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저주인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기인가?”
98년 설립돼 연매출 1900억원대에 매년 150억원대 규모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유무선통신장비업체인 쏠리드가 팬택인수 후 자금난이 겹치면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귀추가 주목된다.
쏠리드는 팬택인수 이후 팬택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총 1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저조한 스마트폰 판매실적으로 인해 대주주 주식담보로 한 400억원대규모 전환사채(CB)에 대한 상환요청이 내년 5월에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팬택인수 후 동반 위기를 맞고 있는 쏠리드의 현실은 19년간 탄탄하게 벤처기업을 일궈온 노련한 성공 창업가조차도 단 한번의 실기로 위험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쏠리드는 팬택인수 후 자체 자금 500억원을 투자한 데이어 대주주 정준 대표가 주식담보로 원익에 400억원의 자금을 CB형태로 투자유치한 상태다. 원익이 주식전환을 거부할 경우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준 대표는 2015년 2월부터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있는 스타 CEO다. 실제 쏠리드는 부채총계 2025억원, 부채비율 213%,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 팬택 위기의 출발, 거짓말로 드러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도네시아 팬택 국민폰’
쏠리드의 팬택 인수는 ‘독배를 마신 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팬택 인수가 독배였던 것은 인수 후 팬택 위기에 그치지 않고 쏠리드의 경영권향배까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쏠리드의 팬택 인수는 무엇보다 2가지 측면에서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15년 쏠리드 공동인수를 제안했던 변양균 옵티스회장(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팬택폰을 인도네시아 국민폰으로 공급하겠다며 쏠리드에 약속했던 사업제안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이통사는 변 회장의 당시 주장과는 달리 팬택폰을 국민폰으로 집중 보급할 계획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변양균 전 회장의 당시 ‘이미 계약이 돼 있다’던 사업제안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거짓이었던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23일 밝혀졌다.
실제 변양균 전 회장은 2015년 인수제안 당시 쏠리드 측에 인도네시아 정부 및 현지 이통사와 협의가 사실상 끝났다며, 팬택 정상화만 이뤄지면 인도네시아 국민폰 생산업체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보랏빛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믿고 인수와 정상화 투자에 1000억원을 투자했지만, 팬택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나자마자 판매부진에 이은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쏠리드 정준 대표가 정부 고위관료 출신 기업가 말을 믿고 팬택인수와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대 투자를 감행한 승부수가 패착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점이다.
최근 통신장비업체 D사에 100억원대 투자를 요청, 베트남 현지에 스마트폰생산 합작회사설립에 나선 건도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실패와 아임백 판매 부진에 따른 돌파구 차원에서 추진된 임시방편 사업인 것이다.
결국, 팬택 운명은 베트남 이통회사가 어느 정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 판매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팬택은 현재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며, 신제품개발조차 중단할 정도로 유동성이 경색돼 있는 실정이다.
결국, 창업 19년 차의 경험 풍부한 쏠리드 정준 대표는 전직 고위관료의 허술한 사업제안에 과감히 1000억원대를 투자하면서 팬택의 부도위기는 물론 쏠리드 재무건정성까지 위협받는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게 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옵티스는 당시 팬택 인수에 20억원을 투자, 팬택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으며 쏠리드가 96%를 보유하고 있다. 옵티스는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며, 변 회장은 취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옵티스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변 씨는 이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직 고위관료가 주도했던 옵티스는 법정관리를, 그가 부추켜 인수한 팬택 역시 풍전등화의 처참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 형국이다.
■ 팬택 위기의 본질, 팬택은 살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팬택의 회생 가능성과 관련해 삼성전자, 애플과의 경쟁이 아닌 중저가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제품과의 경쟁에서조차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팬택이 애당초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몇 년간 특정 지역에서 잠깐 판매실적으로 올릴 수는 있지만, 중국에서 쏟아지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범람 속에 팬택의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쏠리드가 최근 베트남 현지 합작사 설립을 위해 통신장비회사 D사에 100억원대의 투자를 요청한 것도 이런 급박한 자금난 때문이다. 팬택의 앞날은 베트남 이통사에 달려있고, 합작사 공장가동 상황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쏠리드는 팬택 정상화를 통한 자금회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경영권이 원익으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쏠리드 재무담당 임원은 “쏠리드는 현재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 내년초 상환해야할 채무를 현재 부분적으로 상환하고 있을 정도”라며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23일 피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쏠리드는 대주주 주식애스크로 400억원대 CB와 팬택 유동성 문제를 주도적으로 관리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쏠리드 관계자는 해외사업과 아임백 출시와 관련한 논란과 관련해 “팬택이 올해 상반기 아임백을 출시한 것은 동남아 시장 타진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모델과 레퍼런스를 요구해 눈물을 머금고 생산, 출시한 것”이라며 “아임백 모델에 대한 현지 파트너들의 반응이 좋고 불량률이 극히 낮은 점을 높게 평가해 현재 베트남 사업은 순조롭게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원익은 지난 5월 11일 쏠리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공시 내용 담보권자는 원익 그로쓰챔프 2011의3호 사모투자전문회사, 컴퍼니케이스타트업윈윈펀드, 컴퍼니케이챌린지펀드, 컴퍼니케이미래성장펀드였고, 담보계약으로 정 대표의 누적 담보제공 주식 수는 240만주량으로 증가했다.
당시 쏠리드 정준 대표는 담보권이 전부 실행될 경우 보유 주식수는 3%이하로 감소하게 된다. 쏠리드는 지난 10월에 181억원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 최악의 자금난은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직 고위관료가 구상한 설익은 글로벌 사업과 이런 사업제안을 믿고 팬택인수에 나섰던 쏠리드는 결국 팬택 부도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오면서 동반 위기를 맞고 있다. 쏠리드는 현재 쏠리드네트웍스,쏠리드시스템즈,쏠리드에듀,쏠리드윈텍, 쏠리드팬택홀딩스 등 13개 관계사를 갖고 있다.
한편 쏠리드 정준 대표 주식담보 대여 주체인 원익그룹은 이용한 회장이 대주주인 창업 36년째인 중견그룹으로, 반도체장비업체인 원익IPS로 출발해 자산평가 회사인 호라이즌캐피탈, 투자회사 등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린 엄청나게 알짜회사다.
원익IPS의 경우 22일 종가기준 시총1조566억원규모에 이르며 원익그룹 전체 매출 역시 7000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건설 자회사인 신원종합개발을 매각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외부의 사업조건을 믿고 투자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울한 세밑 쏠리드와 팬택의 극적인 회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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