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정부가 소상공인의 배달 앱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배달 앱을 자체 개발,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밝혀 유 내정자가 미래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유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소상공인의 배달 앱 수수료를 덜어주기 위해 배달 앱 자체를 국가에서 제공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경쟁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답변해 스타트업계와 벤처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는 등 자격 시비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유 내정자 발언이 전해지자 각종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이런 논리라면 끝없는 수수료 논란을 빚고 있는 신용카드업과 VAN사업을 정부가 직접 하면 해결되겠다”면서 “미래부 장관으로 제정신이냐, 아예 정부가 포털도 만들고 논란이 되고 있는 오픈마켓도 하나 만들지 그러냐” 등 비난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배달 앱 업계 및 스타트업계는 “미래부 장관이 앱 생태계와 O2O산업에 대한 이해와 식견이 심각히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시장경쟁과 규제해제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미래부 장관이 어떻게 대표적 규제정책인 관 주도로 배달 앱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스타트업계 및 유통 관계자는 “신임 장관후보자가 어떻게 디지털 중개사업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지 정말 심히 우려된다”면서 “배달음식 업계의 어려움은 배달 앱 수수료 때문이 아니고, 소상공인들이 할만한 비즈니스가 없으니까 모두 식당 창업에 나선 데 따른 공급과잉이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시장은 더욱 투명해지고 깨끗해지고 있다”면서 “수수료 같은 사안은 시장 논리로 풀어야지, 이미 민간 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정부가 나서 공공 서비스를 추가 제공한다는 것은 소도 웃을 난센스”라고 질타했다.
IT관련 모 교수는 “정부는 공정한 시장이 되도록 조정해야지 직접 운영자로 들어온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은행 수수료가 높다고 정부가 나서 은행 설립하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가 높으니 정부가 VAN사 또는 신용카드사 설립을 고려할 수 있다는 건가?”라며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높다고, 변호사 수수료가 높다고, 병원 수수료가 높다고, 등록금이 많다고 모두 정부가 직접 운영자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유 장관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배달 앱 수수료는 0%에서 12%에 이르러, 소상공인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임차료에다 배달앱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처지”라며 정부가 나설 용의가 없냐고 질문했다.
김 의원은 “캡슐 내시경에 81억을 쓰는데, 배달앱에 80~100억원을 못 쓸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국가 예산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배분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모든 상거래가 스마트폰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이제는 스마트폰 플랫폼 자체가 SOC(사회간접자본)화하고 있어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그런 인식의 변화가 언젠가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번 김 의원의 질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9월 배달 앱 이용 소상공인 2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 되는 96개 사업자가 배달 앱 사업자들로부터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는 조사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영민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대 과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 진화론에 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입장 표명을 거부하다 추후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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