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산업은 갈수록 메말라 가는데, SW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소프트웨어(SW)공제조합만 점점 살찌고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
SW회사에 대한 자금대여, 채무∙이행보증, 자금투자 등을 위해 98년 출범, 올해로 설립 20년째를 맞고 있는 SW공제조합이 매년 1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SW공제조합이 실제 출범 이후 20년째 매년 연평균 5.8%대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폭풍 수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 SW산업진흥법에 근거, 설립된 공제조합의 설립취지에 맞게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SW공제조합은 SW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연간 3조원대 여신으로 결국 SW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보증업무를 통한 수수료 매출로 매년 100억원대가 넘는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6일 밝혀졌다. 문제는 SW공제조합이 넘치는 영업이익과 늘어나는 자산규모로 인해 설립취지와 동떨어진 투자와 부동산임대사업에 나서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SW공제조합은 총 1500억원을 투입해 제2판교테크노밸리에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소프트웨어(SW)밸리’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지상 6층 규모의 2개 동으로 구성된 SW창조타운을 건립키로 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SW창조타운은 비즈니스타워와 지원센터 2개동으로 구성되며, 대지면적은 각각 6612㎡(약 2000평), 연면적은 2만5786㎡(약 7800평)로 지상 6층~지하 1층 규모다. 총 1만3224㎡와 5만1572㎡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창조경제정책이 박근혜 정권에서 가장 처참하게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난 마당에 SW공제조합이 SW창조타운을 건설한다니 제정신이냐”며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IT업계는 우수 인력을 배출하는 산학연계가 조성된 지역도 아니고, SW업체가 자연스럽게 모여 SW집적단지를 이룰만한 요건 등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점을 들어 SW공제조합이 설립 당시에 비해 10배 가량 오른 판교디지털단지의 시세에 주목, 제 2판교단지를 통해 대대적인 부동산임대사업에 나서려고 한다며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판교 벤처산업계 역시 현재 판교지역의 경우 경기도 및 미래부가 조성한 스타트업단지 및 창업보육센터가 입주업체가 없어 공실률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SW창조타운을 2개 동이나 건립한다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예산 낭비성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판교단지가 넘쳐 공간이 부족하면 자연 발생적으로 확장되면서 밸리가 형성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공제조합은 회원사를 통해 저렴하게 임대를 하면 SW회사를 입주시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1500억원을 투입,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9년 12월 준공예정인 SW공제조합의 SW창조타운 사업계획서는 이미 미래부 승인을 받은 상태다.
■ 날로 덩치 키우는 SW공제조합, 누구를 위한 조합인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15년 10일, SW공제조합의 넘치는 이익잉여금을 고민하다 이를 배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미래부는 당시 630억원대 규모의 소프트웨어(SW)공제조합 이익잉여금 배당을 허용하는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 사실상 공제조합의 넘치는 이익잉여금을 배당토록 조치했다.
98년 설립된 SW공제조합은 지난 97년 12월, 소프트웨어개발 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조합은 98년 지분참여 회사 중 최대 지분을 보유한 쌍용정보통신을 비롯해 삼성SDS, SK C&C, LG CNS 등이 최소 10억원에서 3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했고, 국내 1600여개 SW회사가 투자한 바 있다. 당시 정보통신부도 380억원을 출연했다.
문제는 SW사업자에게 자금대여, 채무보증, 이행보증, 자금투자 등을 위해 설립된 공제조합이 설립 이후 20년째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금융회사 격인 조합은 매년 5.8%씩 성장, 매년 엄청난 잉여이익금이 쌓이고 있다.
지난해 역시 125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자본금 1669억원 7300만원인 SW공제조합의 자산총계는 2281억원대에 이를 만큼 거대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직원수 40명이 채 안 되는 규모지만 조합은 지난 2015년 5월, 강남구 역삼동 소재 지하 1층, 지상 10층규모의 빌딩을 매입, 소프트웨어타워 사옥으로 사용 중이다.
문제는 SW공제조합이 무려 1500억원을 투입해 건립할 예정인 SW창조타운 건립은 조합설립 취지인 SW관련법적 근거에 맞지 않는 전형적인 부동산 임대사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 소프트웨어산업과 관계자는 “부지매입이 공개입찰로 변경돼 아직 부지매입조차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창조타운이란 명칭은 가칭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SW공제조합, 매년 어떤 사업을 펼치나?
조합은 2본부 산하 8개 팀을 운영 중이다. 기존 신용관리 및 투자사업 팀 외에 부동산사업팀이 별도 운영 중이다. 조합이 지난해 달성한 공제지원실적은 이행보증은 전년 대비 7% 늘어난 3조4985억원, 자금대여는 전년대비 16억원이 감소한 76억원을 기록했다.
이외 조합은 지난해 5개 분야 주요 사업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① SW창조타운 건설
SW공제조합이 지난해 추진한 주요 사업 중 핵심은 SW창조타운 건설 건이다. 조합은 지난해 2월 정기총회를 거쳐 SW창조타운건립 사업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SW창조타운추진위원회를 구성, 매입신청 부지를 결정한 바 있다.
② 보증사업범위 확대
핀테크 분야 보증시장 선도 위해 신상품을 개발했고, 지난해 12월 전자금융거래보증 상품을 개발, 전자금융거래 계약 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무를 담보키로 했다.
③ 신문사 주식매입
지난해 5월, 총 46억원에 모 신문사 주식 20만8천여주를 매입, 총 발행주식의 19.98%를 확보했다.
④ SW특화펀드운영
SW공제조합은 지난 한해 동안 이큐브랩에 5억원, 비주얼캠프에 2억원 등 총 2건 7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⑤ 조합원을 위한 부가서비스 사업
SW공제조합은 지난해 ▶SW경쟁력대상 및 글로벌SW공모대전 ▶SW제값주기 좌담회 및 SW산업인 등반대회 후원 ▶조합원 CEO체육행사개최 ▶조합원 해외박람회 참관지원 등의 부가서비스 사업을 진행했다.
■ SW공제조합, 바람직한 방향은
이번 공제조합이 SW창조타운 조성을 강행키로한 배경은 현 판교디지털단지의 대성공을 염두엔 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제조합은 대형 SW업체 회원사를 설득해 1500억원대 투자재원을 확보, 주요 회원사에 대해 사옥개념으로 분리, 분양하거나 임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제2의 판교디지털단지’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결국 SW공제조합은 설립 20년만에 자산총계 2281억원, 매년 120억원대의 잉여이익금을 남기는 등 매년 폭풍 성장하며 매머드급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SW공제조합을 둘러싼 논란의 초점은 매년 엄청난 잉여이익금을 내는 구조가 실제 SW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담보 및 대출 수수료 매출이라는 점 때문이다.
SW산업계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법적 근거를 통해 출범한 공제조합이 거꾸로 SW산업계를 대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금융회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사업본질에 벗어난 투자와 부동산임대사업 등은 조합이 이젠 SW산업계 진흥보다는 자체 수익을 통해 몸집늘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점점 비대해지는 SW공제조합의 이익구조는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제조합은 남는 사업이다” 예산 집행 후 사라지는 일회성 지원사업에 비해 실체도 있고 매년 수익을 내는 SW공제조합은 미래부 입장에선 알토란 같은 산하기관이다.
현 조합 사무총장은 옛 정보통신부 국장 출신인 임차식 총장이 맡고 있고, 여전히 미래부 통제를 받고 있다. 실제 조합은 미래부가 추진하는 크고 작은 행사와 해외행사 지원 시 후원하는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20년전 관 주도 개발정책이 통했던 시절에 광범위하게 시행됐던 공제사업은 이제 시대적 상황에 뒤처진다는 점 때문에 전면적인 개편과 손실이 필요한 정책이다. 결국 수많은 공제회나 공제조합이 결국 단체종사자만 잘 먹고 잘사는 형태로 전락한 숱한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는 것처럼 현재 SW공제조합도 그런 방향으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설립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됐고, 공제사업으로 한계에 이르는 조합이 엄청난 누적이익금을 통해 부동산임대업 등 본질에 벗어난 수익사업에 골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미 실리콘밸리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이유는 MIT, 스탠퍼드 등 질 좋은 인력을 배출하는 유명 대학이 밀집한 지역적 등의 요소 때문에 발전돼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그는 이런 산업적 인프라를 관 주도로 건설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이런 류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정책적으로 걸러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즉 정부 예산집행원칙에 벗어난 조직과 단체를 축소하는 게 바로 규제완화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다. 소프트웨어공제조합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