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트랙트(계약) 등 카카오,네이버 등 민간기업에서 개발 중인 블록체인 구현 핵심 기반기술을 또다시 정부가 ‘한국형 플랫폼 국산화’라는 명분으로 5500억원대 예산을 들여 관(官)주도로 개발키로 해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5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신청서를 오는 11월 제출할 예정이라고 헤럴드경제가 관련업계를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더리움 등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에 맞설 수 있는 토종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키로 하고, 이번 국책과제 중장기 목표로 세계적인 블록체인 기술 수준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만의 기술력을 확보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과기정통부 관계자를 인용해 “신청서는 11월 1일자로 제출할 방침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더리움, 이오스, 하이퍼레저 패브릭 등과 경쟁할만한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기술과 겨룰 수 있는 코어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이라며 “플랫폼(암호화폐) 자체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등 이들이 보유한 블록체인 기능에 버금가는 기술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카카오는 물론, 블록체인업계, 벤처산업계는 “정부가 시장성이 전혀 없거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한국형 플랫폼 국산화라는 그럴듯한 명문을 내세워 또다시 수천억원대 예산을 낭비할 게 뻔한 헛짓거리 국책과제를 만들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국책과제의 경우 블록체인 전문가그룹으로 불리는 일부 교수와 정부출연연구소 박사급 일부가 과기정통부에 블록체인 기술 국산화가 시급하다며 지난해부터 국책과제 제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과기정통부가 국가예산을 빼먹는 컨설턴트집단에 놀아나 천문학적 예산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개발업계는 “블록체인의 경우 현재 너무나 복잡한 방법론과 다양성으로 인해 국가가 주도해 국산화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결국 시장과 향후 수요가 표준을 결정할 텐데, 한국 정부가 한국형으로 만들어봤자 시장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5500억원 예산만 날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내놓은 블록체인 중장기기술개발과제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7대 실증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계획에서 구체성이 미흡하고 관련 부처와의 협업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헤럴드경제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보고서에 대해 “기술수요조사서 중 최종 선정된 데이터거래체인과 관련된 내용이 없고 추가된 사유가 불명확하다”며 “팩토리 체인 역시 핵심 유관 기관의 참여 불가로 보류된 에너지 대신 선정됐는데 신규로 추가된 절차가 타당하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 한국형 블록체인 국산화, “한국형 유튜브 만들겠다”식의 과대망상 정책
이번 정부의 5500억원대 매머드급 블록체인기술 개발과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현 블록체인시장 흐름과 너무나 동떨어진 성격이라는 점 때문이다. 현 글로벌 블록체인산업계 최대 이슈는 블록체인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기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업계는 정부가 내놓은 5500억원 투입해 ‘25배 속도 원천기술개발’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이미 나와있는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면 된다”면서 “세계적인 천재들이 만들어놓은 기술을 한국 정부가 국가 예산을 쏟아붓는다고 그보다 더 잘 만들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과기정통부의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개발 정책은 한마디로 한국형유튜브, 한국형 컴퓨터 OS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전혀 시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예산낭비성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 블록체인 산업계의 최대 걸림돌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이 때문에 실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코인거래 외에 블록체인을 이용, 실제 실생활에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는 전무한 게 현실이다.
이유는 중앙화방식과 비교하기 힘든 블록체인의 고비용 구조 때문이다. 이는 누군가의 감시가 싫어 탈중앙화에 나섰지만 이를 위해 컴퓨터를 여러 대 써야 하는 블록체인의 태생적 문제에 기인한다. 결국 분산을 위해 수많은 컴퓨터 소유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고, 결국 그 보상에 드는 비용이 기존 중앙화 시스템보다 훨씬 비싼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냈다.
설상가상으로 분산된 사람이 많으니 말도 안 듣고 합의하는데 엄청난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는 등 비효율적 구조를 드러낸 게 현 블록체인산업의 실상이다. 전문가그룹은 지금은 블록체인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탈피할 것인가가 시장 및 응용분야 확대의 핵심사안이라며 원천기술개발은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한 전문가는 “블록체인 기술 속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정부가 수천억원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이미 나와 있는 세계적인 기술 이상으로 만드는 것 자체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 정부주도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것은 각종 증명서 등 극히 일부 서비스 뿐
일각에서는 학위증명서 등 위조가 가능한 각종 증명서 발급의 경우 정부주도 블록체인기술이 필요한 분야라고 지적한다. 각종 증명서 발급시 브로커가 끼어 돈으로 가짜 증명서를 발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고 고비용 구조라도 한정된 수요는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정아 사건처럼 가짜 학위증명서를 발급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기존에 1000원으로 발급하던 학위증명서를 블록체인기반 10만원에 발급하더라도 신뢰성 측면에서 수요는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각종 증명서처럼 공신력이 있어야 하는 정부 공공서비스의 경우 위∙변조 방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전체 시장규모에서 극히 미미한 니치 수요이기 때문에 정부가 5500억원을 투입해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 과기정통부의 꼼수, 1차 탈락 후 노선변경,또 신청,5500억원 노리는 배후 집단은?
과기정통부가 한국형 블록체인 국산화라는 명문을 내세우자 한국형 인공지능(AI)국산화, 4차산업 기술 국산화, 한국형 데이터센터 국산화 등 기존 한국형 플랫폼에 제목만 바꾼 채 또다시 ‘한국형 유튜브’를 국산화하겠다는 과대망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 탈락한 바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당초 유통·문서·투표·의료·기금·데이터거래·팩토리(제조) 등 7개 분야 실증 서비스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1차 예비타당성에서 탈락하자 급하게 노선을 변경, 블록체인 실증 서비스 기술 개발에서 블록체인 원천 핵심 기술 개발로 방향을 바꿔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로 재차 예산확보에 나선 셈이다. 노선을 바꿔 또다시 5500억원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꼼수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 실무라인에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개발’이란 그럴듯한 정책명분을 제안, 이른바 시장을 모르는 담당 공무원을 펌프질해 5500억원대의 천문학적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과대망상적 정책이 수립되도록 한 컨설팅집단 및 배후세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왜 정부주도로 한국형 구글도 만들고 페이스북도 만들고 우버도 만들고 PC운영체계도 만들어 한국형 플랫폼 국산화에 나서지 그러느냐”면서 “이런게 시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국책자금 빼먹는 전문 브로커와 정부산하 출연연구소 연구원들에게 당해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대표적인 과대망상적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예비타당성 신청서가 제출되면 과기정통부 자체적인 1차 평가를 거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평가를 통해 내년 5월께 최종 결과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
과기부는 5500억원규모 블록체인 기술개발 국책과제를 따기위해 최종 블록체인 성능 목표치로 10만TPS를 설정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TPS는 초당 처리 속도로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안전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데, 이는 카카오계열 블록체인 기술개발회사 그라운드X(대표 한재선)가 개발중인 메인넷 클레이큰 최대치 4000TPS보다 25배 빠른 수준이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업계 및 벤처산업계는 이미 민간기업에서 치열하게 개발중인 기본기술을 관주로도 한국형 플랫폼이란 명분으로 55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실효성도 없다면서 향후 이걸 한국형 표준으로 정하고 법령으로 강제화, 모든 기업이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 국산화를 들고 나온 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그동안 기존 인터넷과 확실히 차별되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린 네트워크 처리 속도 등으로 확장성이 떨어지고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고 해럴드경제는 보도했다.
향후 블록체인을 IoT(사물인터넷)와 접목할 경우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받쳐줄 수 있는 네트워크 처리 성능은 필수라고 과기정통부 관계자가 설명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전체 예산의 20~30%만 실증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배분하고 나머지는 모두 블록체인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곳에 투입하게 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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