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운, 철강, 에너지 등 국내 5대 산업 구조조정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가운데,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구조조정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갖추는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더 이상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고 효과도 거두기 힘들 것으로 지적됐다.
연세대 경영대학원 신광식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경제개혁연구소(이사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주최로 지난 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부실기업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토론회에서 구조조정의 핵심은 경영을 실패한 경영자를 바꾸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디클라인(decline,수요감소) 산업은 속도의 문제일 뿐 구조조정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구조조정을 하는 주체(금융당국과 금융권)가 이를 식별해야 하는데, 식별할 능력이 없다”고 질타했다.
신 교수는 “또 한 부류는 산업은 괜찮은 데 부실기업이 된 곳은 경영실패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기업은 반드시 경영진을 교체해야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며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을 바꾸는 게 구조조정의 핵심”이라며 “경영상황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부실기업을 만든 무능한 경영진이 교체되지 않고 또 반복하는 데 구조조정이 되겠냐”며 현 제도하에선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경영을 잘못해 부실기업을 만들어놓고, 정관계 로비해 금융 지원 받아가며 살아남으려고 한다”면서 “이런 재벌구조를 통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종업원과 금융권에 분산시켜 사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우리나라는 지배구조에 관련한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재벌 대주주의 손실을 사회화하는 것은 용인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구조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경영실패 시 경영진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데, 현 제도상 그렇게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시장에서 하는 게 가장 좋은 데, 국내 기업은 스스로 자기 잘못을 고치기 어렵고, 새로운 경영진과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들어와야 구조조정이 가능한 데, 국내 기업 지배 구조상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광식 교수는 결국 국내 재벌의 경우 계열사가 계속 늘기만 하지, M&A를 통해 떨어내는 경우는 극히 없고, 아직도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갖고 있는 재벌이 있어, 결국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증권 CEO출신인 주진형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 구조조정은 자기 돈을 투자하고 운명을 건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며 “공무원(금융당국)과 은행원(금융권) 등 엄한 사람이 주인 행세하며 산업구조조정에 나서 살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 부실장은 “능력도 없는 엄한 사람이 나서서 주인행세를 하는 게 맞냐”면서 “결국 가슴 졸이며 돈을 투자한 주인이 엄청난 노력을 해서 해야 할 사안”이라며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 상황이 좋아 잘되는 기업이라고 해도 경영을 잘못할 경우 적대적 M&A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는 지배 구조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주 부실장은 “국내 기업은 작은 지분을 갖고도 나머지를 남의 돈으로 힘을 쓰다 보니, (부실해져도)지분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런 걸 강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지 않고서는 구조조정을 할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 당국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 스스로 부실기업 대상기업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부실기업의 경영정보를 종업원이 볼 수 없도록 해놓고서는 시장의 감시와 사회적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영상황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지배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삼성전자 경영권분쟁을 벌인 엘리엇에 대해서는 TRS(총수익스와프)파생상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당국이 6개월만에 검찰에 고발하면서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과 관련해 똑같은 TRS파상상품을 사용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 대해서는 몇 년이 되도록 조사조차 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이중적 잣대가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금융당국이 법집행을 하면서 공정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당국과 금융권이 있는 제도라도 공정하고 엄정하고 신뢰성 있게 시행해야 신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는 “국내의 경우 구조조정의 좋은 수단인 적대적 M&A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유는 자본의 원천이 자유롭지 못한 자본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구조조정과 관련한 갈등과 관련해 “야당이 노조를 만나고, 대주주가 언론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슈는 국회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거버넌스(행정력)가 중심을 잡기는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불거지는 노사갈등과 관련해 “근로자들은 임금만 갖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이익은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종업원과 금융권에 분산시켜 사회화하는 대주주의 모럴해저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주진형 부실장은 국내 대기업이 선제적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재벌 대주주가 지나치게 방만한 구조로 인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며 결국 가신들이 관리해야 하는데, 가신의 경우 자리보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서 얻을 게 없기 때문에 (먼저 나서)이를 보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 부실장은 “동양그룹의 경우 내부자들은 부도 2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아무도 현재현 당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보고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던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현 지배구조가 문제라며 이런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수단이 강구돼야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언론은 광고주인 재벌 대기업 논리에 치중하고 정치권은 노조에 약한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결국 청와대 중심의 거버넌스가 책임성 있고 투명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맡았고, KDB산업은행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 금융위원회 이명순 구조개선정책관이 참석했다.
김영규
2016년 4월 29일 #2 Author“구조조정”이 아니라 “혁신”이 관건입니다. 여러 이유로… “혁신”을 못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산업의 경우, 건조 주문 자체가 없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은 쓸모가 없습니다. 구조조정하여도 건조 주문이 없으면… 조선소 문 닫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김영규
2016년 4월 29일 #3 Author현 제도하에선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 현 제도에서… 지금까지 구조조정한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