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칩에서 발견된 보안취약점으로 인해 최악의 컴퓨터프로그램 오류로 기록되고 있는 인텔 CPU게이트 사건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부가 지난해 말 540억원을 들여 구매 중인 슈퍼컴퓨터 5호기의 경우 인텔의 단종된 불량 CPU를 채택, 사실상 구매해선 안 될 재고떨이 수준의 슈퍼컴인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말 구매계약을 맺은 슈퍼컴퓨터5호기 도입 건이 실제는 인텔 CPU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 인텔 내부에서도 단종 조치한 사실상 불량 CPU를 채택한 하자투성이의 ‘정상 판매불가 슈퍼컴’수준인 것으로 밝혀져 국민혈세 540억원이 허공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국내 정부가 KISTI를 통해 구입한 슈퍼컴퓨터 5호기의 경우 핵심 CPU가 인텔 제온파이 프로세서로, 최근 2년여간 심각한 성능 하자로 세계적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텔이 급기야 단종 발표한 불량 CPU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 x86계열 CPU의 경우 보안 문제로 전세계 모든 정보기기의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사태를 일으켰다면 슈퍼컴퓨터용 제온파이 프로세서 CPU의 경우는 성능에 치명적 하자가 발생, 고성능 연산 자체가 불가능한 ‘불량 CPU’로 이를 내장한 전 세계 유력 슈퍼컴퓨터 운영기관의 슈퍼컴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Department Of Energy)는 지난해 이미 구축돼 있는 슈퍼컴퓨터의 제온파이프로세서의 성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 인텔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텔로부터 제온파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를 포기(drop)하는 대신 차기 CPU를 개발해 지원해준다는 내용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에너지부의 경우 인텔 제온파이프로세서의 경우 성능구현에 하자가 발생, 이를 통해 슈퍼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수 없는 치명적 문제를 공식 제기했고 인텔이 이를 받아들여 차기 CPU를 개발, 무상 공급키로 합의한 상태다.
국가 예산 54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슈퍼컴 5호기 구축사업은 지속적인 증설과 성능개선을 통해 수십 년간 활용해야 할 국가 인프라 IT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증설 및 지속적인 성능개선 자체가 불가능해 수년 내 무용지물이 돼 용도폐기가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나 엄청난 국고 낭비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KISTI 내부에서 2015년 전후 인텔의 지원으로 슈퍼컴퓨팅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온파이 프로세서가 실제 구현 성능상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 이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경우 확장성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피치원미디어 취재결과 밝혀져 심각한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사실은 슈퍼컴퓨터 전문사이트인 ‘톱500’이 최근 도입계약을 끝낸 한국의 슈퍼컴퓨터 5호기가 사실상 단종돼 더 이상 판매도 하지 않는 재고떨이용 불량 인텔 CPU를 무더기로 채택했다고 지난해 11월 15일자로 보도한 바 있다.
‘탑500’은 ‘인텔,나이츠힐을 버리다,제온파이제품 라인의 불투명한 밀(Intel Dumps Knights Hill, Future of Xeon Phi Product Line Uncertain)’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 인텔이 제온파이 프로세서 ‘나이츠힐(knights hill)을 차세대 로드맵에서 제거(removing)했다고 보도했다.
톱500 사이트는 인텔 데이터센터그룹 GM인 트리쉬 담크러거가 지난 15일 주중에 개최된 슈퍼컴퓨팅 콘퍼런스(SC17)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인텔이 수년 전 제온프로세서 기반의 계산 전용 CPU인 제온파이 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기존 제온프로세서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2년 전부터 이를 채택한 미, 유럽 등 주요 국가 슈퍼컴퓨터센터 기관에서 제온파이 기반 슈퍼컴퓨터 성능에 치명적 하자가 발생, 제온파이 제품의 결함을 잇따라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톱500 사이트는 기사 본문 중 ‘속임수(tricked-out)를 쓴 제온클러스터를 채택한 제온파이 슈퍼컴퓨터’라고 표현, 제온파이 프로세서 성능이 당초 인텔이 공개적으로 발표했던 성능에 비해 턱없이 저성능이고, 확장 자체가 불가능한 데다 거꾸로 범용 CPU인 제온프로세서보다도 성능이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유럽의 슈퍼컴퓨터 운영기관이 일제히 인텔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등 사실상 ‘속임수 프로세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 기존 인텔 제온프로세서가 성능이 뛰어난 CPU 20여개만 채택하는 반면, 제온파이 프로세서는 저성능의 CPU 72개를 엮은 구조인 탓에,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지 않는 데다, 이를 채택한 각국 슈퍼컴퓨터운영기관에서 자체 설계 및 SW상의 업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한 등 확장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KISTI만 단종 모델임을 감춘 채 재고떨이용 CPU를 밀어내려는 인텔의 마케팅에 놀아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종 모델 슈퍼컴퓨터도입에 540억원대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믿기 힘든 국책사업을 버젓이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텔 제온파이 프로세서의 경우 성능상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불량 CPU로 미, 유럽의 대형 고객사 항의로 단종을 결정했지만, 한국에서만 540억원대를 주고 구매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KISTI 담당 정책결정권자들이 이런 세계적 트렌드를 모를 리 없는 점을 감안, KISTI와 미 크레이, 인텔 사간의 유착 관계와 불법적 거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향후 과기정통부 및 감사원 차원의 정밀조사와 함께 구매결정 담당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슈퍼컴퓨팅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텔이 제온파이 프로세서를 단종할 것이란 예상은 대부분 예측됐던 트렌드였다”면서 “인텔 역시 사기는 아니지만, 실제 개발에 실패한 모델의 단종을 숨긴 채 540억원대 슈퍼컴 판매를 결정했다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텔이 SC17행사에서 제온파이 프로세서를 차기 엑사스케일(Exa=팩타플롭스의 1000배)에서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한국형 슈퍼컴퓨터 5호기는 글로벌 슈퍼컴퓨팅 메인스트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밖에 없어 한국의 국가슈퍼컴퓨팅 운영 방향에 근본적 문제를 안게 됐다.
이에 따라 국책사업인 슈퍼컴퓨터 5호기 도입 건이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한 저성능 사양으로 구축돼 사실상 초기투자비 540억원을 날린 채 실패함에 따라 국가 슈퍼컴퓨터사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된다.
KISTI는 지난해 12월과 최근 미국 인텔이 제공한 설계도면대로 PCB보드를 단순 제작해놓고 마치 이를 자체 기술로 개발, 슈퍼컴퓨터 시스템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한 것처럼 발표하는 등 두 차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바 있다. 주무 부처 과기정통부 차원의 대대적인 슈퍼컴퓨터 5호기 입찰과정에 대한 정책감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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