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구치소복역으로 인한)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인 전략수립이 어렵다(SK)”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삼성)”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가 국내 재벌 대기업의 민원성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이를 빌미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대의 출연금을 요청, 뜯어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자체가 거대한 범죄집단이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말 7대 그룹 총수들과 독대하기 직전에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들에 ‘민원성 현안’을 요청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앙일보가 16일 단독 보도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과 총수들이 개별 면담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문제와 함께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에 담긴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눈 단서를 확보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즉 재벌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그룹별 최우선 현안인, ▶구치소에 복역중인 회장(최태원 SK그룹회장, 이재현 CJ그룹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헤지펀드의 공격이 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원을 요청하는 SK그룹과 삼성그룹의 민원을 대통령이 직접 듣고 수백억원 재단 출연을 빌미로 이를 해결줬다는 청와대와 현 정권의 추악한 정경유착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태원 SK그룹회장은 면담이 있은지 한달도 안돼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고, 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헤지펀드 엘리엇 공격당시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편을 들어주면서 엘리엇이 물러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순실(60·구속)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최근 안종범 전 수석의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적힌 자필 메모를 확보하면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안이라는 건 기업들의 민원, 즉 숙원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24~25일 박 대통령과 7개 그룹 총수 간 단독 면담에 앞서 해당 기업들에 현안 자료를 요청했고, 기업들이 보내온 자료를 메모 형태로 재정리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통령이 나서서 재벌 대기업의 숙원 민원사항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이들 대기업이 수백원대 거액을 자발적으로 출연토록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제 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권과 대통령이 나서서 재벌 대기업 등을 치며 거액의 돈을 뜯어낸 비리를 저지른 명백한 범죄사실이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장에서 발견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건이 사실상 확보된 것으로 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대기업들의 경우 회사 현안을 현 정권과 논의후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과 해당 기업들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이 혐의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요구할 때 성립하는 것으로 대통령 탄핵사유에 해당한다. 대통령과 독대한 7개 그룹을 포함해 17개 대기업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사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압수한 메모에는 ‘오너 총수의 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SK·CJ),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삼성),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현대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보도했다.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 참석한 총수들은 삼성그룹 이재용(48)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78) 회장, LG 구본무(71)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64)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67) 회장, CJ 손경식(77) 회장, 김창근(66) SK수펙스협의회 의장 등이었다.
검찰은 올해 3월 박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가진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15일 소환, 올해 5월 출연금과 별도로 K스포츠재단 측에 70억원을 줬다가 돌려받은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한편 검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68·GS 회장) 회장도 지난 2월 박 대통령을 독대한 정황을 잡고 허 회장이 전경련 혹은 GS그룹 차원에서 두 재단 관련 지원을 논의했는지 조사 중이다. GS그룹은 지난해 말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총 42억원을 출연했다.
재계는 오너 회장과 관련한 민감한 민원성 현안사항이 공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독대회의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청와대 요청에 따라 안건을 정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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