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조원대 정부 예산을 모태펀드란 이름으로 국내 벤처캐피탈(VC)에 투자해오던 모태펀드운영사 한국벤처투자가 1500여개 스타트업체에 직접 1000억원대를 투자키로 해 논란이 일고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스타트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 1500여 개에 업체당 최대 1억원씩, 총 1000억원 규모의 연계 투자를 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투자업계는 한국벤처투자가 스타트업에 1000억원규모를 직접 투자키로 하자, 일종의 LP격인 모태펀드 운영사가 직접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라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업계 및 벤처산업계는 이런식의 무분별한 정부예산 지원정책은 오히려 좀비 스타트업만 양산할 뿐 예산낭비 우려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투자업계는 “사실상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자금난해소를 위해 1500여개 스타트업에 나눠주기식 예산을 집행하는 걸 투자로 보긴 힘들다”는 반응과 함께 “모험기업에 대한 투자 전문성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한국벤처투자가 직접 투자대상 스타트업을 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중기부산하 기관인 모태펀드 운영사 한국벤처투자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벤처투자는 그동안 VC가 운용하는 벤처펀드를 통해 간접으로 투자하는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공모 절차를 거쳐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다.
중기부는 한국벤처투자의 직접 투자 방식을 선택한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위축된 민간 벤처투자 시장에 새로운 창업 기업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경우 ▶ 예비창업패키지 ▶ 초기창업패키지 성공기업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 스타트업 등 기존 중기부의 창업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중 창업 3년 이내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이 해당된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투자금 집행은 7월 초까지 진행키로 했으며,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창업지원사업 연계투자 대상 기업을 1차 모집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가치 평가와 투자지분율에 대한 중기부 발표내용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중기부는 투자기업이 5억·10억·15억원 가운데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정하도록 했다. 1억원투자시 모태펀드가 최대 지분 10%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선정된 스타트업이 스스로 회사가치를 10억원으로 산정할 경우 1억원 투자시 모태펀드가 최대 1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예산을 투입하며 이런 식의 일률적인 지분장사를 하는 듯한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가치를 해당 스타트업이 정하고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투자자금은 기업가치에 따라 지분율이 정해지도록 한 것은 눈감고 국민혈세 뿌리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중기부는 신속한 지원을 위해 신청 접수 1개월 내에 투자 집행을 마무리한다는 이른바 ‘한달내 선정 및 투자 마무리’라는 투자완료 방침에 대해서도 자본시장과 투자업계는 “믿기힘들다”며 냉담한 반응들이다.
중기부는 추후 후속 투자 유치시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 받을 경우 투자기업이 3년내 투자 지분의 50%를 모태펀드로부터 다시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기업가치 산정방식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중기부가 “초기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가 쉽지않고 논란이 큰 점을 감안,기업가치 산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업계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며 고개를 젓고있다.
중기부는 6월 9일부터 15일까지 2차 모집에 나서며, 1000억원의 재원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투자기업을 선정해 투자키로 했다. 중기부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후속 연계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투자업계는 연계투자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정책은 그냥 전문성없이 자금난 겪고있는 스타트업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수준”이라며 “될성부를 떡잎을 골라도 망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라며 모태펀드가 직접 투자할 게 아니라 모태펀드를 투자받은 VC들에게 맡겨야 모럴해저드도 방지하고 투자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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