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핀테크산업 활성화 대책을 1년 만에 철회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실상 핀테크 전문기업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추가 규제에 나서 핀테크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월 대통령업무보고를 통해 공인인증서 폐지 등 핀테크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술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화,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거꾸로 핀테크기업을 고사시키는 추가 규제에 나선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7일 밝혀졌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이런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미 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 전문기업에 대해 시장개방을 해줄 계획이 없었는 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규제완화 의지와 여론을 의식해 마치 핀테크 활성화에 나설 것처럼 사실상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기재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후 ‘외국환 거래법’을 개정하는 대신, 시행령에서 외화송금 핀테크 기업의 정산 기능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핀테크 기업의 경우 고객 모집만 하고 송금 수납과 지급은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명시하는 등 시대 역행적 정책을 내놓아 정부가 앞장서 핀테크 산업 활성화는커녕, 핀테크 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기재부의 이 같은 시행규칙은 외화 송금 시장을 은행과 외국 송금업체 독과점체제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기존의 외화송금 체계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청와대와 여론에 밀려 외환법을 개정, 자본금 3억원 이상인 기업이 은행 협약으로 외화송금업을 가능하도록 바꿨지만, 세부 시행규칙을 통해서는 핀테크 기업이 은행 하부조직으로 들어가 모집영업만 하도록 강제화한 것이다.
즉 기재부의 이번 시행규칙제정으로 외화 송금에 관한 한 핀테크 기업이 존재할 이유가 사라졌고, 소비자들은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기존 독과점 업체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게 외화를 송금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이용자는 외국보다 비싼 송금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송금할 때마다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월, 최경환 당시 기재부장관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금융과 IT 융합 신산업인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인인증서 등 사전 규제 폐지 대상을 보험사와 증권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핀테크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술기업들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젠 행정부가 대놓고 대통령에게 거짓 업무보고를 하고, 이후에는 대통령 업무보고와는 정반대로 기존 금융권 입장만 대변하면서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손톱 밑 규제’를 추가한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기획재정부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외화송금의 법적 근거만 마련해놓는 시늉만 할 뿐,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서는 핀테크 기업이 기존 시중 은행 밑에 들어가서 영업을 하도록 하는 어처구니없는 옥상옥 규제정책만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기재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과는 180도 다르게 외환송금 핀테크서비스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킨 시행규칙을 내놓자, 핀테크업계는 일제히 “세계 각 국이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목숨을 걸고 있는 데, 국내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시중 은행 입장만 대변할 것인가”라며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기재부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시행규칙을 마련한 것은 시중 은행과 금융당국, 관료들이 결탁한 금융관피아의 큰 틀에서 연간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시중 은행들의 외환송금수수료 시장을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의 이런 핀테크 산업에 대한 ‘손톱 밑 규제’로 인해 수십여 개 핀테크 전문업체들은 외환법개정에 맞춰 솔루션개발 및 인프라투자를 해놓고도 시행규칙에 막혀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모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은행 밑에 들어가 모집영업만 하라는 것은 외화송금 대리점을 하라는 격”이라며 “중국이 우리보다 2,3년을 앞서갈 만큼 전 세계가 핀테크 전쟁인데, 아직도 규제의 칼을 내려놓지 않고 핀테크 산업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며 한탄했다.
외화송금 핀테크업계는 핀테크서비스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정부가 연간 1조4000억원규모에 이르는 시중 은행의 외환송금수수료 시장만 보호하는 데만 혈안이 돼있는 것은 국민 편의를 무시하고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맹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초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과 관련, “핀테크 같은 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데 늦었다”면서 “우리 금융 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말 핀테크 전문기업인 토마토솔루션을 등록하지 않은 외환송금업체라며 검찰에 고발,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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