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룡 이마트가 무너지고 있다. 이베이,11번가, 쿠팡 등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업체들의 약진에 밀려 전통적 유통강호인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가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이커머스시장이 연간 100조원대(거래량 기준) 규모로 폭풍 성장하면서 이마트 대형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 발길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필두로 한 스타트업 이커머스업체가 이제는 공룡 대기업 이마트의 쇠락을 몰고 오면서 유통시장 판도변화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피치원미디어가 자체 분석한 지난해 신세계그룹 이마트 매장별 매출 및 영업이익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142개 매장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이상 감소했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1535억원에서 올해에는 743억원을 반 토막이 났고 이런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 혁신적 이커머스 유통서비스에 무너지는 이마트, 오프라인 공룡의 위기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3월 일산 덕이점을 매각했다. 일산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덕이점은 2006년 10월 20일, 이마트가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월마트에서 이마트로 간판을 바꾼 대표적 매장이다.
2006년 당시 ‘월마트가 이마트로 새롭게 탄생합니다’란 문구를 내걸었던 덕이점은 토종 대형마트 이마트가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승리, 월마트를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만들었다는 찬사가 쏟아졌던 상징적인 매장이다.
월마트인수 후 매장 수를 급격히 늘려온 이마트는 이커머스 업체 등장과 온라인쇼핑이 폭풍 성장하는 2015년 이후 매년 매장을 폐쇄하는 등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3월께 경기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덕이점을 폐쇄한 이마트는 지난해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을 매각,폐쇄했다. 이어 하남,평택부지를 매각했고 SSG 푸드마켓 목동점도 문을 닫았다. 2016년 147개에 이르던 이마트 전국 매장 수는 매년 2,3개씩 폐쇄하면서 현재 142개수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베이,11번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온라인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추세는 이마트 매출감소 및 영업이익 감소세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7조491억원의 매출에 46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매출액 4조2260억원은 같은 해 3분기 매출액 4조 7277억원보다 10.6%나 감소, 5012억원이 줄어들었다.
4분기 영업이익 역시 614억원으로 같은해 3분기(1946억원)대비 1332억원이 줄어들어 무려 70%가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마트의 하락세는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 1분기 이마트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535억원)와 비교해 무려 51.6%가 급감했다.
이마트의 위기는 자본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마트 주가는 16일기준 14만5000원으로, 2011년 5월 신세계에서 분할된 뒤 처음으로 15만원대 이하로 주저앉았고, 시총은 겨우 4조420억원규모.
이마트 기업가치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으며 10조원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쿠팡의 40%수준에 불과할 만큼 초라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9일 이마트의 계속된 실적 부진을 반영해 이마트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이마트 신용등급을 현 ‘안정적’단계인 ‘BBB’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조만간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출 계획이다.
■ 이마트의 위기,“추락하는 이마트는 날개가 없다” 향후 더 비관적
심각한 것은 향후 이마트 실적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점이다. 기본적으로 이마트의 핵심사업인 대형마트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8%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분기 실적 역시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적자 폭만 쌓이고 있다는 점도 이마트 위기를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5조7000억원대에 이른 차입금 규모가 올해 말에는 6조4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온라인쇼핑몰에 맞서 대형매장을 중심으로 ‘국민가격’슬로건을 내세워 반값 세일 등 온라인쇼핑몰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온라인사업이나 전문판매점 등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3월 분사한 ‘SSG.COM(일명 쓱닷컴)’은 이미 100억원대가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0억원대 누적 적자가 예상된다.
실제 이마트는 ‘SSG.COM’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고객 확보에 나섰지만, 이커머스에 빼앗긴 고객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프라인 매장고객은 급전직하로 줄어들고, 온라인 방문자 수는 제자리를 맴도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공을 들여온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만물상 ‘삐에로쇼핑’, 고급슈퍼 ‘PK마트’ 등 전문점 역시 적자 규모가 300억원대에 육박하는 등 좀처럼 실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는 “이미 식품은 물론 생필품, 가전제품까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는 온라인쇼핑이 일반화하면서 오프라인 대형매장 및 전문점 방문객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마트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노브랜드 전문점’,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온라인쇼핑몰에 맞서 경기 하남과 고양에 이어 수원,안성, 창원,청주,청라 등에 대형 스타필드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노브랜드 전문몰 역시 200개에서 더욱 확대하고, 창고형 할인매장 역시 올해 2개를 더 오픈, 총 18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타필드 등 대형복합쇼핑몰을 확충하면서 이마트의 차입금은 올해 연말께 6조4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를 통해 실적개선에 실패할 경우 이마트는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1조원대가 넘는 투자계획을 앞세워 쓱닷컴을 통해 향후 온라인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트 온라인사업 실적은 여전히 미미하다. 이마트 온라인사업은 2017년 2조725억원,지난해 2조4009억원,올해 3조1000억원대로, 온라인시장 점유율은 고작 2.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연간 100조원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이베이(G마켓과 옥션)가 13.5%로 1위,11번가 8.1%, 쿠팡이 7.1%를 차지하며 빅3를 이루고 있다. 이마트 온라인사업은 여전히 이들 ‘빅3’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특히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의 승승장구가 신세계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직접적 위협요소라는 게 자본시장의 분석이다. 실제 쿠팡은 신세계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신선식품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물론 기술혁신을 통해 온라인배송역량에서도 신세계를 능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적 유통사 까르푸와 월마트를 한국 시장에서 쫓아낼 만큼 독보적 지위를 유지해온 이마트도 불과 20년도 채 안 돼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의 등장으로 쇠락하며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커머스시장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해볼 때 향후 2,3년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오프라인 대형매장 시장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연간 150조원대 볼륨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와 쿠팡의 진검승부는 이미 불을 뿜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