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은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기술을 확보, 지능정보기술을 통해 2030년 기준 국내 경제효과 최대 460조 원규모를 만들어내고, 기존 일자리의 노동시간 중 49.7%가 자동화하는 ‘제4차산업혁명’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6일 후인 지난해 12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은 전기∙자율차,로봇,IoT가전,바이오헬스,항공∙드론,에너지신산업등 12개 신산업 구조를 고도화한다는 내용의‘제4차 산업혁명시대,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매머드급 정책을 발표했다.
주 장관은 2025년 신재생에너지와 IoT가전산업이 200억달러, 23조5200억원규모의 수출산업을 발전, 대한민국 산업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5년간 3만명의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고 38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두 부처가 일주일 간격으로 ‘4차산업혁명’이란 똑 같은 산업진흥정책 키워드를 들고 엄청난 수출과 경제효과를 가져오겠다며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놀랍게도 미래부 발표내용은 이미 지난해 4월에 발표한 것과 동일 내용이고, 산자부 신산업 육성책 역시 10년째 리바이벌하고 있는 ‘성장동력산업 육성’정책의 수정본에 불과한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밝혀졌다.
산자부는 이미 10년전인 2005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미래 성장동력산업 경쟁력 강화’란 제목으로 발표한 바 있고, 이 정책아젠다는 이후 지금까지 매년 발표, 수차례 우려먹고 있다. 업종만 자동차∙조선∙반도체∙석유화학∙섬유패션에서 계속 몇 개씩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대한민국을 바꾸자 네 번째 아젠다는 ‘관(官) 주도 산업육성정책 폐기하자’다. 정부주도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창출, 산업을 키우고 육성한다는 관주도 산업진흥정책은 이제 그 유효시간이 끝난 지 오래다.
■ 신기술개발과 시장창출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공공부문의 폐해
패스트팔로우 전략이 필요하던 7,80대년까지도 효용가치가 있던 관주도 산업육성정책은 거꾸로 수요가 전혀 없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글로벌 경쟁력이 전무한 아이템개발에 전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는 등 ‘예산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거꾸로 중소 전문기업이 잘하는 부품이나 반제품을 거꾸로 정부 출연연구소가 무차별적으로 국산화를 추진, 오히려 전문 중소기업의 기반을 위협하는 반시장적인 정책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는 시장이 가장 똑똑하고 정답이라며 반시장적인 관주도 개발정책과 산업진흥정책은 이제 폐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들 부처가 공공부분 스스로 신기술개발을 주도, 신 산업을 일구고, 이를 통해 엄청난 경제효과와 수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과연 공무원사회, 공공부문이 신산업을 일으키고 육성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메카니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신기술, 신산업이란 개념 자체가 글로벌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계적 선두기업들이 찾아낼 수 있지, 부처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부처 정책결정권자에게 논리를 제공하는 산하 출연연구소 연구원이나 관변교수들이 제시하는 진흥정책안 역시 시장과는 거리가 먼 논리 일색이다. 신기술과 새로운 수요, 새로운 시장창출은 글로벌 기업조차 생과 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시행착오와 독보적인 전문성을 통해서만 가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들의 각축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가장 시장적인 논리는 그 분야에 정통한 기업의 몫이지 국민혈세를 기반으로 한 예산을 배정받아 집행하는 정부부처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주요 부처들이 엇비슷한 제목의 정책을 반복해 발표하고, 또 한 부처는 매년 동일한 정책과제를 제목만 살짝 바꾼 채 반복해 발표하는 걸까?
이는 청와대 및 대통령이 부처별 장관 업무능력을 주요 언론에 보도된 정책발표 건수 등 언론노출 성과를 통해 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주요 부처들이 이런 식의 정책과 보도자료를 남발하는 것은 이를 통해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고, 원활한 부처 예산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주요 부처들은 앞다퉈 유망 신산업을 자신들이 키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수백억달러 수출 및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미래부는 물론 산자부, 중기청 등 주요 부처들은 중복정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요 산업트렌드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치열한 중복정책과제 밀어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특정 산업 주도권 = 부처 예산’방정식 때문이다.
미래부와 산자부가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이란 키워드에 사활을 걸고 있고, 미래부와 금융위원회는 핀테크산업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산업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다 최근 금융위가 핀테크산업협회를 발족시키며 절반승을 거두는 등 부처별 특정산업 주도권 쟁탈전 역시 치열하다.
예산과 해당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관주도 산업진흥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 멈추지 않는 관주도 산업진흥정책은 국민혈세 날리는 ‘돈먹는 하마’
정부가 추진해온 수많은 기술개발 및 산업육성 정책과제는 이제 기초기반기술 분야로 좁혀 특정 개별기업이 하기 힘든 핵심기반기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 주도 산업육성정책의 실효성에 심각한 문제가 수도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수십조원을 투입해 추진해온 과거 10여년간의 정부정책의 경우 정부 주장한 대로 효과를 거뒀다면 대한민국 산업경쟁력은 G2에 버금가는 규모와 산업고도화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비아냥거린다. 정부 주장한 수백조원대의 부가가치와 수백만명의 일자리 창출 발표는 대부분 뻥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8년여간 진행된 대표적인 사례 몇 개만 살펴보자.
①에피소드 1 = 2009년 1월 3일
2009년 1월 13일, 정부는 미래성장동력 발전전략을 발표, 향후 10년후 즉 2019년께 700조원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엄청난 정책을 발표한다.
정부는 당시 해수담수화, LED응용, 하이브리드카와 IPTV, 지능형 자동차,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등 17개 분야 신성장동력에 총 13조6000억원+α를 투자, 2018년께 부가가치가 694조원, 수출은 9200억달러(1086조9,800억원), 일자리 창출효과는 352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즉 정부는 2009년 당시 14조원대 재원을 투자, 10년후인 2018년께 수출 1087조원대를 달성하고, 부가가치 700조원, 일자리 352만명을 창출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2009년 당시 정부가 발표한 이 정책의 전망치 년도 바로 2018년, 내년이지만 수출 1087조원, 700조원대 부가가치창출, 352만명 일자리 창출 공언은 그야말로 뻥에 가까운 정책으로 고스란히 드러날 판이다.
②에피소드 2 = 2010년 10월 27일
2010년 10월 27일, 현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시절, 지경부는 7000억을 투자해 100조원규모의 시장 창출한다는 엄청난 ‘미래산업 선도기술 5개 선정’사업을 발표했다.
현 KT회장인 황창규씨가 당시 지경부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장을 맡아 발표한 정책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5대 기술개발투자 산업은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시스템 ▲IT 융복합 기기용 핵심 시스템 반도체 ▲K-MEG(코리아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글로벌 선도 천연물 소재 신약 등이다.
특히 정부는 당시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시스템 사업의 경우 그린카 세계 3강 및 세계 자동차산업 4강으로 도약시켜 2020년 40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고 호언장담, 대대적으로 발표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③에피소드 3 = 2012년 4월 4일
2년 후인 2012년 4월 5일, 정부는 한국 미래먹거리 ‘IT 10대 핵심기술’을 개발, 2020년까지 50조원대 규모의 시장을 창출한다는 엄청난 정부주도 기술개발정책을 발표한다.
당시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 단장은 당시 홍석우 지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8차 IT정책자문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IT 10대 핵심기술’을 발표, 5년간 1조 2400억원(정부 62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50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출도 197억달러(23조3000억원)규모를 달성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10대 핵심기술은 바이오센서, 인공지능, 라이프케어로봇, 전력반도체, IT핵심소재, 무인시스템플랫폼 등등이다.
④에피소드 4 = 2015년 12월
정부는 2015년 12월 7일 황교안 총리주재로 ‘제6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개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산업 확산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2500억원을 투입, 3년간 클라우드 분야에서 4조6000억원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⑤에피소드 5 = 2016년 2월 16일
구속된 문제의 인물 김종덕 씨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2월 16일, 문체부는 스포츠산업 기술개발투자 및 시설확충 저변확대를 통해 2017년까지 스포츠산업 시장규모를 50조원규모로 키우고 일자리를 5만개 창출한다는 내용을 대통령 주재 ‘제9 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고했다.
문체부는 스포츠산업 R&D 자금은 2015년 130억원에서 2016년 141억원으로 확대, 스포츠기업의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 참여를 촉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⑥에피소드 6 = 2016년 11월 11일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11일 합동회의를 개최, 2023년까지 사업장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총 47조원 규모의 미세먼지 관련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내용의 ‘과학기술기반 미세먼지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은 2017년부터 3년간 423억원을 투자, 미세먼지 대응 기술을 개발해 2023년쯤 47조원규모의 새로운 수요, 시장을 만들어 내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것이다.
⑦에피소드 7 = 2015년 11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에너지 신사업 육성으로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신시장과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15년후 100조원대 시장을 창출한다는 내용의 ‘2030 에너지 신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⑧에피소드 8 = 2016년 2월 1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월 19일, 가상현실 핵심기술개발 및 인프라 지원을 통해 2017년 신(新) 게임산업을 1조원까지 키운다는 내용의 신 게임산업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을 공동 발표한 바 있다.
가상현실(VR)과 융합된 게임 콘텐츠 개발 지원은 물론 규제 완화를 통해 VR기반 게임산업을 1조원대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⑨에피소드 9 = 2016년 11월 14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4일, ‘제91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최, 물산업 분야의 기술혁신을 통해 2030년까지 관련 기업의 매출 50조원 달성하고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의 ‘스마트 물산업 육성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비중을 대폭 늘려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⑩에피소드 10 = 2016년 12월 29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017년 경제정책 방향’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올해 20조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 사회에 대비해 민·관 합동 컨트롤 타워인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키로 하고, 4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해 대대적인 정부주도개발사업을 예고했다.
⑪에피소드 11 = 2017년 1월 1일
정부가 새해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총 4조1335억 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정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월 1일 이런 내용의 ‘2017년도 과학기술·ICT 분야 R&D사업 종합시행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위 11개 에피소드 등 지난해말이나 연초 발표된 정책을 제외하고 2009년부터 줄줄이 발표된 정부의 관주도 기술개발정책의 결과와 성과는 어떻게 됐을까?
책정된 정부 예산은 남김없이 집행됐지만, 정부가 제시한 보랏빛 청사진은 대부분 뻥에 가까운 그림이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탕에 삼탕에 심지어 매년 반복해 우려먹는 재탕전문 정책이 부지기수고, 이런 관주도 산업진흥정책의 효과와 정부 약속대로 지켜졌는지를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국가시스템은 전무하다.
그저 관변교수 심사위원 모아놓고 정책과제에 대한 개발성과 심사회의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이후 국가주도로 개발한 기술과제가 사업화와 상용화, 산업화로 이어졌다는 후속 보도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개발성과가 시장과 연결되는지, 사장되는 지는 검증하지 않은 채 모든 게 ‘개발완료’시점으로 끝난 채 국민 혈세 예산만 낭비되는 정부 출연연구소 과제만 부처별로 매년 수천 개가 범람하고 또 범람할 뿐이다.
■ 관 주도 개발정책은 폐지,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을 정부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2009년이후 지난해까지 8년간 추진한 정부 주도 기술개발 정책이 성공했다면 경기침체와 수출감소, 일자리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어야 한다.
2009년 정부가 추진한 ‘미래성장동력 발전전략’정책 하나만 하더라도 정부 발표대로라면 향후 2년후인 2019년께 700조원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수출은 9200억달러(1086조9,800억원), 352만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2년 후면 경기침체는 물론 수출감소,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실업 문제는 단박에 해결하고도 남을 수치들이다. 과연 그럴까?
문제는 최근 10년 가까이 발표된 관(官)주도 기술개발 정책은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허다하며, 사업화, 상용화로 연결돼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시장을 창출한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정부는 정책과제 수행 후 개발성과 및 개발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페이퍼 워킹 중심의 ‘감사 피하기’ 면피성 패턴이 대부분이고,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과제결과 발표사례가 범람하고 있다는 게 정부과제 심사위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즉 정부가 늘 화려하게 청사진을 제시해 100조원대 시장이 만들어지고 수백조원의 수출과 수백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한 사례가 최근 10년 사이에 30건도 넘는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밝혀졌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초고속성장과 함께 수백조원대의 신산업 수요가 만들어져 일자리와 수출이 수직 커브를 그려야 맞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고 천문학적인 국민혈세 국책개발비만 매년 수조원씩 허공에 사라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추진한 관주도 기술개발정책 중 사업화에 성공, 시장과 연결된 사례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 정도다. 몇몇 생색내기식 기술이전이 고작이다.
정부가 5년후, 10년후를 전망하며 발표하지만 5년후, 10년후 이를 검증하거나 현미경 실태조사에 나서 국민혈세가 투입된 정책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부실이나 부패로 새나갔는지를 검증한 사례는 감사원 감사가 가뭄에 콩 나듯 한두 번 실시할 뿐이다.
이런 부실한 관주도 기술개발정책으로 인해 주요 부처별로 수십 개씩 기생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해마다 수천억원대 예산을 통해 시장이나 산업과 동떨어진 정책과제를 수립하기 일쑤다. 그저 정책 명분만 만들어 주무부처 공무원을 현혹시킨 후 예산을 배정받고 개발성과가 전무한 정책과제는 천지에 널려있다. 담당 공무원 역시 부실과제 적발 시 책임문제로 알고도 쉬쉬한다.
피치원이 그간 수없이 보도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관주도 정책과제중 실체도 없이 수백억원의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1세기 세계 경제질서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VR, 자율주행차 등 혁신적 기술 트렌드로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20~30년전 패스트팔로우 전략이 먹혀들던 정부주도 국책사업 정책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고 예산만 낭비한 채 특정 출연연구기관만 먹여 살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 수백억원 사기극 벌이는 출연연구소의 폐해, 출연연 대규모 통폐합 시급하다
에피소드 사례 외에도 부실 개발정책과제는 널려있다. 미래부가 지난해 4월 연간 100억원씩 향후 10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급의 알파고보다 130배 빠른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정책 역시 실효성이 전무한 예산 날릴 게 뻔한 부실정책이다.
알파고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이 이미 10년전부터 수조원대를 투입해 개발한 AI를 한국 정부가 앞으로 매년 100억원씩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하겠다는 것은 정책과제 수행하는 정부 출연연구소 수십명이 향후 10년간 먹고살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게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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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인공지능개발 과제 같은 100% 예산낭비성 전시행정”이라며 “10년후 AI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공무원과 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이 어떻게 압니까? 정말 한심한 거죠. 정부정책과제가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최근 정부가 산자부와 미래부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전기차 관련 개발과제와 자율주행 관련 국책과제 역시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대표적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9월, 총 430억원을 투입해 민관합동으로 2020년까지 400km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산 날리는 대표적 부실정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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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발표가 나자마자 전문가들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부가 왜 나서서 관(官)주도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느냐”면서 “최첨단 배터리는 이미 한국 민간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냥 가만 놔두면 기업이 알아서 먼저 개발할 것”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LG화학 관계자는 “가장 최첨단 기술이자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를 왜 정부가 나서서 관 주도로 개발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아직도 공무원들이 관주도로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80년대식 정부주도 경제성장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한 관계자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같은 치열한 개발경쟁이 진행되는 산업에 관주도로 표준을 만들고 개발 로드맵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 밖 처사”라며 430억원 예산만 날리지 말고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벌인 희대의 사기극, 350억원을 날린 후 가짜 슈퍼컴퓨터를 국산화했다고 발표한 충격적인 피치원 보도 역시 이런 관주도 개발정책으로 인해 국민혈세만 날리는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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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피치원 보도를 통해 드러난 KISTI가 슈퍼컴 서버용 보드를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인텔로부터 설계도면을 넘겨받아 국내 중소기업을 통해 단순 조립 제작한 것으로 판명돼 거짓으로 밝혀진 사례 역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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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인공지능의 경우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국내 최강 글로벌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극비리에 진행 중인 데, 시장과 산업을 모르는 공무원과 정부 출연연 연구원이 이런 AI개발에 나설 필요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개발,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도저히 잘할수도 없고, 세계적 기업간 치열하게 개발경쟁이 불붙은 최첨단 기술개발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대표적인 시장 역행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정부가 현대기아차보다 잘할 리 만무하고 전기차용 배터리개발을 세계 1위 기업인 LG화학보다 정부와 출연연이 더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는 정부가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80년대식 ‘패스트 팔로우’경제성장정책의 기조를 이젠 완전 파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스스로 시장을 잘 알고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엘리트 관료사회의 반시장적인 정책 마인드도 이젠 걷어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최근 중기청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인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역시 예산낭비하는 대표적 꼼수 정책이다.
중기청은 이 사업시행시 반드시 해당 예산의 20%를 대학이나 정부산하 출연연구소에 제공토록 의무화, 정책을 빌미로 대학과 출연연에 예산을 편법으로 퍼주는 이른바 허공에 날리는‘관피아 예산’을 고집하고 있다.
추락하는 대한민국, 관주도 산업진흥정책은 이제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과감히 구매하는, 이른바 개발성과를 중심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선 민간개발,후 정부구매’정책기조로 바꿔야 한다.
새 정권과 새로운 국가 지도자는 관주도 산업진흥정책의 전면적인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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