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초, 총 283억원(초기 350억원)의 개발비를 날린 후 슈퍼컴퓨터(마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거짓 발표하며 주무부처와 국민을 속이며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책연구소 ETRI가 국민 혈세 수백억 원을 날리며 슈퍼컴퓨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거짓 발표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ETRI 슈퍼컴퓨터 개발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조사와 함께 정책실패에 따른 책임자 처벌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ETRI 핵심 연구원들이 이런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임에 따라 연간 64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는 ETRI 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타당성 조사와 함께 연구비를 불법적으로 사용, 날릴 경우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83억원을 투입한 ETRI 슈퍼컴퓨터 국산화 사업의 경우 서울대 및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불과 20억~25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슈퍼컴퓨터에 비해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거나 엇비슷한 것으로 드러나, ETRI의 연구개발비가 불법으로 과다 낭비됐던 것으로 11일 피치원 취재결과 추가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국내 컴퓨팅업계 및 소프트웨어산업계는 피치원 보도이후 ETRI가 2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당시 53테라플롭스(1 TFLOPS는 초당 1조 번의 연산처리 수행속도)급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엄청난 예산 낭비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TRI는 2012년 3월 발표 당시 전력소모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이면서 53테라플롭스급 연산처리를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인 ‘마하’를 설계·구축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2012년 서울대 이재진 교수팀이 최대 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적용, ETRI ‘마하’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106테라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서울대 이재진 교수는 불과 20억원의 개발비만으로도 283억원을 투입한 ETRI 가 발표한 슈퍼컴퓨터보다 더 연산처리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 ‘천둥’을 개발하는 데 성공, ETRI가 얼마나 연구비를 낭비하고 헛되게 날리는지를 짐작케 하고 있다.
서울대 이재진 교수팀은 당시 슈퍼컴퓨터 성능 면에서 세계 278위급 연산처리속도를 보여 국내 슈퍼컴퓨터로는 처음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500위내에 등재돼 언론보도와 함께 전 세계의 주목을 끈바 있다.
ETRI가 슈퍼컴퓨터 국산화에 엄청난 개발비를 과다지출하고 있다는 비교 대상은 이뿐만 아니다. KISTI가 2012년부터 25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2014년께 50테라플롭스급의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KISTI가 25억원의 개발비로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는 총 283억원이 투입된 ETRI의 52테라플롭스급과 큰 차이가 없어, ETRI가 슈퍼컴퓨터 개발에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과 예산을 낭비하고 헛되게 소비했는지를 극명하게 대비시켜주고 있다.
민간 컴퓨팅업계 관계자는 “외산 제품을 들여다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거짓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수백억 원의 예산을 쓰고도 20억원대의 개발비를 투입해 대학교와 다른 국책연구원보다도 못하거나 비슷한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는 것은 그냥 헛돈을 날린 것과 같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ETRI가 주무부처는 물론 국민까지 속이며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고 거짓 발표했던 ETRI에 대한 담당자 책임과 국민 혈세를 불법으로 날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국책연구소출신 과학자는 슈퍼컴퓨터 개발성과가 이 정도면 선도 기술개발을 주도한다고 떠드는 ETRI의 한 해 예산 6400억원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비효율적이거나 실효성 없는 과제에 소비되면서 프로젝트 담당사업단 직원만 먹여살리는 등 예산 낭비및 불법 집행이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W산업계는 ETRI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기업들이 하는 아이템이나 신기술을 중복해 개발하거나, 이미 시장에서 상용화된 것이 확인된 분야도 기술방식만 바꿔서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국책과제로 소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른바 성과는 없고 연구원 급여로만 지출되는 ‘밥그릇 연구비’ 솎아내기와 퇴출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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