5월 4일 #1 Author이건희 회장 때에는 불가능한 일인데… 삼성 내부에서는 임원들이 이재용을 윽수로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네. 계열사 여기저기서 돈 뜯어먹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