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포럼 주요 회원사와 핵심 이사회 멤버 무조건 포섭하세요. 핀테크산업은 반드시 우리 금융위로 가져와야 합니다”
핀테크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두 부처의 맞대결은 이제 핀테크 산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설립 건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돌입했다.
최근 금융위 최대 이슈는 그간 미래부가 주도해온 핀테크 산업 정책을 금융위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이른바 ‘핀테크 산업 = 금융위’ 등식 만들기다.
한국핀테크포럼 내부갈등과 한국핀테크협회 발족 등이 모두 금융위와 미래부 두 부처 간 영역 다툼의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며, 25일 출범예정인 한국핀테크협회 설립 역시 금융위 주도로 추진된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21일 밝혀졌다.
이미 1년 전 한국핀테크포럼을 결성, 핀테크산업 육성정책을 주도해온 미래부는 최근 금융위가 협회출범을 공식화하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위가 주도해온 협회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00여개 회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 출범한다.
이에 맞서 한국핀테크포럼은 6월 미국, 영국, 스페인,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등 전 세계 16개국의 핀테크협회가 참석하는 ‘월드핀테크협회’를 정식 발족, 한국이 의장국을 맡는다고 21일 밝혔다.
월드핀테크협회는 전 세계 16개국 핀테크산업협회는 물론 미국 영국 주요 나라 재무부 등 금융당국 관계자, 세계적 핀테크 전문기업,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 세계 최초로 설립되는 글로벌 핀테크산업 통합협회다. 월드핀테크협회 초대 의장국은 한국이 맡는다.
협회 측은 국내 삼성페이가 월드핀테크협회 창립총회 때 키노트 스피치를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처 간 갈등이 불거지자, 협의를 통한 규제완화와 산업육성은 뒷전이고, 영역 다툼에 몰두한다는 비판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래부와 금융위의 대혈투는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신성장동력에 대한 규제권한을 확보할 경우, 부처위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핀테크는 IT기반 산업이다”는 미래부와 “핀테크 역시 금융”이라는 금융위의 상반된 시각과 함께 두 부처간 본격적인 영역쟁탈전이 핀테크산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출범을 통해 본격적인 세력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 표정관리에 들어간 금융위, 금융당국이 핀테크산업육성?
금융위는 한국핀테크협회 출범을 계기로 미래부 산하 한국핀테크포럼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주무부처라는 입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국핀테크협회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핀테크 기업 70여개사를 비롯해 시중은행, 금융·IT 분야 20여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개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초대 협회장에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내정됐다.
이승건 협회장은 “핀테크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이종 산업 간 융합이 필요하다”며 금융권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론화한 바 있다.
한국핀테크협회 설립을 주도한 인물은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도규상 국장과 김동환 전자금융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김동환 과장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한국핀테크포럼 구태언 변호사, 황승익 한국NFC대표 등을 통해 핀테크산업협회 출범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는 핀테크가 금융권과의 업무연계가 필수적이고, 최대 걸림돌인 금융규제 완화와 법 개정을 위해서는 미래부보다는 금융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융위와 협회 측은 협회출범직후 곧바로 금융권 자금 등 총50억원규모가 협회에 지원되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왔다.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진 한국핀테크포럼 내부갈등은 이러한 금융위 주도의 협회 창립과 맞물려 금융위 주도로 불거진 갈등으로 분석된다.
한국핀테크포럼 자문변호사로 활동해온 구태언 변호사와 황승익 한국NFC대표 등이 한국핀테크포럼 회장퇴진 및 협회와의 소통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태언 변호사의 경우 핀테크 전문가라기 보다는 핀테크포럼 회원사를 법률자문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옵서버 멤버성격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금융위 주도 협회설립 및 한국핀테크포럼 회장 퇴진을 주도해 금융위과의 관계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이 포럼을 이탈한 것은 기존 박소영 회장 체제가 대정부 활동측면에서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회원사들은 포럼 운영진이 대정부 로비와 대규모 정책예산을 확보하는 등 핀테크산업계에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대정부 역량이 부족했다고 토로한다.
한 회원사는 “핀테크산업이 규제 덩어리인 데, 대정부 로비 등을 하기에는 기존 회장체제로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단 금융위는 25일 창립총회가 확정됨에 따라 ‘핀테크협회는 금융위 산하’라는 사실을 공론화하는 분위기다. 협회는 기업은행부장 출신인 이근주 씨를 협회 사무국장으로 선임했다. 금융위는 초대회장으로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을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반전노리는 포럼, 월드핀테크협회 6월 공식 출범, 글로벌 주도권 잡는다
미래부가 다급해졌다. 미래부는 현 한국핀테크포럼의 운영행태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포럼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밥그릇 싸움이란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일단 현 포럼 운영진이 회원사들을 통합하지 못한 문제점을 들어 포럼지원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미래부 장석영 인터넷융합정책관은 “핀테크산업이 육성되도록 ( 두 부처가)서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조만간 핀테크보안인증센터를 설립해 국내 핀테크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부처갈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채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핀테크포럼은 월드핀테크협회 설립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핀테크통합협회 운영국으로 발돋움, 명실상부한 핀테크대표 협회로 쇄신한다는 입장이다.
월드핀테크협회는 새로운 혁신적인 화폐거래 인프라 확산을 위해 핀테크 규제개선과 국제송금, 핀테크보안, 인터넷은행,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등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글로벌 규제 완화와 서비스 협업 등을 집중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드핀테크협회는 창립총회와 함께 세계적 핀테크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월드핀테크포럼도 함께 개최한다.
현재 주도권은 팽팽한 접전 속에 금융위가 다소 우세한 분위기다. 주요 핀테크 회원사들이 아직은 양쪽 모두 회원사로 가입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기존 금융 질서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 각종 결제수수료와 외환송금수수료 등 소비자들이 부담해온 수조 원대 금융비용을 절감해줄 핀테크 산업이 금융규제 당국 산하로 들어간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주요 핀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이 없다 보니 기존 금융권과 적절한 역할분담과 은행 산하 하부구조로 들어갈 경우 최소한의 매출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협회출범을 반기는 분위기다.
또한, 각종 금융규제완화는 물론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 간 업무협의 역시 금융위 주도 협회 회원사일 경우 훨씬 쉽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회 회원사로 은행 및 카드사, 결제회사, SI업체 등 대기업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국 기재부는 물론 금융위 역시 기존 금융권과 이해관계가 같은 ‘한통속’이란 점 때문에 협회출범으로 핀테크 활성화나 금융규제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사실 은행과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핀테크가 반가울 리 없다”면서 “금융위가 핀테크 산업육성을 위해 금융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 맡긴 것과 흡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대대적인 육성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김동환 전자금융과장은 “협회는 핀테크전문기업 주도로 설립되는 것이며 금융위와 직접 관계는 없다”면서 “이미 핀테크 관련 규제는 거의 다 없앴고, 향후 핀테크 지원정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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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코
2016년 4월 22일 #6 Author키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