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로 몰락한 삼보컴퓨터의 이용태 전 회장 차남, 이홍선 TG앤컴퍼니 사장이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TG앤컴퍼니가 SK텔레콤에 독점 공급 중인 중저가폰 ‘루나’가 연일 불티나게 팔리면서, 부도로 사라졌던 삼보컴퓨터 후계자가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는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G앤컴퍼니가 대만 폭스콘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 SK텔레콤에 독점 공급 중인 중저가폰 ‘루나’가 하루평균 2000여 대가 팔리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TG앤컴퍼니는 6개월 반기매출 2400억 원대를 낙관하고 있다.
여기에 이홍선 사장이 7년전 경영권을 되찾은 삼보컴퓨터 역시 승승장구, 올 1분기 매출 450억원에 순익 40억원규모를 기록, 두 회사 모두 본격적인 2000억원대 매출을 넘어서는 등 확장일로에 있다.
이홍선(54) 사장은 한때 한해 PC 매출만 4조 원에 달하던 삼보컴퓨터의 2세 CEO로, 형인 이홍순(55) 전 삼보컴퓨터 부회장과 함께 두루넷, 나래이동통신, 삼보컴퓨터 등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보컴퓨터의 전성기와 몰락의 순간을 지켜본 비운의 황태자였다.
이 사장은 친형인 이홍순 전 삼보컴퓨터 부회장과 함께 2005년 법정관리 전까지만 해도 거칠 것 없는 화려한 행보로 벤처산업계에 주목받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이용태 회장의 패착은 그룹 해체로 이어졌고, 이 사장 역시 미완의 후계자란 오명속에 쓸쓸히 퇴장한 바 있다.
■ 비운의 황태자, 어깨에 힘빠지니 경영수완 펄펄.
돌아온 장고, 이홍선 사장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 사장은 루나 출시 한 달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감에 찬 어조로 “루나폰의 성공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실행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텔레콤에 독점 공급하는 승부수, 애플 삼성전자의 반값수준인 40만 원대, 공격적인 광고로 출시 한 달 만에 초기 물량이 완전히 소진되는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루나 프로젝트는 이 사장이 SK텔레콤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기획 단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이 사장의 판단은 대성공이었다. 루나폰은 5만 대 이상이 판매됐고, 6개월간 60만대 판매를 낙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샤오미는 어마어마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는 SW회사”라며 TG앤컴퍼니를 ‘한국의 샤오미’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TG앤컴퍼니는 미, 일 등 루나폰의 해외진출에 이어, 내년 중반기 이후 후속모델 출시도 추진 중이다.
이홍선 사장은 TG앤컴퍼니를 작지만, 디자인과 SW기술력을 갖춘, 스마트폰과 빅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키운다는 다부진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개인용 컴퓨터(PC)였던 삼보컴퓨터 ‘트라이젬’.
1980년, 이용태 창업주가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청계천 세운상가에 세운 삼보는 PC판매로만 한해 4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 PC 업체로 발돋움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오너 일가는 PC 제조에서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솔루션, 인터넷방송, 인터넷증권사, 벤처캐피탈등 30여 개로 계열사를 늘리며 확장경영에 골몰했고, 결국 두루넷이라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진출로 1조 원대가 넘는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보컴퓨터는 두루넷투자로 5000억 원이 넘는 부실을, 두루넷은 1조 원이 넘는 빚잔치를 벌이며 삼보컴퓨터 신화는 2005년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 그룹이 사라지는 비운을 맞는다.
장남 이홍순 부회장은 90년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재계 2세와 당시 안철수 안연구소 사장, 이재웅 다음 사장, 허진호 아이네트 사장 등이 참여한 친목단체인 ‘V소사이어티’ 핵심멤버로 활동하며 경영수업보다는 대외활동에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친 후광을 업고 마치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재벌가 2세처럼 처신하는 등 삼보 2세 경영자들이 매우 공격적인 경영으로 천문학적인 부실을 키운 게 삼보몰락의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한다.
■ 이홍선의 재기, 삼보부활의 기지개
루나를 개발한 TG앤컴퍼니는 이홍선 사장이 2011년 창업한 회사. 디스플레이가 주력 제품이다.
이홍선 사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채권단에 회사를 내준지 7년 만에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면서부터다.
그의 재기는 화려한 황태자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정도로 밑바닥 생활을 거치는 ‘권토중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사장은 지인들에게 자금을 빌려 삼보컴퓨터를 인수했다.
공장 건물 등은 인수하지 못한 채 ‘삼보’라는 사명만 가져왔다. 상품을 기획, 설계만 하고 제조는 협력사에 맡기는 구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는다” 이홍선 사장의 달라진 경영철학은 삼보컴퓨터를 서서히 안정궤도로 진입시켰고, 결국 스마트폰 시장에까지 소프트랜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루나의 성공 뒤에는 이홍선 사장의 남다른 인맥과 열정이 숨어있다. 루나의 실제 개발사는 대만 홍하이그룹의 계열사 폭스콘. 폭스콘은 아이폰 제조사로 유명하다.
홍하이 그룹 쿼타이밍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을 연결해준 사람이 바로 이홍선 사장.
2012년 당시, 삼성전자와 소송 중인 애플이 폭스콘에 새 부품 공급업체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자 궈 회장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기 위해 SK하이닉스에 접촉을 시도한 바 있다.
삼보컴퓨터(TG앤컴퍼니의 전신)는 오래전부터 폭스콘에 PC 제조를 맡겨왔고, 이런 인연으로 TG앤컴퍼니가 어려울 때 궈 회장이 지분 투자를 해주는 등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 관계는 스마트폰 ‘루나’ 출시로 또한 번 빛을 보고 있다.
이홍선 사장은 삼보컴퓨터 인수 후 안정적인 PC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 사업의 대박으로 당분간 안정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이홍선 사장의 스마트폰시장 연착륙을 계기로 대기업이었던 TG삼보가 다시 한 번 옛 영광을 되찾으며 재기에 성공할지,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처절한 실패를 맛보며 어깨에 들어갔던 모든 힘을 다 뺀 이홍선 사장은 이제 경영수완이 노련한 창업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장고, 이홍선 TG앤컴퍼니 사장의 부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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