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대참사가 서서히 마무리단계로 접어듦에 따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변화와 혁신적 조치들을 강구할 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갤럭시노트7 파동이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진 것은 전 세계 IT 제조업체 가운데 QA(Quality Assurance∙품질보증)에 관한 한 글로벌 넘버원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제조업계 끝판왕으로 불리는 삼성전자가 ‘리콜과 단종’이라는 세계 스마트폰 역사상 최악의 품질결함 사고를 터트렸을까 하는 게 글로벌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스마트폰 자체가 종일 휴대하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이 있을 경우 매우 위험한 제품이라는 점, 갤럭시 브랜드가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가장 위험한 스마트폰’으로 지목할 만큼 처참한 상황으로 내몰린 점 등도 미국 언론이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요소로 분석된다.
실제 갤럭시노트7 파동은 단숨에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엄청난 언론보도와 화젯거리를 몰고 왔다. 세계 주요 언론은 물론 전문가그룹은 온갖 비판과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전자 최대 위기론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국가 경제위기론에 이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이 미국으로 건너와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는 미국 교수 발언까지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한달 내 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피치원은 연초 보도한 [추락하는 삼성전자]시리즈를 통해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조명한 데 이어 갤럭시노트7 대참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진단해본다.
■ 갤럭시노트7 대참사 원인은 아직도 남아있는 패스트팔로우 근성이 본질
리콜에 따른 100% 제품회수, 그리고 단종이라는 세계 스마트폰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제품결함사태는 갤럭시S7의 성공에 취한 삼성전자 수뇌부의 과욕이 빚어낸 필연적 참사라는 분석이 현재로썬 가장 유력하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올해 상반기와 중반기를 넘기며 대히트를 친 갤럭시S7에 이어 후속작까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애플을 뛰어넘는 결정적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유난히 올 전반기에 조바심을 낸 것은 지난해 애플에 완패당한 처참한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랑 2위(점유율 14.5%) 애플은 전 세계 프리미엄폰 수익의 94% 차지한 반면, 8100만대를 출하, 판매량 1위, 점유율 1위( 24.5%)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수익의 11%를 차지하는 데 그치는 최악의 실적 부진을 기록한 바 있다.
애플 아이폰 평균 판매가 78만5000원(670달러), 삼성폰은 22만원(180달러).
2015년 기준, 글로벌 판매량,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의 두 배 가까운 실적을 내고도, 프리미엄폰 수익의 94%를 애플이 싹쓸이했다는 사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완벽하게 ‘KO 완패’를 당했다는 의미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애플의 천하시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갤럭시S7의 큰 성공으로 삼성전자는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반면 애플 아이폰6S는 평작 수준에 그치면서 삼성전자 수뇌부는 결국 갤럭시노트7의 연속 히트로 애플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워 출시 시점을 무려 두 달이나 앞당기는 무리수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삼성전자 수뇌부는 실적압박에 따른 조급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품질관리에서 구멍이 뚫린 유례없는 대참사를 불러일으킨 꼴이다. 이번 갤럭시노트7 대참사의 근저에는 애플 아이폰7에 승기를 굳혔다고 자신한 수뇌부가 “무조건 출시 시점 앞당겨”라는, 이른바 “까라면 까는” 밀어부치기식 조직문화가 엄연히 존재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로 봐야 한다.
실제 이번 갤럭시노트7 출시 시점과 관련해 수뇌부의 무리한 요구에 개발자와 시스템통합 최적화팀, 테스트 팀 등에서 2개월 출시시점을 앞당기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내 묻히고 만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같은 문화에서 수뇌부 지시를 맞출 수 없다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위에서 지시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죠. 이번 참사도 근본 원인은 이런 일방통행식 소통 문화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실 삼성전자 내 이런 군대식 상명하복 소통문화는 신종균 사장체제에서 정점을 찍고 고동진 사장체제에서는 상당 부분 완화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신종균 모바일(IM)총괄 사장이 무선사업부 대표를 맡던 시절, 내부 불만이 팽배했던 것도 이런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 평가다.
결국, 지난해 최악의 실적 부진에 휩싸인 삼성전자 수뇌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갤럭시S7과 평작에 그친 아이폰6S의 행보에 후속작 갤럭시노트7에 너무나 많은 과욕과 조급증을 부린 게 이번 참사의 근본원인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분석된다.
배터리 문제나 설계 구조상 문제 등 지금까지 국내외 언론을 통해 거론된 결함요인 역시 이런 조급함이 지배한 조직문화가 만들어낸 하자요, 불량의 근본 원인이었던 것이다.
■ 삼성전자는 왜 그렇게 빨리 백기 들었나? 조급증이 부른 너무 빠른 리콜과 단종선언, 리콜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행보
이번 갤럭시노트7 대참사기간 동안 삼성전자답지 않은 두 가지 사례가 등장,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가 왜 그렇게 빨리 리콜을 선언했는 지하는 문제다. 이 역시 실적에 시달린 수뇌부가 사태확산을 우려, 조바심에 너무나 빨리 인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대형 리콜에 나설 때는 제품하자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고, 해당 국가 정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원인이 드러날 경우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어쩐 일인지, 100대 정도 단말기에서 문제가 생기자 곧바로 제품 전량회수,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리콜을 전격 단행하는 등 이례적인 신속한 행보를 보여줬다. 물론 빠른 리콜발표는 국내외 언론의 찬사를 받았지만, 그동안 다국적기업의 대형 리콜사태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고 결함보고가 있더라도 불량원인과 제품결함이 공식으로 확인된 후 리콜을 하는 게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갤럭시노트7의 경우 불량률(판대 대수 200만대에 100대 불량) 0.00005%에 불과하지만, 24시간 휴대하는 특성, 배터리폭발로 화상과 화재 위험성 등이 제기되는 등 다른 제품과는 특성 자체가 차이가 나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삼성전자의 리콜발표 시점은 너무나 성급한 조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초기 국내외 미국, 중국 등에서 배터리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원인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결국, 배터리 폭발화재 원인을 찾아내기는커녕 불량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스스로의 불안감과 조급함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 정부 당국의 조사결과도 나오기 전에 리콜을 전격 발표했다.
실제 미 정부 당국 역시 화재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발표했고, 현재로써는 온갖 추측만 무성한 채 갤럭시노트7 결함 원인은 미궁에 빠진 채로 남아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운전 중 생명과도 직결되는 자동차 리콜조차도 결함 원인 파악 후 리콜을 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볼 때 이번 삼성전자 리콜 사태 역시 매우 성급한 수순이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원인을 알아야 리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급한 결정은 리콜 후에도 발화사고가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신뢰성 타격과 브랜드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조급한 악수가 결국 ‘단종’이라는 세계 휴대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치욕스런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몰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고,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기내 반입을 금지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수습할 여력을 잃은 채 모든 것을 거둬들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고만 셈이다.
품질관리에 실패한 것도 모른 채, 2개월 앞당겨 출시한 수뇌부 결정도, 결함 원인을 파악도 하기 전에 리콜정책을 발표한 조급한 첫 번째 리콜 행보도, 그리고 결함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동일한 발화 불량의 교환품을 판매한 정책도 모두가 다 삼성전자 경영진 수뇌부의 조급함이 만들어낸 패착으로 결론 난 것이다.
빠른 리콜이 호평을 받았지만 새 교환품이 동일한 화재가 발생하면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은 결정타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꼴이다.
■ 이재용 부회장이 피비린내나는 인적 쇄신과 혁신을 해야 할 5가지 과제
지난해 애플에 참패당하고, 2016년엔 세계 스마트폰역사에 남을만한 불량제품을 판매하는 오명까지 뒤집어쓰는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것은 5가지 암적인 요소 때문이다.
가장 큰 요소는 핵심 수뇌부의 자리보전을 위한 단기실적에 집중하는 조직문화다. 사업부별 대표이사조차 몇 년 후를 보장하기 힘든 상황에 단기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중장기적 혁신을 놓치는 결정적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퍼진 적당주의도 매우 심각한 암적요소다. 이건희 체제 때와는 완연히 다른 타협과 적당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시절, 엄격하고 살벌했던 무선사업부 부품구매 의사결정은 계열사라고 봐주는 법이 절대 없었다. 외국계 부품회사와 동일한 조건에서 납품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시스템LS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 분위기는 납품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부활을 위해 반드시 혁신해야 할 세 번째 요소는 글로벌 부품벤더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줘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면 가장 많이 돈번다는 ‘Buying Power(바잉파워)’를 여전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내재화로 글로벌 부품업체들이 대거 애플과 화웨이 등 중국업체에 먼저 새로운 피처를 제안하는 현상이 바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가장 큰 위기라는 지적이다.
원가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중시하는 수뇌부의 단기실적 우선 문화는 수많은 스마트폰부품 글로벌 챔피언들이 서서히 삼성전자에 등을 돌리게 하는 치명적 결과를 낳고 있다.
드라이버IC나 메탈케이스 등 단순부품은 내재화 대신 외주를 줘야 하지만 삼성전자는 원가절감의 이유를 들어 거꾸로 베트남공장에서의 내재화 품목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하드웨어 제조분야에서 턱밑까지 올라온 중국업체와의 경쟁 대신 삼성전자는 이제 새로운 혁신적 피처(기능)와 소프트파워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이런 혹독한 인적 쇄신과 삼성전자 조직 자체가 단순 원가절감보다는 혁신적 피처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칼을 빼들어야 할 네 번째 요소는 바로 삼성전자 의사결정 라인에 소프트웨어를 아는 사람이 전무한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삼성전자에 ‘소프트웨어 DNA’를 심는 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프트파워 없이는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향후 세계 IT산업을 지배할 새로운 질서에 삼성전자의 포지션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보고만 받고 현장 뛰며 공부하는 임원이 없는 삼성전자 임원들을 깨우는 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챙겨야 할 다섯 번째 미션 중 하나다.
“40대와 50대 임원 중 10대와 20대의 모바일 라이프를 제대로 아는 임원은 거의 없습니다”
10대들이 스마트폰으로 온종일 무엇을 하고, 그런 10대, 20대의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이해하는 삼성전자 내 임원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늘 보고를 받고 보고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정말 시장과 이용자 현장의 생생한 트렌드를 임원들이 알아야 하지만 실제는 늘 보고체계를 통해 걸러진 채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
모르니 상상이 안 가고,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다. 10대들의 모바일라이프 스타일을 모르는데, 당연히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과 혁신을 적용하는 데 최상의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누구보다 공부에 심취하고 열정적으로 이용자 현장을 누비며 UX 흐름과 시장 트렌드를 꿰뚫고 있다.
보고리포트로 의사결정을 하는 삼성전자 수뇌부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삼성전자 혁신의 물결은 갈수록 잦아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종균 총괄사장 시절 위력을 떨쳤던 상명하복의 기업문화는 고동진 사장 취임 후 소통하는 문화로 많이 변화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수평적 조직문화와 자신의 의견과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혁신적 피처를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에 쏠리게 하는 글로벌 테크놀로지 리더십을 삼성전자는 빠르게 갖추고 확보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인(人)의 장막에 갇혀 미래전략실 보고자료에만 의존해 삼성전자를 살펴본다면 삼성전자의 미래는 없다.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삼성전자 내부 곳곳을 손바닥 보듯 꽤 뚫고 있어야 하고 새로운 소프트파워 관련 산업과 트렌드에 뿌리를 박듯 천착해 가장 앞선 인사이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에 모든 가전제품을 갖다놓고 분해하고 조립하며 문제점을 스스로 간파해온 ‘오다꾸’스타일을 고집한 게 삼성전자를 글로벌 챔피언으로 등극시킨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이재용 부회장은 절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늘 보고만 받고 정책을 결정한다면 갤럭시노트7 단종같은 대참사는 계속해 반복될 것이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과 텐센트, 화웨이가 주도하는 글로벌 IT산업의 질서에 삼성전자가 메인스트림을 움켜쥐기 위해서는 결국 부친 이건희 회장처럼 천착하듯 집요하게 파고드는 강렬함을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갖춰야 한다.
갤럭시노트7 대참사는 바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던지는 경고메시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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