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 네이버. 최고 연봉에 최고수준의 복지,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네이버이지만, 실제 네이버 임원급은 끝없이 바뀐다.
공동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이 창업 10년이후에도 여전히 주축을 이루는 통상의 성공 벤처기업과는 달리 네이버 임원은 수도 없이 갈리고 바뀐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해진 의장은 인사에 관한 한 서슬 퍼런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사사로운 정과 인연, 학연, 지연, 혈연 자체는 애당초 개념이 없고 오로지 실력과 이해진식 정서를 갖춘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벤처산업계에 네이버 출신이 즐비하고, 카카오 핵심 임원 상당수가 네이버 출신들로 채워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단체장이나 전문가 그룹 중에 네이버 입사 시 이해진의 높은 수준을 통과하지 못해 퇴짜를 맞은 이들이 수두룩하고, 또 네이버 입사후 같은 이유로 밀려난 인물 역시 부지기수다.
이해진 의장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매우 샤이한 스타일이다. 나서길 싫어하고 조용조용하다. 대정부 등 대외업무만 맡겼던 최휘영∙김상헌 등 얼굴마담 CEO체제를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1년간 유지해온 것도 그의 이런 성격과 무관치 않다.
이해진 의장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해진의 워딩은 늘 매우 함축적이며 디테일과 서비스 본질을 담는 메시지 일색이다.
이 때문에 실제 임원급 회의에서 이해진 의장의 발언이 갖는 진정한 의미와 속뜻을 정확하게 꿰뚫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성숙 내정자, 신중호 라인대표 등 몇몇에 불과할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당수 임원은 이해진 의장의 의중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이 의장 측근들의 귀뜀이다.
실제 상당수 임원급은 이해진 의장이 말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 의장의 인사이트를 꿰뚫지 못하는 임원은 연례행사처럼 퇴사를 반복한다.
이해진 의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6,7년간 홀로 유럽 및 미국 전시회나 콘퍼런스등에 수도 없이 참석한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IT관련 전시회나 세미나는 극히 드물다. 그는 책과 문학, 각종 웹툰, 영화 등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과 세계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한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개발자 출신이 세상을 바꿀 혁신의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세계적 컨설팅펌의 분석은 이미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최근 20여년간의 혁신은 과학기술 관련 개발자 출신이 인문학적 식견까지 갖추면서 뿜어낸 무서운 파괴력과 폭발적인 인사이트 덕분에 가능했다. 이해진은 이미 이런 범주에 들어가는 세계적 수준의 경영자다.
“이해진 의장이 발언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임원은 정말 얼마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말 한 마디 한 마디 인사이트가 정말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걸 이해하려면 그 정도 식견과 지식, 깊이 있는 정보를 꿰차고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과연 이해진 인사이트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는 이를 통해 어떤 혁신적 서비스를만들어 냈을까?
■ 범접할 수 없는 이해진의 인사이트, 그는 이미 글로벌 기업가다.
네이버 성공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 까? 네이버 18년 역사를 이끌어온 ‘신의 한 수’에 가까운 이해진의 승부수 하나하나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그의 인사이트와 이를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독보적 UI가 바로 네이버 성공신화를 만든 핵심요소다.
① 지식 iN서비스, 혁신은 돌풍을 품는다
인터넷시장만큼 선점의 효과가 큰 분야도 없다. 한번 시장 1위로 올라서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 구도를 깨는 건 엄청난 장벽이다. 메일과 커뮤니티를 앞세운 다음은 2009년 야후코리아를 끌어내고‘포털 1위’에 등극했지만 3년도 채 안 돼 네이버에 챔피언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선점의 효과가 강한 인터넷 시장의 특성상 ‘네이버 1위 등극’은 당시 경이로운 판도변화였다. “배고플 때 왜 ‘꼬르륵’소리가 날까?” “골치 아픈 문제를 왜 ‘뜨거운 감자’라 그래?”
‘지식까지 찾아주는 검색’이란 슬로건으로 광고캠페인을 시작한 네이버는 지식iN서비스를 앞세워 순식간에 다음을 격침시키며 포털 1위업체로 뛰어오른다. 카페와 커뮤니티가 아닌 검색으로 승부를 건다는 컨셉의 ‘지식in서비스’는 바로 이해진의 독보적인 인사이트에서 나온 빅카드였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궁금하면 초록색 네이버 검색창에 궁금증을 입력하는 풍속도가 만들어졌고, 급기야 오프라인 수많은 기업이 TV광고를 하면서 초록색 검색창을 띄워놓고 “‘000’을 입력하세요”라는 영상과 멘트를 빠짐없이 넣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식검색이란 새로운 트렌드에 열광했고, 궁금하면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을 떠올리는 전무후무한 브랜드마케팅에 성공한다. “우리는 검색시장에서 야후를 이기기 위해 100가지도 넘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수많은 실험과 투자를 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식iN’이었습니다”
안정궤도에 오른 2014년, 이해진 의장은 야후 다음을 제친 네이버 성공의 일등공신 지신 iN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외도 네이버의 수많은 혁신적 서비스의 단초 역시 대부분 이해진을 거쳐 다듬어졌다.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다.
② 키워드 검색광고
이해진의 번뜩이는 인사이트의 절정은 바로 검색광고라는 신개념 광고플랫폼의 개발이다. 기존 대형 언론사가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 광고를 신생 네이버가 유치하기 힘들다는 점을 간파한 이해진은 검색서비스를 통해 키워드 광고라는 파격적인 광고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소규모기업과 자영업자 광고를 모조리 쓸어 담는다.
네이버 이용자가 검색창에 입력하는 모든 단어마다 연관된 키워드광고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얼굴 미용”이라고 검색하면 미용에 관련한 기업들 광고상품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방식이다.
키워드 광고로 네이버는 폭발했고 창업 18년만에 네이버는 국내 광고시장을 평정, 최고의 광고플랫폼으로 등극한다. 대기업 광고도 이젠 네이버 몫이다. ‘지식iN서비스’로 방대한 트래픽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키워드광고 상품을 개발한 이해진은 네이버를 단숨에 조단위 매출기업으로 성장시킨다.
③ 논란을 한방에 잠재운 1타 3피 뉴스스탠드
이해진의 탁월한 인사이트는 네이버 서비스, 매출 일으키는 사업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검색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서던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네이버는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초기화면 뉴스가 특정 정당, 특정 정치세력에 우호적인 편파적 편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네이버 편집권을 둘러싼 논란과 공격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었다. 2013년 4월 기존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개편한 이해진의 승부수는 ‘트래픽 독점’, ‘편향된 뉴스편집’, ‘트래픽기반 광고시장 독점’이라는 정치권과 언론, 행정부의 ‘트리플 핍박’을 한방에 잠재운다.
이해진식 ‘1타 3피’의 절묘한 해법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편집권 자체를 언론사에 넘긴 것이다. 콘텐츠 전제료를 지급하는 뉴스스탠드 입점 요구는 물론 수천개 신생 언론사의 검색제휴요청, 광고매출을 올리기 위해 낚시성,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는 기존 언론의 저급 콘텐츠 문제가 발생하자, 네이버는 또다시 절묘한 방안을 제시한다.
네이버는 2015년 9월께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언론사 중심으로 구성토록 유도, 낚시성∙어뷰징 중복기사, 선정성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에 대한 뉴스스탠드 탈락심사 및 입점, 뉴스검색제휴 등을 위원회 스스로 결정토록 했다. 네이버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논란의 공을 언론에 떠넘기고 지긋지긋한 비판과 논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④ 혁신의 연속, 글로벌 향하는 이해진의 인사이트
18년간 수 없는 실패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해온 이해진. 그는 집요하게 공부하고 본질을 찾기 위한 각고의 고민 끝에 문제를 해결해왔다. 네이버는 전략기획부서가 별도 없다. 전략은 늘 현장, 운영서비스 말단에서 나온다는 이해진의 평소 철학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현장과 오퍼레이팅서비스 끝단을 파고들며 본질을 꿰차는 스타일을 고집한다.
네이버의 혁신적 서비스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해진의 탁월한 인사이트에서 나온 것이다. 이외 웹툰, 웹소설, 라인, 스노우를 비롯한 SNS서비스 등 혁신적 서비스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다. 최근 AI,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네이버는 상당한 기술수준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포브스선정 ‘100대 혁신기업’중 2014년 53위, 2015년 21위에 연속 선정된 바있다. 놀라운 것은 2,3년에 한 번씩 내놓는 이해진식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모델은 혁신의 연속이었고, 네이버는 15년째 국내 검색시장의 70%대를 과점하는 사실상 독점 기업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세계적 거함 구글조차 유일하게 한국시장에서는 시장 1위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장은 지난해 라인의 나스닥 자스닥 동시 상장 당일 “절박함이 라인성공의 비결”이라고 밝힌 바 있다. 17일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서 퇴진하는 이해진의 글로벌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그의 빼어난 경영수완과 탁월한 인사이트를 감안해볼 때 글로벌사업 역시 주목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해진의 인사이트는 여전히 절박하고 간절함 속에 지금도 ‘업그레이드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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