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 급상승이 2015년 세밑 총선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탈당 직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의원은 “패가 다 드러난 회복불능의 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그의 정치적 영향력도 탈당과 함께 급격하게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탈당 이후 모든 게 달라지고 있다. 사실상 이변이다. 특히 지지율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엇비슷해진 데다, 창당도 하지 않은 당 지지도 역시 20%로 새정치연합을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등장, 이런 추세면 교섭단체 이상의 총선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전망마저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원인은 ‘기대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정치에 대해 크게 실망한 중도성향의 국민이 이도 저도 싫은데, 뭔가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안철수 인기상승의 한 축으로 분석된다.
안철수의 강점은 정직함이다. 안 의원은 상대적으로 부패한 기존 정치인이나 공직출신 정치인에 비해 도덕성과 청렴성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그리고 그는 무에서 유를 창출한 창업가 출신으로 소모적인 정치인과는 살아온 본질이 다르다.
그는 코스닥상장으로 수천억원의 재력가로 발돋움했지만, 그가 취득한 부의 축적은 재벌 대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는 20년 가까이 회사돈 10원 한장도 개인적인 일에 쓰는 일이 없는 결벽에 가까운 그의 높은 도덕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피치원은 정치적 지도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갖고 있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잠재력, 성공 IT벤처기업가로서 쌓아온 히스토리와 그의 정치적 역량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 너무나 과대평가된 안철수의 대중적 인기
기업가로서 뛰어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안철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특히 대권주자로 대입해서는 최고의 정치 이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행보에 대해 그를 20년 가까이 봐온 벤처산업계는 “안 맞는 옷을 입어 불편하기 그지없는 상태”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처럼 수줍고 내성적이고, 학자풍의 기업가 출신이 선동적이고, 권모술수와 이전투구가 횡행하는 정치판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주목한다.
같은 맥락에서 세상만사 모든 명예욕과 재물욕, 권력욕으로 똘똘뭉친 노련한 정치인들을 빨아들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에도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무엇보다 성공한 벤처기업가라는 첫 출발부터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안철수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안랩연구소의 성공스토리와 시가총액, 산업적인 기여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그를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묶어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 안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입에 올리는 김정주 이해진 김택진 김범수 같은 레벨의 성공한 벤처기업가 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매출규모가 안 의원이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 500억원대였고, 기본적으로 백신이란 제품 자체가 글로벌 수출이 불가능한 제품이었다는 점에서 연매출 500억원대 기업을 키운 기업가 정도라는 게 통념적인 평가다.
실제 그가 2008년 김홍선 현 SC은행 정보보호 최고책임자(부사장)에게 안랩 CEO를 맡기면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것도 이런 복합적인 한계를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당시 정부에서 정품구매 캠페인을 펼칠 때만 매출이 오르고,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구매하지 않으면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체력이 약한 점, 또 해외시장 진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점 등에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투자자로의 변신을 위해 미국 MBA 공부에 도전한 바 이유였다. 김홍선 전 대표는 이후 500억원대에 불과하던 안랩 매출규모를 2013년 퇴임 직전에는 연간 매출 13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판에 뛰어들며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양보할 당시의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 역시 그가 서울대 의대 박사 출신의 의사라는 점, 그리고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 보안업체 벤처기업가로 창업에 나서 상장까지 성공한 특이한 약력 등 신선한 경력이 대중에 어필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그는 성공 벤처기업가로 부르기에는 너무 과대평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사업역량 역시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 스타 안철수는 언론이 10여년간 만들어낸 다소 과장된 작품
안철수는 이미 안랩 대표이사 시절에도 식당에서조차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가 미국 유학 시절에도 메이저 종합 일간지들은 그의 미국 유학생활 근황을 대서특필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햇과일처럼 늘 싱그럽게 포장해 보도하기 급급했다.
그가 국내 복귀, 2008년 KAIST 석좌교수로 초빙되기까지 안철수의원에 대해 언론의 보도는 호의적인 보도 일색이었다.
KIAST석좌교수 부임 후 “이론과 현실을 꿰뚫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워내는게 내 할일”이라며 포부를 밝혔던 그의 메시지 역시 주요 메이저 언론들이 앞다퉈 크게 보도한 바 있다.
귀국 직후와 KAIST 석좌교수 재직 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했던 몇 차례 인터뷰 기사는 그의 정치입문 가능성과 서울시장 출마설 등으로 인해 당시 엄청난 기대효과를 몰고 온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의 생각’ 등 주요 저서를 통한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전국구 스타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2009년 6월 17일 문화방송 ‘무릎팍도사’출연 이후 그의 대중적 인기를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고, 2012년 7월 19일 ‘안철수의 생각’출간 하루전인 7월 18일 SBS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 일약 대중 스타로 뛰어오른다.
이어 같은 해 9월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 정치인 안철수 신드롬의 서막이 올랐다.
■ 안철수의 약점, 그는 과연 국가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느 냐
안철수 의원 신드롬의 일등 공신은 언론이다. 그는 기존 로비와 향응에 길들어진 기업가와는 달리 순수하고 순진하고, 담백한 안철수 사장에 매료된 주요 언론이 10년 넘게 쏟아낸 ‘호기심 섞인’ 우호적 보도가 스타 안철수 탄생의 결정적 자양분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안철수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는 상당 부분 거품이 있고, 일반인이 이해하는 성공 벤처기업가의 경영능력이나 글로벌 인사이트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가 스스로 스티브 잡스와 비유할 만큼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바도 없고, 경영자로서의 능력 측면에서 넥슨, 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대주주에 비교하기는 것은 무리라는 게 벤처산업계 빅가이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결국, 그는 기업가로서는 보기드문 순수성과 때 묻지 않은 정직함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언론에 10년 넘게 대서특필되는 행운을 거머쥐었고, 출간과 미국 유학, KAIST 석좌교수, 방송출연들이 맞물리면서 ‘또 다른 안철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첫 번째, 안철수의 약점은 뛰어난 인재들을 품을 수 있는 폭발적인 흡입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 국가지도자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정치적 계산속에서도 뛰어난 사람과 인재들이 블랙홀 처럼 빠져드는 흡입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정권이 깜도 안되는 장관후보를 반복하고. 그렇고 그런 교수 장관으로 반복해 개각하는 것은 이런 인적풀이 절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고리 3인방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결정하는 현 정권의 취약한 정보취합과 의사결정구조 역시 이런 사람에 대한 빼어난 흡입력이 부족한 지도자 덕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치명적인 정책실패를 해도 “앞으로 잘해레이?”라며 자기 사람을 두둔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큰 스케일과 뽑은 이상 믿고 맡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격이 다른 인사스타일을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는 게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어떤 배움과 깨달음으로 인재에 관한 통 큰 스케일을 가져갈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두 번째, 국가지도자로서 중요한 덕목인 용기와 개혁을 할 만큼 강렬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느 냐 하는 점도 안철수의 약점으로 꼽힌다.
그는 극히 내성적 성향과 매우 소극적 스타일을 기업경영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보여준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금껏 보여준 역사적 안목이나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 역시 여전히 검증된 바 없다. 국가지도자가 정직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해야 하는 것은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연설과 메시지를 통해 대중을 휘어잡는 선동가적 기질, 즉 프로퍼갠더(Propaganda)가 매우 취약한 점도 약점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국가지도자는 복잡다단한 정책과 이슈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비전과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뛰어난 소통은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식견, 국내외 외교 국방이슈 등 모든 방면에 거침없는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침없는 대국민 소통능력은 이런 능력에 근거하는 것이다. 일 년에 딱 한번 하는 연두 기자회견조차 사전에 정해진 기자의 정해진 질문에만 답변하고 끝내는 국내 정치지도자의 소통방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국가지도자를 뽑을 때 정말 오랜 기간 동안 TV 합동 토론회를 통해 분야별 전문성을 샅샅이 파악해야 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소통불능과 지도자 자질이 의심스런 대권 주자들이 난무하는 한국적 풍토는 이런 미국과 같은 물샐틈없는 대권주자에 대한 검증과정이 절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 신당 주변 사람들이 부르짖는 안철수 대권론은 안철수 의원 스스로 국가지도자로서 역량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하는 혹독한 과정이 남아있다.
안철수의 대망론은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거품이 빠진 자리에 그의 잠재력에 대한 평판도가 어떻게 자리잡을 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그가 검증단계를 거쳐 뛰어난 대중적 소통능력과 탁월한 역사적 안목, 거침없는 국내외 이슈에 대한 해박한 인사이트를 발휘한다면 그는 정말 유력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거품론이후 안철수는 새롭게 조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인 안철수는 이제 막 시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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