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가 정면 충돌한 가운데,금융위가 미래부에 맞서 25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를 출범시킨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과 파열음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가 핀테크산업을 금융위 산하로 가져오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온 것은 지난해 중반기부터다. 일단 금융위는 25일 협회 출범이 예정대로 마무리됨에 따라 핀테크산업 주도권은 이제 금융위로 넘어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설립 기획단계부터 금융위가 직접 관여, 사실상 협회설립을 주도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치금융 논란과 함께 금융위가 왜 핀테크산업에 대한 주도권과 주무부처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미래부와 비교할 수없을 만큼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가 핀테크에 꽂힌 첫 번째 이유는 기존 금융권의 불만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꼽힌다.
금융위가 핀테크산업협회를 산하 사단법인으로 끌어들이고 “핀테크산업 = 금융위 소관”이라는 등식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주무부처임을 공언하고 나선 배경은 기존 금융권 질서보호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일단 금융위는 핀테크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청와대 및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통해 핀테크산업의 중요성과 기존 금융규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금융권의 피로감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규제기관이지만, 기존 금융시장의 활성화와 기존 금융권 질서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
결국, 금융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마치 기존 금융권이 엄청난 비효율과 규제 덩어리인양 떠들어대는 핀테크산업계 발(發) 내거티브 이슈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도 금융위가 본격적으로 핀테크산업계에 손을 댄 배경으로 분석된다.
사실 금융당국 공무원들은 퇴임 후 금융기관이나 금융기관 유관단체, 산하기관으로 또다시 재취업해야 하는 이른바 ‘관피아’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현실론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퇴임후 가야 할 자리를 돌봐야 하고, 그런 금융권의 요구와 목소리를 금융당국 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말못할 고민이다. 금융위가 핀테크에 집착하는 두 번째 이유는 ‘영역확장’ 이슈다.
금융위 공무원들은 핀테크산업협회를 산하 사단법인으로 둠으로써 핀테크산업계에 대한 규제 및 산업육성책에 나서면서 미래부를 제치고 또 다른 영역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관료사회에서 새로운 영역개척은 예산과 인력, 산업계 영향력과 산하조직확대 등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둘러싼 부처 간 알력과 갈등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핀테크 관련 협회출범 역시 외형적으론 핀테크업계 간 갈등으로 비치지만 속내는 미래부와 금융위 간 영토 다툼으로 봐야 한다. 최첨단 기술기반 신산업이라며 핀테크 주무부처 역할을 해온 미래부는 금융위의 발 빠른 협회출범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위 관료들의 셈법 역시 기존 부처들이 하는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며 핀테크업계에 영향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산업계에 대한 영향력은 관료사회에 수많은 혜택과 이권개입, 청탁 가능성을 만드는 복합적인 수단이다. 이른바 규제의 장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결코 놓칠수 없는 이슈인 것이다.
금융위가 노린 세 번째 배경은 또다른 위인설관(爲人設官) 이다.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드는 격이다. 이미 2년전 핀테크센터를 설립해 운영중인 금융위는 앞으로 핀테크관련 산하기관 출범에 열을 올릴 것이다.
금융위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대한 자금지원과 회원사, 금융회사를 동원해 자금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단체로 키울 계획이며, 이는 결국 상근부회장과 감사 등 향후 퇴임 금융위 퇴임 간부들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자리창출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다양한 핀테크서비스가 기존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 회사와의 연계와 연동이 불가피한 점도 금융위가 나서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메카니즘속의 규제와 인허가카드를 통해 기존 금융권 불만도 해소하고, 핀테크산업계에 숨통을 틔워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창출하면서 명실상부하게 ‘핀테크도 금융’이라는 수식을 만들며 확고한 주무부처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향후 금융위가 어떤 산업육성정책을 통해 일반 예산을 확보할지가 벌써부터 관가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핀테크산업계 역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기존 한국핀테크포럼의 경우 현 운영진의 대정부 로비력과 설득의 파워가 취약한 점에 큰 불만을 제기해온 바 있다.
핀테크산업협회 추진 기업들은 결국 금융당국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할 경우, 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와의 업무협의는 물론 관련 법 개정 및 인허가, 규제완화 측면에서 협의 가능성과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금융위는 이런 요소를 집중 부각시키며 협회설립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 주무과장 등 관료들이 핀테크산업협회 설립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치행정 논란에 휩싸인 점은 향후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시장의 혁신을 주도한 핀테크 전문기업들이 금융당국 산하 협회로 예속되는 것 자체가 시장활성화는 물론 기존 금융서비스의 새로운 혁신과 소비자 비용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서비스개발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 산업인 핀테크는 당연히 미래부 소관으로 하는 게 맞고, 미래부를 통해 집중적인 산업육성책이 펼쳐져야 하고, 다만 금융규제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유기적으로 협의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부는 협회출범을 보류키로 합의해온 금융위의 이번 독자적인 행보에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대놓고 협회를 출범시킨 상황에 이런저런 입장을 보이기는 힘들다”면서 “이젠 두 부처가 협의해 핀테크산업 자체가 활성화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사실상 금융위와 협회 일원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래부는 한국핀테크포럼이 내부 법적인 다툼과 포럼 자체가 쪼개져 금융위 산하 협회로 출범한 과정에 대해 매우 못마땅한 입장이다.
미래부는 현 한국핀테크포럼 운영진의 경우 산업계 전체를 이끌고 한목소리를 내며 끌고 가기에는 리더십과 스케일, 대여론형성 파워 등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 포럼 내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어떤 새로운 변화를 주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혀 현 포럼 운영진에 대한 변화와 함께 내분에 따른 법적인 갈등을 빠른 시일 내에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조만간 한국핀테크산업협회를 금융위 사단법인으로 등록,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핀테크산업협회 이원화에 따른 중복문제와 비난여론을 감안, 두 부처로 이원화해 운영할 지, 아님 새로운 통합논의가 필요한 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두 부처간 갈등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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