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게임산업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온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미래창조과학부가 게임산업 육성 및 규제완화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지적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문체부가 그동안 게임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최대 암흑기를 맞으면서 주도권을 중국에 완전히 빼앗기는 결정적 환경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바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차기 정권 조직개편과 관련해 과학기술부 및 정보통신부 부활과 함께 게임산업 및 VR, AI산업 등 차세대 먹거리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산업육성정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더불어포럼이 주최하고 콘텐츠경영연구소가 주관해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차기 정부 게임산업 정책,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라는 게임산업 정책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정책대안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은 온라인게임의 비즈니스모델을 가장 먼저 개발, 미국, 일본으로 넘어갈 정도로 앞서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결제 한도 규제에 막혀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미국과 중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게임산업 위기의 원인으로 정부의 능력 부족과 지나친 규제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김 의원은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을 뛰어넘은 이유가 바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때문”이라며 “온라인게임의 경우 이용자 1인당 월 결제액이 최대 50만원으로 제한됐지만, 모바일게임의 경우 별다른 결제한도가 없다”고 성토했다.
실제 문체부가 규제하고 있는 결제 한도 정책은 국내 게임회사만 적용돼 중국, 미국, 유럽 게임회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에 대한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모바일게임에서)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과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문화콘텐츠진흥원이 2011년 발표한 게임이용자실태조사에서 게임중독자가 66만명에 달한다는 엉터리 조사가 나왔는데, 그때 게임업계가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게 (규제일변도 정책과 산업침체를 야기한)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지난 10년을 “게임산업 암흑기”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위 소장은 “셧다운제, 4대중독법 등이 게임 개발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각종 규제가 게임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켰다”며 문체부의 규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위 소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는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역량 부족에 기인한 게 크다며, 산업육성 전략 및 실행 능력 없이 안일하게 규제일변도 중심의 정책을 펼친 게 게임산업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위 소장은 “차기 정부에서는 문체부가 더 이상 게임산업을 담당하지 말고, 문화만 담당해야 한다”면서 문체부의 산업 지원 기능과 미래부의 미디어 육성 기능을 흡수한 콘텐츠미디어부(가칭)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이 패널로 참석,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문제 제기와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은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회장은 “게임산업에 대해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게임산업계 입장에서는 더 이상 게임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게임업계에 자율성을 줘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체부의 자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그동안 문체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외국 게임회사와의 역차별 등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게임산업계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관심을 모았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체육을 담당하던 사람이 왜 게임 쪽에 와서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문체부를 하루빨리 분리해서 (게임산업 업무를) 제대로 된 부서로 이관시켜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10일 한국정책학회 주최로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게임포럼에서도 게임산업의 융합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성이 높은 주무부처가 게임산업 정책을 맡아야 한다며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 게임 산업이 재도약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게임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게임 기반의 산업 융합을 촉진하고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승훈 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게임기술이 연계 가능한 만큼 민간 자율규제영역을 확대해 게임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셧다운제(어린이 청소년의 게임 접속 규제)와 웹보드게임(고스톱, 포커 등 게임) 규제에 대한 부작용도 제기됐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웹보드게임은 수익모델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 분야로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니다”라면서 “문체부 규제로 상당수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체부는 2014년 1인 이용자의 월 구매한도(30만원)와 1회 배팅한도(3만원), 하루 손실한도를 10만원으로 제한한 이후, 게임업계의 강한 반발로 지난해 3월 ▶월 구매한도 50만원으로 상향 ▶게임머니 1회당 5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일부 완화한 바 있다.
윤 교수는 이같은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게임 업계 재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웹보드게임 3사 매출이 75%나 하락했다”고 질타했다. 이덕주 서울대학교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셧다운제 규제와 관련,“셧다운제로 청소년의 게임이용 시간이 감소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목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했는지 문제 제기 해야 한다”며 산업침체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그룹은 문체부는 앞으로 체육분야만 담당하고 게임 및 VR산업 등이 미래부로 이관되더라도, 규제 완화와 업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지원정책을 통해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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