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정부에 맞서 ‘고집’을 피우기란 쉽지 않다. 기업이 살아있는 권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공권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국내 여건상 기업은 늘 ‘을’도 아닌 ‘병’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던 카카오가 불과 1년만에 이를 번복, 정부의 감청영장에 응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카카오는 ‘정부에 이용자 정보를 내놓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카카오가 백기투항한 것은 세무조사, 검찰수사 등 그간 진행돼 온 정부의 전방위 압박과 함께 최근의 인터넷은행 사업권 신청 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괘씸죄에 걸린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사업권을 따내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도 입장 번복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0월 13일, 이석우 당시 다음카카오 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프라이버시를 우선하겠다”며 감청영장 집행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그토록 강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카카오가 이제 그 말을 주워 담겠단다.
지난해 포털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의 코멘트는 카카오의 타들어 가는 속내를 짐작케 한다.
이 씨는 지난해 감청 논란 당시 트위터를 통해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다니, 그러면 그냥 이민가라”고 카카오를 비판하는 국민들과 언론에 불만을 나타냈다. 카카오의 법률대리인 구태언 변호사도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감청영장 거부 사태 당시 카카오보다 비상이 걸린 곳은 오히려 정부였다. 김진태 검찰 총장은 “필요하면 문을 따고 들어가겠다”는 말까지 뱉으며 카카오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정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카카오는 미운털이 더 깊이 박혔다.
정부는 사실 ‘버릇없는 행동’을 해 온 카카오에 대해 지난 1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길을 들여왔다. 이 때문에 이번 백기투항은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카카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시작했고, 검찰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도박혐의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작심발언을 했던 이석우 전 대표를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가능한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한 정부는 카카오의 뉴스 편집과 독과점 문제 등으로 압박을 더했다.
결국 카카오는 변할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은행 사업권 신청에 뛰어들며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왔다. 카카오는 정부 눈 밖에 난 관계를 풀지 않고는 향후 기업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휩쌓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불과 1년전 3900만 카카오 이용자와 했던 약속을 스스로 내던져 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카카오는 전 국민과 한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다. “이용자를 우선 보호하겠다”며 큰소리쳤지만 1년만에 아무 말도 없이 수사기관에 감청을 다시 허용했다. 국민을 속인 셈이다.
카카오의 말 바꾸기가 모바일 메신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카카오의 백기투항과 이용자에 대한 배신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에 대한 비판여론은 높지 않다.
오히려 정부에 반기를 드는 기업은 어떤 형태로 든 ‘손을 보는’ 정부, 그리고 살아있는 권력 앞에 버텨낼수 있는 기업은 없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했다.
대기업도 정부 눈치를 보는 상황에 벤처 태생인 IT기업 카카오야 어떻겠는가. 말 바꾸기를 한 카카오의 경영진은 미워해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어낸 카카오를 미워하지는 말아야한다.
Sang Jin, Kim
2015년 10월 13일 #1 Author와글와글, 톡톡 튀는 포스트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