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바꾸자-⑥]새로운 대통령,‘규제철폐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대한민국을 바꾸자-⑥]새로운 대통령,‘규제철폐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2000년대 초, 전 직원이 참석한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의 동남아 워크숍 현장. 당시 세계 게임역사에 남을 진풍경이 넥슨 워크숍 현장에서 벌어진다. 예고 없이... [대한민국을 바꾸자-⑥]새로운 대통령,‘규제철폐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2000년대 초, 전 직원이 참석한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의 동남아 워크숍 현장. 당시 세계 게임역사에 남을 진풍경이 넥슨 워크숍 현장에서 벌어진다. 예고 없이 난입한 중국인 5명의 불청객은 다짜고짜 넥슨 전 직원에 술을 권하며 “제발 넥슨 게임을 중국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애걸복걸한다.

생떼를 쓰던 괴짜 5인방은 훗날 세계 게임역사를 새롭게 쓰는 주역으로 떠오른다. 이 불청객이 바로 현 세계 최대 게임회사 중국 텐센트의 공동창업자 5인방.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여 후, 텐센트는 넥슨,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글로벌 유망 게임업체를 쓸어 담으며 세계 최대 게임회사로 등극, 글로벌 시장을 평정했다.

텐센트는 기업가치 300조원으로, 구글 애플에 이어 전세계 기술기업 6번째에 등극했다. 놀라운 사실은 텐센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코리아 게임군단이 세계 게임시장을 완벽하게 석권, 글로벌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는 점이다.

실제 넥슨, 엔씨소프트 등 코리아 게임군단은 2000년대 중반까지 200여개 나라 게임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독주, 연간 수십조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엄청난 달러박스였다. 게임산업의 파괴력은 세계 200여개 나라 게임마니아들이 한번 그 게임의 맛에 빠지면 한명의 고객이 10여년간 꼬박꼬박 매달 매출을 만들어주는 엄청난 고객장악력에 있다.

공장도, 물류도 필요 없고, 현지 법인도 필요 없다. 업데이트를 통한 고객만족도에만 큰 문제가 없으면 전 세계 200여개 나라 게임마니아들이 한국에 있는 넥슨, 엔씨소프트 서버에 접속, 24시간 게임하며 24시간 결제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알토란 같은 달러박스, 코리아 게임군단이 세계를 제패한 비결은 무엇이었을 까? 반대로 불과 10여년만에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선두자리를 내주며 급속히 퇴보, 텐센트 등 중국 게임회사가 세계 시장을 평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이, 국내 게임업체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글로벌 ‘No.1’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추락한 것은 한국과 중국 공무원의 차이와 규제가 불러온 대참사였다. 트렌드가 변하고, 모바일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점도 있지만, 10여년간 이어진 게임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분위기가 결정타였다.

■ 혁신의 사이클, 먼저 경험할 수 있어야 혁신이 나온다

코리아 게임군단이 대표적 온라인게임 MMORPG게임산업에서 전세계를 제패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코리아 게임산업의 성장기는 혁신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997년, 대한민국은 IMF구제금융을 요청, 최대의 경제위기를 겪는다. 수백만 명의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대기업, 은행 등 실직자들은 너도나도 PC방 창업에 올인했다. 당시 정부 주도로 초고속망이 전국에 깔리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PC방사업이 IMF실직자들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창업, 훗날 네이버에 합병했던 포커∙고스톱게임의 한게임이란 회사의 모태가 바로 대형 PC방일 정도였다. 김정주, 김택진 등 국내 천재 게임창업자들은 초고속망 인프라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접했고, 이를 통해 ‘play to pay’개념의 아이템거래가 가능한 컨셉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다.

결국 이들 천재 게임 창업자들은 전 세계 게임마니아들이 네트워크상에서 동시 접속, 공동으로 게임하는 ‘MMORPG’라는 전대미문의 게임을 세계 최초로 시도, 대박 성공신화를 이뤄낸다.

역설적으로 당시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이들 천재 창업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속망 인프라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정부 규제 자체가 없던 환경에서 온라인게임을 초고속망에 접목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들은 삼성 LG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구조가 아니라, 게임출시와 동시에 서울에 구축해놓은 서버에 전세계 200여개 나라 게임마니아들이 동시 접속, 24시간 결제를 하도록 하는 기발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게임사업의 구조는 훗날 중국 등 글로벌 게임회사들이 모두 베껴 따라 하는 혁신적 모델이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게임산업 환경은 공무원들이 게임 자체를 몰랐고, 어떤 규제나 제한이 없었던 시절이었고, 이런 자유로운 환경이 바로 천재 창업자들에 의해 코리아 게임산업이 순식간에 세계시장 제패하는 전대미문의 성공신화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당시 규제가 살아있고, 공무원들이 일일이 간섭해, 이를테면 온라인게임이 초고속망에 연동되는 것을 문제 삼아,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법에 의해 뭔가 사전 동의나 허가를 받도록 했다거나, 200여개 나라 게임마니아들이 24시간 온라인상에서 결제하는 것을 기재부, 금융위 등 금융당국이 외환관리법 등등 운운하며 반대, 온라인결제, PG붙이는 것을 문제 삼아 규제에 나섰다면 ‘코리아 게임군단의 글로벌 챔피언 등극’성공신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혁신은 이렇듯 가장 먼저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어떤 제한 없이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접하고 경험해야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이런 과정이 결국 혁신적 시도, 세계적 창업아이템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문제는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은 모든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후 소비자침해 등의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선 허가, 후 규제’로 모든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이 세계 SW시장을 휩쓸고 중국이 게임과 핀테크분야를 휩쓰는 절대 강자로 등극한 것은 이런 정부주도의 ‘규제 무장해제’정책기조 때문이다. 독일 SAP을 제외한 모든 SW가 미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기업활동에서 드러난 문제를 가장 먼저 접하고 이를 개선하는 SW개발을 또 가장 먼저 시도하는 ‘사업여건’이 미국이 가장 앞서있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개발하려 해도, 또 납품하려 해도 인허가와 예외규정으로 인해 덕지덕지 누더기가 되는 국내 SI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의 척박한 공공분야 구매 규제환경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탄생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게임과 핀테크산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핀테크산업이 으뜸인 것은 모바일서비스 최강을 부르짖는 중국 공무원의 전폭적인 정책지원 때문이다.

차이나 핀테크 성공신화는 국영은행 등 기존 중국 기득권 금융 질서를 강력하게 억제한 채 혁신적 핀테크서비스의 시도를 지원하는 중국 공무원의 놀라운 정책 인사이트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한중간 투자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주용 비전크리에이터 대표는 “8억6000만명의 소비자를 가진 빅브라더 텐센트는 중국 대륙을 통째로 디지털화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실리콘밸리에서 창조된 모바일서비스를 거대한 플랫폼에 섞은 위챗을 통해 중국은 데이터와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 대한민국 모든 정책기조 ‘선 허가, 후 최소규제’대변화가 시급하다

지난 15년 이상, 대한민국 정부는 셧다운제니, 게임을 도박∙마약류로 분류해 규제하는 게임중독방지법, 최근에는 게임중독자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의무화하려는 의료업계의 주장을 토대로한 복지부의 규제법 등을 여성부, 문화체육부, 복지부 등 수개 부처에서 규제를 쏟아내는 사이, 텐센트를 필두로 한 중국 게임회사는 독주체제로 연간 100조원대에 이르는 세계 게임시장을 폭풍 흡입하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회사는 이젠 텐센트 자금이 없으면 대작 게임개발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고, 텐센트 등 중국 대형 유통사를 잡지 못하면 글로벌 퍼블리싱 자체를 하기 힘든 처참한 중국 의존형 구조로 전락했다.

대한민국 게임회사의 IP를 훔치고 베끼고, 아이템결제 등 캐릭터부터 수익모델까지 한국산 게임을 그대로 베낀 ‘카피캣’중국 게임사의 무차별적인 지적재산권 훔치기가 10여년간 반복되고 있어도 대한민국 정부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핀테크산업 역시 규제 철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중 하나일 뿐이다.  중국은 이미 텐센트, 알리바바페이 등 모바일을 통한 결제가 미국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 기본 교통수단 결제는 물론 병원, 각종 공과금까지 모두 모바일로 처리하는 핀테크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영은행 등 기존 기득권질서의 집단 반발을 중국 정부가 잠재우고, 알리바바 텐센트 등 새로운 기술기업에 잇따라 진입기회를 제공, 이젠 모바일서비스에 관한 한 중국은 ‘넘사벽’ 세계 최강국으로 뛰어 올랐다.  중국은 이미 핀테크를 중심으로 모바일결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이며, 혁신적 핀테크 생태계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처참함 그 자체다. 기재부와 금융위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P2P 해외송금 등의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에 대해 외환송금법 등의 이유로 위법이라며 여전히 20세기적 낡은 사고와 규제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혁신은 공무원이 전혀 모른 채 손 하나 안댈 때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또 핀테크산업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게임산업의 경우 공무원이 전혀 모르고 규제 자체가 없었을 때, 혁신적 서비스로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공무원이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15년 가까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핀테크의 경우 은행 등 기존 기득권질서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기재부, 금융위가 기존 금융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만 급급, 혁신적 서비스의 싹을 잇따라 자르는 치명적 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가 미래부산하 핀테크산업협회를 금융위 산하로 빼앗아 이관시킨 것 역시 이러한 규제 권한을 통해 핀테크 산업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중국과 미국 등 핀테크 주도국가의 추세를 감안, 지금도 모든 규제를 풀어 새로운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를 마음껏 시도하게 해도 늦은 판에 금융당국은 거꾸로 맹렬히 규제잣대를 휘두르는 형국이다.

혁신을 방해하는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침몰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부활과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해외 석학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회사창업 20년도 안 된 텐센트(98년 설립)와 알리바바(99년 설립)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2의 알리바바를 꿈꾸는 JD닷컴, 테슬라를 제칠 글로벌 전기차판매 1위 업체 중국 BYD. 중국판 넷플릭스인 러에코, 드론 분야 절대강자 DJI,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등 혁신적 유니콘 기업이 매년 중국에서 20여개 가까이 쏟아지는 현실은 다름 아닌 규제 대신 마음껏 시도하고 빨아들이라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정책 덕분이다.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파트너는 “중국은 이미 모바일과 인터넷, 핀테크산업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면서 “숨가쁜 글로벌 질서 속에 핀테크 규제처럼 혁신을 방해하는 법규는 최대한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새로운 정권의 국가지도자는 이제 모든 부처의 규제를 통합 완화∙철폐하는 기능을 갖는 범정부 차원의 규제철폐위원회를 구성, 부처별로 교묘히 유지하고 있거나 새롭게 만들려는 규제입법활동을 대대적으로 철폐해야 한다.

규제가 본능이자 관피아가 일상인 공공부문의 규제를 걷어내는 일이 추락하는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될 지적이다. 이미 저성장과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선 대한민국 경제. 수출과 새로운 부가가치, 고용창출에 한계를 드러낸 기존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혁신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는 스타트업을 통한 신성장 동력에 달려있다.

추락하는 대한민국, 새로운 국가지도자는 ‘규제철폐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새로운 정권과 권력은 중앙부처와 공공 부분 곳곳에 숨어있는 낡은 찰거머리 규제를 뜯어내고 교묘히 준비 중인 새로운 규제를 걷어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규제 없는 사업환경과 스타트업, 벤처산업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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