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16일(현지시각) 마침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종언을 공식 선언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 완전히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해온 미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최악의 상황은 이제 2008년 이전 수준으로 올려도 문제가 없을만큼 미국 경기는 완벽하게 회복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장기 침체에 빠졌던 미국 경제가 8년만에 중앙은행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 없이도 이젠 자생적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연준은 성명에서 “앞으로 경제 여건이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만을 필요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강하게 시사해 내년에 추가 금리인상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준의 조치는 미국내 안정된 고용여건과 2%대의 물가목표치 등 여러 수치들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목숨을 부지해왔다는 미국 경제의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나홀로 호황을 외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부활과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복잡다단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시장에 이어 중국시장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침체라는 또다른 복병과 맞딱뜨리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중국 경제의 침체와 맞물리면서 우리에겐 복합적인 ‘쌍끌이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에 어두운 먹구름가 잔뜩 드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코리아 수출산업에 불어닥친 ‘더블 쇼크’를 완화할 대응책과 긴급 대응 시나리오를 시급히 마련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재들
연준의 금리인상은 우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악재임이 틀림없다. 글로벌 경제질서는 이제 미국의 ‘나홀로 호황’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중국 등 대다수 국가의 경제 상황은 장기 불황조짐이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채권매입도 확대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통화 완화정책을, 중국 인민은행 역시 최근 6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4차례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한바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연준 금리인상에 맞는 통화정책과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을 맞고 있다.
우선 이번 연준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와 원화약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외국 투자자금이 미국의 고금리를 쫓아 이탈할 가능성이 가장 먼저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금융당국은 미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 자본시장과 환율 등을 모니터링하며 긴박하게 대응에 나설수 밖에 없다.
급격한 외국인 자본이탈과 외환보유고 변동은 심각한 충격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후 유가증권시장,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갈 외국인 돈이 어느 수준까지 치솟을 지가 첫번째 예의주시할 시그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 금리인상으로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제조업 침체가 장기화할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내도 기준금리를 충분히 낮춰야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달러가치가 올라가면서 외국인 자본이 급속히 이탈할 경우, 환율 변동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외국인 투자자금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경우,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가중될수 밖에 없고,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잠재적 핵폭탄인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이제막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그야말로 국내 경기회복에 치명타를 입힐게 뻔하기 때문이다.
11월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684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중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역시 30% 초반으로 대한민국 펀더멘탈은 매우 양호하다는 게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의 시각이다.
44개월째 경상수지 흑자행진, 그리고 국가간 통화 스와프도 1000억 달러를 확보하고 있는 등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비슷한 신용등급의 경쟁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높은 점은 거꾸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메리트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수도 있다.
달러화 강세로 수출에는 긍정적이지만, 원부자재 수입가격 부담을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 변동성 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어떤 형태로든 외환·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 경제 부진이 어느정도 지속되느 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1일 기자회견에서 “미 금리인상으로 특정 신흥국에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미 금리 인상은 우리에겐 양날의 칼이다. 치명적 악재가 될 수도, 부분적인 호재가 될수도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여전히 손놓고 있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구조조정에 실패한 대우조선 등 부실 대기업을 과감하게 구조조정, 곪아터진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한국경제앞에 놓인 시한폭판,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 역시 현 정권은 시간을 두고 연착륙할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금융당국은 모처럼 경기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터진 연준 금리인상 조치의 후폭풍을 최소할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현정권도 더블쇼크를 딛고 경기회복 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심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은 안철수, 문재인 등 야당 탈당과 이합집산을 생중계하며 로컬 정치이슈에 모든 진을 뺄 때가 아닌 것이다.
2015년 연말, 더블쇼크를 해쳐나갈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정책적 화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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