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산하 25개 출연연구소가 정부출연금 집행을 투명하게 하려고 미래부가 7월부터 도입한 ‘정부 출연금 집행 월별 보고서’ 시행조치에 대해 집단 반발하고 나서 정부 출연연구소의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미래부는 정부 출연연구소에 대한 정부출연금 집행과정에서 연구소별로 월간 수억원에서 심지어 십억원 단위로 개발자금이 남아 이월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출연금 이자수익까지 발생하는 등 출연금 월별 지급 및 집행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연 단위로 보고해온 출연금 집행 보고서를 7월부터 매달 시행토록 각 출연연구소에 공식 통보했다.
미래부가 기존에 연간 단위로 해온 ‘정부출연금 지급 절차 안’보고서를 7월부터 매달 실시키로 한 것은 국회에서 “출연금이 매달 남아 이월되는 데 왜 매달 전액 집행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된 데 이어 기획재정부에서도 월 단위 미래부 출연금 국고요청 및 집행보고과정에서 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미래부가 이달부터 출연금 집행보고 및 다음달 집행계획 보고서를 매달 제출하라는 내용을 통보하자 25개 출연연구소가 일제히 불필요한 업무인 데다, 오히려 연구개발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 출연연의 집단 반발은 그동안 1년에 한 번만 예산집행 보고서를 제출하면 매달 꼬박꼬박 출연금이 입금돼온 상황에서 매달 보고서 제출에 따른 번거로움과 방만하게 운영해온 출연금에 대한 월 단위 회계적 처리문제에 불편함이 예상되자 집단 반발하는 것으로 피치원미디어 취재결과 18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국민 혈세인 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정부 출연금을 수백억원, 수천억원씩 사용하는 정부 출연연구소가 매달 집행내역과 다음달 집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연간단위로 하겠다는 것은 기존처럼 1년에 한 번만 보고하고 편하게 정부예산을 쓰겠다는 발상이라며 출연연에 만연한 주먹구구식의 방만한 ‘예산집행’관행을 질타하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출연연은 연구소마다 매달 수억원에서 십억원대가 넘는 출연금을 소진하지 못해 이월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이른바 ‘쓸 것보다 과다 요구해 항상 출연금이 남는’ 출연금청구 부풀리기 관행에 제동이 걸릴까 봐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번 기회에 정부 출연연구소에 만연한 출연금 퍼주기 관행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미래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한국원자력연구원 등 25개 산하 출연연구소가 있으며 이들 연구소가 사용하는 한 해 출연금은 총 2조원에 달한다. 미래부 산하 연구원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 출연연은 연간 1810억원을 사용하는 KIST이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460억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1272억원을 집행,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한 출연금 지급방식은 매년 1월초 각 연구원에서 연간 월별집행계획서를 제출하면 기재부 국고 지급시스템을 통해 매월 자동으로 집행되고 시스템상에 예산 집행 기록이 남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이번 미래부의 조치로 앞으로 25개 정부출연연구소 출연금 집행상황은 매달 집계되는 것은 물론 다음 달 예산집행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출연금 지급 절차안’은 이미 5년전에 마련된 것으로, 미래부가 그동안 출연연 행정편의를 위해 시행을 유예해, 연간 단위로만 계획서를 받아왔지만 최근 국회 및 기재부에서 반발함에 따라 7월부터 전격 시행키로 한 것이다.
문제는 미래부의 이번 조치로 25개 정부출연연구소는 그동안 방만하게 관리해온 출연금 집행 및 월별 예산수립에 비상이 걸린 상태며, 특히 월 단위 신청금액과 집행금액이 큰 차이가 없도록 회계적으로 관리, 집계해 보고하는 문제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국민 혈세를 기반으로 정부 예산을 쓰면서 실제 연구비보다 과다 신청해 매달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출연금이 남아 이월되는 것은 물론 적립출연금 이자까지 발생하는 등 출연연구소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각 정부 출연연은 집행내역 보고서는 별 큰 문제가 없는데, 다음 달 출연금 사용 계획서를 작성하는 문제를 놓고 연구과제별, 연구원 별 개발비 및 인건비, 시설비를 어떻게 책정해 연초 계획금액과 맞추느냐를 놓고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 너무나 당연하다는 미래부, “매달 3장짜리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미래부 입장은 단호하다. 미래부는 이미 연초 연간집행 계획서를 다 마련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근거, 세분화해서 월별로 집행결과 및 익월 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래부는 25개 출연연 대부분이 매달 출연금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심지어 10억원 단위가 넘는 출연금이 집행되지 못하고 이월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런 현상이 각 연구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실제 쓸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신청한 후, 남는 예산을 자체적으로 필요한 비용 등으로 변칙 지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향후 면밀히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연구개발정책실 연구기관지원팀 한성일 서기관은 “당월에 어떻게 출연금을 집행했는지, 그리고 다음 달에 얼마를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를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인건비와 경상비, 사업비 등으로 A4용지 3장 분량으로 제출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성일 서기관은 “미래부 역시 기재부에 매달 출연금 지급을 요청할 경우 국고요청에 따른 집행보고 및 예산집행계획서를 제출한다”면서 “이는 연구소 회계팀에서 별도 업무가 새로 생긴 정도이지 이로 인해 연구원들의 연구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과장된 엄살”이라고 일축했다.
한 서기관은 예산의 경우 연구소별로 수백억원, 천억원 단위로 집행되는 점을 감안, 이러한 월별 실적결산 및 예산집행 수립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회계팀에서 조금만 수고하면 될 일이라고 해명했다.
■ 호들갑 떠는 25개 정부출연연구원, “방만한 출연금집행, 전면 쇄신 필요”
출연연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출연금 집행내역 보고서는 문제가 없지만, 다음 달 집행 계획서를 제출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제출한 대로 자금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추후 감사나 정부부처 지적사항이 내려올 경우 담당자가 책임을 지거나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주요 출연연 회계팀은 다음 달 집행예산액의 경우 늘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인건비와 경상비, 사업비로 구분된 항목별 주요사업비를 산정하는 것은 예산집행 후 당초 계획보고서와 다른 항목이나 금액이 발생할 경우 감사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회계적 처리문제로 인해 “연구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라거나 “미래부가 현장을 너무나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일부 연구원의 반발은 기존처럼 편하게 예산을 쓰겠다는 억지일 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래부의 이번 조치로 정부 출연연구원이 그동안 연간 단위로만 예산을 배정받은 후 월 단위로는 매우 융통성 있게 집행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에 대해 반발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직 출연연 관계자는 “그전에는 1월 초 기재부에 보고하면 매달 꼬박꼬박 출연금이 입금됐는데 앞으로는 매달 예산집행계획서를 제출후 출연금을 받아야 하니 귀찮은 것”이라며 “일반 가정에서도 가계부를 쓰는 데, 하물며 한해 10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타 쓰는 정부출연연구소가 매달 자금사용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는 그동안 정부가 출연연의 방만한 운영을 방조했다는 방증”이라며 “예산이 이월된다는 것은 과다 신청했다는 것이며 이를 애당초 플랜이 잘못돼 불필요한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출연연구소 기획실 담당자는 “연구과제가 수백 개에 이르는 데 이를 매달 인건비, 경상비, 시설비 및 사업비별로 구분해 신청한다는 것은 행정을 위한 행정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연구비는 좀 더 유연한 회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에둘러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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