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의 귀재’, ‘한국 M&A산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회사를 매각, 30년간의 파란만장했던 투자업계 신화를 마감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M&A계의 전설’로 불리던 권성문 회장이 또 다른 M&A전문가에 의해 사실상 회사를 빼앗기다시피 하며 헐값에 넘기며 30년 투자경력을 마무리해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권성문(55) KTB투자증권 회장과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이병철(49)대표는 2일 KTB투자증권 보유주식 1324만4956주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매매대금은 주당 5000원으로 총 662억2478만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총 1000억원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주식매각대금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총 2000억~3000억원선에서 양측이 1년 넘게 지루한 매각 협상을 진행해온 바 있다. 지난해 중반기기준 권성문 회장 측은 경영권프리미엄을 1000억원, 이 부회장 측은 400억원선을 놓고 치열하게 협의를 해온 바 있다.
결국, 권 회장은 이 부회장이 그동안 용의주도하게 지분매입을 계속해온 데다, 지난해 6월 KTB투자증권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더 이상 매각대금 인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헐값에 매각 도장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업계는 이번 딜에 대해 이병철 부회장이 적대적 인수합병에서 완벽하게 승리한 것은 물론 권성문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철저하게 당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우 용의주도하고 풍부한 인수합병 경험을 갖고있는 권성문 회장이 어떻게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당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이병철 부회장의 뛰어난 M&A전략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초 회사지분 및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고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세부 협의를 1년 가까이 진행해온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KTB투자증권은 향후 부동산 전문 증권회사로 전환하게 된다. 이병철 대표는 현 KTB투자증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권성문 회장과는 이런 인수합병을 위해 오랜 기간 신뢰를 구축, 매각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B투자증권은 권 회장의 뜻과는 정반대로 헐값 매각 수순으로 마무리됐으며 투자업계의 기린아 권성문 회장 역시 젊은 기업사냥꾼 앞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있다”는 우스개소리를 남긴 채 쓸쓸히 퇴장하는 운명을 맞게됐다.
이로써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며 M&A업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불리는 권성문 회장은 M&A업계에 뛰어든 지 30년만에 스스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당하며 ‘권성문 투자신화’를 마무리하게 됐다. 최대주주인 권 회장은 KTB투자증권 지분 20.62%를 보유하고 있으며, 권성문 외 4인이 37.10% 지분 확보하고 있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은 현재 KTB투자증권 지분 12.88%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이병철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대표이사이지만 실제로는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KTB금융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딜은 지배 구조상 KTB금융그룹 전체를 매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 증권가의 새로운 다크호스 이병철,김승유 사단의 핵심인물
중소형 증권사인 KTB투자증권의 새로운 대주주 이병철(49) 부회장은 미국 MBA출신으로 부동산과 금융을 결합한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인물이다. 과거 다올신탁 대표 시절 지분 지분매각으로 450억원이 넘는 돈을 확보한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KTB투자증권의 지분을 10% 가까이 확보할 수 있었다.
이미 권성문 회장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KTB투자증권 주총을 통해 권 회장에 의해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된 인물이다. 투자업계가 권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철저히 당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런 대목 때문이다.
이병철 신임 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KTB투자증권 지분을 매입해왔고, 그동안 300억원대 가까운 매입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고,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 부회장은 부동산금융 전문가로서 종종 김승유(74)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인맥인 이른바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돼 금융권에선 이미 유명한 인물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고 김 회장 재임시절 다올신탁(현 하나자산신탁)을 매각, 막대한 자금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신탁사인 다올신탁은 2004년 다올부동산신탁을 거쳐 2009년 다올신탁으로 간판을 바꾼 바 있다. 하나금융에 편입된 시기는 2010년 3월. 김승유 회장이 재임(2005년 12월~2012년 3월) 때로 하나금융은 다올신탁 지분 58%(580만주)를 주당 8800원(액면가 1000원)인 510억원에 사들여 특혜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다올신탁은 하나다올신탁으로 사명을 바꾸고, 자회사인 다올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의 손자회사로 편입되는 행운을 잡는다.
당시 하나금융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이병철 당시 대표는 지분 45.8% 중 25.8%(258만주)를 넘겨 227억원을 현금화한다. 이후 2013년에는 100% 자회사로 편입되며 이 대표는 또다시 224억원을 현금화한다.
두 차례에 걸친 다올신탁 지분 45.8% 매각으로 이병철 부회장은 총 451억원을 거머쥔 셈이다. 지분 매각과 함께 이 대표도 하나금융을 떠났고, 이후 2014년 2월부터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로 활동해왔다.
이병철 부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부동산증권에 특화한 IB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새로운 행보에 IB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 80년대말 벤처열풍기를 주도했던 권성문 회장의 영욕,그리고 쓸쓸한 퇴장
부동산 금융 전문가인 이병철 부회장의 이번 KTB투자증권 인수는 지분 3%매입부터 시작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며 지속적으로 권성문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해온 이병철 부회장의 치밀한 인수합병전략의 승리로 평가된다.
KTB투자증권의 약화한 재무여력과 불투명한 수익성 전망은 권 회장의 회사 매각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 부문 등의 점유율 하락으로 증권업 내 지위 급격히 떨어진 데다, 지난해 신용등급도 A-까지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 벤처투자자로 날리던 권성문 회장의 2008년 KTB네트워크의 증권업 전환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됐고, 설상가상 그 여파로 헐값에 회사를 넘기다시피 하며 회사를 떠나는 초라한 퇴장을 하게 됐다.
권 회장은 이미 기존 증권업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고 4년전부터 경기도 청평호반에 캠프통아일랜드라는 고급 리조트를 조성, 레저사업에 나서고 있다. 청평호반 3만평에 조성된 28개 호텔수준의 객실과 다양한 물놀이 인프라를 갖춘 놀이공간이다.
권성문 회장이 15년 넘게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운둔형 처세를 고집하고 있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드러났던 냉각캔 사건 때문이다.
당시 공공기관이던‘한국종합기술금융(KTB)’을 ‘미래와 사람’이란 신생회사가 지분 10%를 93억원에 인수하면서 일약 권성문 신화가 시작된다. 동부그룹 기획실 출신인 권 회장은 당시 캔을 따는 즉시 급속 냉각돼 시원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냉각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를 언론에 공개,엄청난 시세차액을 보게 된다. 물론 수년 후 냉각캔 사업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이 문제는 당시 서울경제가 1년이상 집중 추적보도하면서 사실상 사기극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으며, 당시 ‘미래와사람’은 실제 미국에서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마치 가능한 것처럼 언론홍보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권성문 회장은 냉각캔 사기극에 이어 KTB네트워크의 초기 벤처투자시 잡코리아,옥션 등 유망 기업에 회사가 투자하면서 권 회장 개인도 대거 투자해 수천억원을 엑시트, 심각한 모럴해저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권 회장은 그동안 언론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워렌버핏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지만,그의 투자경력은 선진 투자기법을 동원한 합법적 테두리를 맴돌았지만 온갖 편법과 정직하지 못한 모럴해저드의 반복이었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89년 미주리대학교 롤라교 경영학 석사(MBA),90년 오하이오주립대학교대학원에서 재무관리 박사과정을 수료한 권 회장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금융기법을 터득한 앞선 선각자였다.
그동안 엄청난 벤처투자 성공과 증권업 진출 등 화려하게 국내 M&A시장을 개척하고 투자업계에 한 획을 긋던 권성문 회장은 결국 그동안 자신의 탐욕과 일그러진 과욕이 빚어낸 과오를 반성하거나 되갚은 기회도 갖지 못한 채 황망히 투자업계를 떠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한평생 논란에 휩싸여 있던 M&A업계의 대부가 젊은 금융 전문가에 역전패하며 쓸쓸히 퇴장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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