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대출공급 부족’ 상태다. 아파트 담보를 넣고도 4%가 넘는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신용대출은 10%대에 육박한다. 대부업체는 수십%대의 엄청난 고금리를 받는 등 이른바 ‘약탈적 대출’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이 완전한 경쟁체제를 갖추지 못하면서 금융시장은 여전히 수십 년째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이 늘 소비자 중심이 아닌 은행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장개설 등 주요 업무를 오프라인 대면문화로 처리하고, 수많은 오프라인 점포영업을 통해 지금껏 예대마진 사업을 해온 시중 은행의 금융상품은 고비용구조로 선진국에 비해 늘 금리가 높다. 서민들의 신용대출은 기피하고 서민은 결국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에 고금리 자금을 쓸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처해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기존 금융권이 더욱 혁신하도록 유도하는 ‘메기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출범 1년째를 맞지만 인터넷은행의 목을 죄는 금융적폐의 폐해는 여전히 건재하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인터넷은행의 성장판을 움켜쥔 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숨통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무엇보다 과점이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기반으로 한 약탈적 금융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불완전 경쟁체제로 소비자가 부당하게 큰 비용을 부담하는 현 금융구조를 빨리 완전 경쟁체제로 발전시켜 초저금리 시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 ‘메기’가 바로 인터넷은행인 것이다. 모바일기반 혁신적 기술과 파격적인 상품, 저비용구조의 사업모델은 필연적으로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어쩐 일인지 여전히 인터넷은행 ‘메기’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문재인정권 출범 1년이 되도록 ‘인터넷은행 옥죄기’규제는 변함없다.
■ 왜 인터넷은행인가, ‘메기’를 죽이려는 금융당국의 민낯
인터넷은행 등장이 의미가 있는 것은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혜택 뿐아니라, 인터넷은행 자체가 세계적으로 성공사례가 없는 새로운 블루오션 마켓이기 때문이다. 인터넷강국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해외 진출이 가능할 수 있는 금융비즈니스다. 아파트 담보 대출기반인 현 은행대출 모델은 수출할 수 없는 상품이다.
KB국민,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지금 대한민국 은행 포맷으로는 원천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은 불가하다. 바로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블록체인 기반 크립토생태계(일명 코인생태계)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내에선 인터넷은행, 크립토생태계는 발전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1년째인 인터넷은행. 과연 어떻게 돼 있을까? 메기효과는 여전히 유효한가? 카카오뱅크 돌풍으로 긴장했던 시중 은행은 1년전 전자금융을 확대하니, 앱을 통합 개발하니 야단법썩을 떤 바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시중 대형 은행은 인터넷은행에 관심조차 없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이 클 수 없도록 강력하게 목줄죄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식 금감원장 내정자가 낙마 직전 “인터넷은행들이 10%대 중금리 대출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뜻을 밝혀 양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크게 긴장한 바 있다. 이미 김기식 전 원장의 경우 야당시절부터 반재벌 정서가 강해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온 터라 더욱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
문제는 그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 기조가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1년만에 양사 모두 각각 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데다,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당장 대출해줄 돈도 없는 실정이다.
10% 높은 고금리 신용대출은 꿔줄 돈도 없는 데다, 수익성 자체도 형편없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은행 역시 신용등급 3등급 이하 담보잡고,신용좋은 고객 중심으로 4%대 대출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우량고객 대출만도 넘쳐나고 있는 탓이다. 신용 대출수요는 넘치지만, 돈이 없어 손 놓고 있다.
KT가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18%의 지분을 가진 KT는 증자해야 하지만, 진퇴양난이다. 지난해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케이뱅크는 3월 말 기준 고객 수 71만명, 수신 규모가 1조2900억원, 여신 1조3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대출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해줄 자금이 없다. 당연히 증자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주주가 많은 데다, 현행 은산분리 법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1000억대 유상증자, 자본금을 3500억원으로 늘렸지만, 또다시 대출수요가 몰려 자본금 규모를 5000억원대 이상으로 확충해야 할 상황.
케이뱅크 증자가 여의치 않은 것은 산업자본이 은행주식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이중 의결권은 4%까지만 허용되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돌풍의 주역 카카오뱅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말 기준 누적가입자 수 546만명에 여신은 5조5천100억원, 수신은 6조4천700억원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역시 금산분리 규제로 카카오뱅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폭발적인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5000억원을 증자, 자본금을 8000억원대로 확충한 데 이어 지난 3월 7일 이사회를 개최,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카카오뱅크 자본금은 1조3000억원 규모로 늘어나며 카카오뱅크의 자기자본비율은 13.7%. 문제는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을 10%만 보유하고 있고, 유상증자 실권주는 최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가 이를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해 12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여전히 모바일에서만 가능하고 시중은행처럼 PC기반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도 해야 하고 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한 자본확충도 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4% 제한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 21세기 치열한 글로벌질서 속에 아직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위험하다’는 20세기적 경직된 가이드라인을 고집하며 혁신적 금융서비스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 여전히 조 단위 투자를 해야 하는 대주주에게 더 이상 투자하기를 주저케 하는 게 현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정책의 근간이다.
■ 은산분리 규제의 꼼수, 금융당국이 진짜 노리는 속셈은 ‘밥그릇 전쟁’
금융위가 고집하는 은산분리 규제법의 근간은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인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왜곡 등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게 골격이다. 즉 비금융회사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강제화한 규제법이다.
물론 지금도 은산분리 규제는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를 감안, 이젠 좀 더 정교한 방법으로 감시하고 규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삼성 등 거대 재벌 대기업군의 금융회사 소유를 막기 위한 은산분리 규제는 완화하되, 좀더 정교하게 규제하는 체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KT와 카카오가 이런 의결권 지분에 대한 제한 없이 과감하게 투자하고 혁신적 금융상품과 모바일서비스를 앞다퉈 개발, 기존 금융시장의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계적 성공모델로 발전시켜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계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인터넷은행 2개사는 여전히 한해 14조원대 여신 규모에 불과, 취급고기준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 대형 은행 1개사에 비해 2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 자산 규모 역시 시중 대형은행의 경우 대략 350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해볼 때, 경쟁 자체가 불가하다. 혁신적 금융서비스인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예외적으로 적용, 세계 최고수준의 성공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한국카카오은행이 자회사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카카오는 이면 합의를 통해 의결권에 상관없이 경영권 행사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규제 때문에 매우 불안한 편법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의결권 4% 독소조항으로 인터넷은행은 여전히 제대로 힘쓸 수 없는 절름발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꼴이다.
전문가그룹은 결국 대주주 향방이 모호한 인터넷은행 역시 수년이 지나면 기재부와 금융위와 금감원 고위관료가 낙하산으로 회장과 감사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금융관피아의 활동무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런 규제 칼날에 숨어있는 깊은 뜻이라고 비꼰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인터넷은행의 미래는 매우 어둡고 불투명하다”면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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