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거래에 대한 규제정책을 준비하면서 관련 민간기업의 의견을 청취한 적도, 이를 공론화해 시장과 업종별 상충된 의견을 종합하는 정부주도 공청회 한번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부처별 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조율조차 하지 않은 채 금융위원회, 법무부, 기재부 등 부처별로 제각각 정책을 발표하는 데다, 청와대 역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부처에 책임을 떠맡기는 듯한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전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등 정치권에서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2030세대들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폐쇄정책 등을 강력히 반대하자 청와대 역시 선거 표를 의식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부처별 조율, 정책발표 이전에 당정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총체적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경직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한국 가상화폐 가격이 미국 일 등과 비교해 40% 이상 비싸게 형성되는 등 ‘김치프리미엄’역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빚어진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열된 투기 광풍을 잠재우고 블록체인 시장에 지속적 관심을 갖는 건전한 투자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차단하는 거래소폐쇄조치 같은 반시장적 정책이 아니라, 실명제와 자금세탁 및 불법거래의 자금유통 경로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보완적 규제정책들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금융위에서 법무부, 또다시 국무조정실로 이관된 가상화폐 대책 대응TF팀
정부는 15일 가상화폐 실명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가상화폐 거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히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주 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조치’방안 발표이후 청와대가 직접 나서 정부의 최종안이 아니라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는 데다, 가상화폐 시세가 회복세를 보이자 이날 국무조정실 주관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브리핑을 통해 재차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위, 법무부 중심으로 주도해온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방안에 대해 국무조정실이 의견을 취합해 종합 발표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지난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고 해명하고 “앞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이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등 법무부 장관 발표 이후 불거진 비판여론을 의식해 정부조율과정을 거치겠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과도한 가상통화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간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브리핑자료를 통해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은 “이 때문에 가상 통화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며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개인 스스로 이를 신중하게 판단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으니 개인투자자 스스로 신중할 것으로 당부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가상통화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국무조정실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가상통화에 대한 부처 입장을 조율하는 등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대책 부작용의 주범은 법무부∙국무조정실 뒤에 숨은 금융위의 반시장적 행태
지난주 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조치 발표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시중 은행권을 압박하자 신한은행의 경우 가장 먼저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서비스 도입’중단방침을 밝혔다가 은행 이용 고객과 가상화폐 투자자로부터 엄청난 후폭풍을 맞으며 결국 곧바로 백기를 들었다.
신한은행은 금융위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발표했다가 은행 고객이 대거 “신한은행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실명확인서비스도입을 연기한다고 기존 입방을 번복했다.
금융위는 지난주 12일 법무부 발표이후 신한∙국민∙우리∙농협∙기업∙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소집, 가상화폐 관련 긴급회의를 개최, 이같이 압박했지만, 청와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가 최종 정부안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빌미로 은행들을 압박, 기존 은행권과 가상화폐거래소 업체들이 그동안 협의해온 자율규제안을 무시한 채 일방적 거래실명제 도입을 밀어붙여 민간기업과 은행권이 합의한 안정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마련할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측은 주장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설립 준비위 김진화 대표는 “지금 정부가 모든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자율규제안에 따라 1월 1일부터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할 시장이 지금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된 것은 모두 정부 당국의 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 측은 실제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애초 금감원 주도로 협회와의 논의를 통해 본인확인 강화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사실상 실명제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관련 업계는 금융위가 법무부 뒤에 숨어 시중 은행들을 부당하게 압박하며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못 하게 하거나, 극도로 제한하는 규제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협회 주요 회원사들은 이번 한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정책 발표로 김치프리미엄이 더욱 올라갔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대거 해외로 옮겨가는 등 풍선효과와 음성화 등 향후 발행할 각종 범죄와 사기 가능성 등 모든 것을 금융위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가상화폐,블록체인 시장 정착을 위한 컨트롤타워 작동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권 최대 위기 시그널이 커졌다. 청와대 경제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설익고 반시장적 정책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최첨단 기술과 트렌드, 그리고 그러한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신산업과 새로운 블루오션에 대한 국가적 철학이 없다 보니, 법무부장관이 블록체인산업의 쇄국정책을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는 갈팡질팡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젠 한술 더 떠 국무조정실이 앞으로 이를 조정해 발표하겠다고 15일 공식 브리핑하는 등 정부의 가상화폐 대응 주무 부처가 금융위에서 법무부, 이젠 국무조정실로 또다시 바뀌는 갈지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사전 정책적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시장과 관련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생긴 정책착오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실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경제부총리도, 청와대 경제수석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발표하는 전근대적 정책접근에 시장과 투자자, 벤처산업계는 실소를 금치 못한 바 있다.
전문가그룹은 “법무부가 어떻게 글로벌 신기술과 이를 통해 만들어질 밸류체인과 신산업 수요를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느냐”면서 “이런 게 바로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 깨는 전형적인 악폐정책”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김진화 대표는 “기술이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그것의 장점을 성장의 엔진으로 전환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러한 역량이 그 사회의 수준과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투자업계는 “정부가 아무리 투기가 단정하고 규제를 한다고 해도 이러한 글로벌 투자 물결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결국 다른 나라에 선점의 기회를 넘겨줄 뿐 아니라 국부가 유출되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그룹 역시 “빈대 잡으러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기존 금융산업 보호를 위해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막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쇄국정책이라며 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조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투자자그룹은 향후 법무부의 강경일변도 규제정책과 관련한 입법과정에서 행정소송 등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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