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지정 기준상 네이버 그룹 창업자 이해진 씨의 지위는 (대기업) 총수가 되는 게 맞다”(공정위 입장)
“네이버는 상호순환출자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진 전 의장에 대해 재벌 대기업과 같은 총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네이버 입장)
네이버가 9월께 국내 처음 지정되는 자산 5조원 이상 ‘준(準)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게 확실함에 따라 네이버 대주주 이해진 창업자에 대한 대기업 ‘총수’ 지위 부여 문제가 벤처산업계는 물론 재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공정거래법을 시행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9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네이버는 올해 처음으로 이 집단에 포함될 전망이며, 공정위는 9월로 예정된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네이버의 자산과 이해진 전 의장의 총수 지위에 대한 분석 작업을 면밀히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지위를 부여받게 될 경우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대한 규제는 물론 공시의무가 부여된다. 현재 이해진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4.6%이고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76%)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기존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후 10조원대 이하 기업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자산 5조원대이상 기업에 대해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지난 14일 오후 정연아 법무담당 임원, 박상진 재무담당 임원 등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법률자문관실을 전격 방문,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포함에 따른 방안을 협의하고 네이버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은 준대기업 집단의 동일인 지위를 이해진 전 의장이 아닌 법인 ‘네이버’에 대해 부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는 공정위와의 면담에서 네이버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구조인 국내 대기업 군의 지배구조와 다르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동일인의 지위를 이해진 전 의장이 아닌 법인 ‘네이버’로 지정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포털 네이버 그룹이 포스코나 KT처럼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동일인이 총수가 아닌 기업집단’형태의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 공정거래법 2조 2호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은 ‘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가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동일인’이 회사인 경우와 개인인 경우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 내 실무차원에서는 포스코와 KT같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방안의 경우 이해진 전 의장이 사업내용을 지배하지 않고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객관적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와 정치권, 공정위 윗선에서는 현재 이해진 전 의장이 이사회의장에서 물러나 있지만, 네이버 사업내용을 지배하고 경영에 필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총수가 아닌 ‘네이버’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타 그룹과 형평성 차원에서 특혜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총수’지위 부여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창업주인 이해진 전 의장은 총수 지위를 얻고, 이 전 의장을 비롯한 가족과 특수관계인 등 총수 일가에 대한 사익 편취에 대해 규제를 받게 되고 관련 변동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이해진 전 의장이 14일 직접 공정위를 전격 방문한 것도 자신이 재벌 총수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네이버그룹의 경우 상호출자구조가 아닌 점을 내세워 공시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해진 전 의장은 총수 지위 부여에 따른 각종 공시의무와 자신을 포함 친인척의 모든 주식지분 변동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해진 창업자의 경우 친인척을 동원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변칙적인 사적 이득을 취한 적이 없을 만큼 ▶투명한 경영을 해온 점,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지만, 향후 대규모 투자 및 M&A등 중요 경영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여를 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굳이 법망을 피해 동일인 지위를 대주주가 아닌 ‘네이버’로 해 특혜시비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반면 벤처산업계는 “네이버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미국계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필요한 자국법을 통한 규제보다는 자유롭게 사업확장과 공격적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 측은 이 전 의장이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 투자 전략에만 전념하는 GIO(Global Investment Office) 역할을 맡은 만큼, KT, 포스코, 농협처럼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 기업집단과 남동일 과장은 “지난해에도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정되지 않은 바 있다”면서 “올해는 지정 가능성이 지난해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남 과장은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동일인과 관계자 지위 부여와 관련해 “현재 공정위 내부적으로 확정한 바는 없다”면서 “관례와 형평성 문제, 실제 사업내용을 누가 지배하느 냐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처음으로 지정되는 자산 5조원 이상 ‘준(準)대기업집단’ 지정은 지난해 9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기존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자산 5조~10조원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상호ㆍ순환출자 금지는 제외)가 적용된다.
이로써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기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과 ‘공시대상기업집단’(5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준대기업집단 역시 지정 기준인 자산총액의 경우 소속 국내 회사들의 지정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 ‘자산총액 합계’로 규정한다.
네이버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오래전부터 준비중이며,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 교환 계약을 맺는 등 이해진 전 의장이 지분이 4%대에 불과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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