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 정부와 구글이 남한 디지털 정밀지도 해외반출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지난 6월 1일 구글이 한국 정부에 정밀 디지털지도를 해외에 반출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정부는 내주 구글과 대한민국 디지털 정밀지도 해외반출과 관련한 공식 협상을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12일 확인됐다.
한국 정부와 구글이 디지털지도 반출과 관련해 공식 협상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정부가 구글 측에 어떤 요청을 할지, 협상 테이블 의제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구글과의 공식 협의를 통해 ▶남한 내 안보 및 군사시설(군시설 및 청와대)삭제 ▶동해∙독도 한국 정부제공 원안대로 데이터사용 ▶구글세 납부 등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 구글 측이 수용한다면 5000분의 1 축척의 디지털 정밀지도 데이터에 대한 해외반출을 공식 허용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와 총리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구글이 요청한 대한민국 정밀지도 해외 반출 신청서 제출에 대한 결론을 11월 초께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에 따라 내주 초부터 국토지리정보원이 구글과 5000분의 1 축척 정밀 디지털지도 해외반출과 관련한 공식 협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12일 밝혀졌다.
한국 정부와 구글 간 디지털지도 해외반출 관련 공식 협상 테이블에는 최병남 한국지리정보원장이 실제 한국 정부 측 협상 대표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글 측에서는 디렉터급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아직 한국 정부와 구글 측 협상멤버와 관련, 확정된 바 없다”면서 “협의체 관련 부서별 참석자는 내주께 확정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구글과 협상에 나설 한국 정부 협상팀 멤버는 국토지리정보원을 포함,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통일부, 행정자치부, 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 협의체 관계자 중 상당수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10월 말까지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충분히 협의 및 조율 단계를 거쳐 늦어도 11월 초에는 그간 논란이 돼온 남한 디지털 정밀지도에 대한 해외반출 여부를 최종 확정,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및 산업부, 외교부, 문화관광부 등 주요 부처는 해외반출 허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방부와 국정원,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지리정보원 등은 보안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등 부처 내 이견이 여전히 첨예한 상태다. 협의체가 지난 8월 최종 결론 직전에 공식 발표를 3개월 늦춘 것도 이런 복잡한 부처별 이견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토록 요청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질 경우, 5000분의 1 디지털 정밀지도 해외반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입장이다.
■ 한국 정부, 구글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
8개 부처 협의체간 회의만 해오던 정부가 구글과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로 한 것은 더 이상 구글과 미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버티기 힘들다는 통상과 외교적 측면의 정책 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미 구글이 위성사진 기반 영상정보이긴 하지만 남한 내 군사시설 및 청와대 위치가 5000분의 1 축척의 정밀지도 형태로 서비스 중인 점, 좌표가 그대로 드러날 만큼 초정밀 영상지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크게 의식, 반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글은 이미 SK텔레콤을 통해 5000분의 1 축척 디지털 정밀지도 데이터를 이미 유료로 제공받아 사용 중이고, 현재 맵구글을 통해 위성사진 기반 영상정보를 통해 청와대 및 군사시설이 해외에서 검색되고 있는 점 역시 이런 5000분의 1 축척 데이터를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국방부와 국토부 등이 제시한 안보상의 반대이유에 대해서도 군사안보시설을 명확하게 삭제하는 요구를 구글이 수용한다면 전혀 문제없다고 정부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이런 어쩔 수 없는 측면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구글은 안보 및 군사시설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을 받아줄 의사가 있는 반면 독도와 동해, 구글세 납부 등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협의가 순조롭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반면 구글이 SK텔레콤을 통해 5000분의 1 축척 디지털 정밀지도 데이터를 이미 유료로 제공받아 위성사진 기반 영상정보 제공에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구글세를 제외한 부분을 구글 측이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해외반출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정통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 한국 정부 결국 구글에 항복, 지도정보, 위치기반 국내 산업 초비상
이번 한국 정부와 구글 간 공식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것 역시 한국 정부 측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이번 첫 공식 협상 역시 구글의 요구대로 끝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매우 높은 상태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안보도 매우 중요하지만, 향후 지리정보 데이터 및 위치정보 저작권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구글에 대한 남한 5000분의 1 축척 디지털 정밀지도를 해외 반출해야 한다는 논리는 한국을 방문한 해외여행객의 불편이 가중되고 폐쇄정책으로 한국 정부만 갈라파고스의 섬으로 전락할 것이란 주장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은 명분만 그럴듯할 뿐 실리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구글 측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 구글이 향후 지리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치정보 및 O2O서비스 및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서비스 등 새롭게 뜰 천문학적인 시장규모를 보일 시장을 주도할 경우, 국내 산업은 구글에 엄청난 로열티와 의존적 산업구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공간정보 김인현 대표는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독자 마련한 남한 디지털 정밀지도를 왜 구글에 거의 공짜로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이 한국 정부가 제공한 디지털 정밀지도 데이터를 탑재한 서버를 한국에 구축한 후, 한국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구글은 지도서비스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어떠한 간섭도, 정치적 외압도 받기 싫을뿐더러 구글세 등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실리 측면의 조세회피 전략 때문에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며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실제 구글은 매년 구글 검색 광고로만 연간 1조원대가 넘는 매출을 한국시장에서 올리고 있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등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는 조세회피 고자세 관행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구글에 대한 디지털 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국내 지도정보서비스 업체는 물론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수 기업들은 향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 전문가는 “구글은 이미 전 세계 웹과 모바일 이용자의 데이터, 이를테면 누가 언제 무엇을 구매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하는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이 디지털 지도정보를 기반으로 한 위치정보 서비스에 나서면 어떤 기업도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구글 측과 협상을 통해 조건부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절대 구글에 모든 것을 퍼주고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며 로열티를 내고 시장도 다 뺏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리정보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지도정보는 이미 해외 맵구글을 통해 청와대니 군사시설이니 이미 다 위성사진으로 좌표까지 파악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안보상의 이유는 이제 명분이 없어진 만큼 철저히 산업적 측면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글은 2010년 우리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했으나 실패한 후 지난 6월 1일 재신청했다. 결정시한은 지난 8월이었고, 정부는 3개월 늦춰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기준을 들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를 고집하고 조세회피 목적으로 지도정보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코자 하는 구글의 고압적 태도를 한국 정부가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반전을 이뤄내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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