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국가, 한 나라일까 싶다. 사드를 둘러싼 급박한 국제 외교 질서 속에 대중국 수출 및 한류에 치명타를 입으며 고립무원의 처참한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젠 스스로 자폭하며 우물 안으로 몸을 던지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권이 조선일보와 정면으로 한판 붙었다.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가 그간 가장 밀접한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보수 매체의 대명사 조선일보를 손보겠다며 전쟁을 선언하고 있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현 정권의 레임덕에 실세 민정수석을 낙마시키겠다는 조선일보의 끝장 보도도 의심을 받고 있지만, 조선일보를 썩은 악취가 풍기는 부패 기득권 언론이라며 결사항전을 외치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처참한 모습 역시 대한민국의 심각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40일 넘게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할 정도면 설령 스스로 비리가 없고, 떳떳할지 언정, “대통령 통치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한다”는 워딩과 함께 스스로 물러나는 게 통념적 기대치이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질겨도 너무 질긴 쇠심줄 같은 감싸기 옹고집에 ‘진퇴양난’의 몰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병우 일병구하기’는 한번 신뢰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통상의 ‘용인술’과는 거리가 먼 그저 강렬한 고집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국민이 불편하고 현 정권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이미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우 비리 혐의가 있는 데다, 힘 있고 돈 많은 재벌사위로서 한나라의 법질서를 관장하는 민정수석 자리를 계속 영위하기에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는 점 때문이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민정수석과 대통령 고위직 참모들의 비위를 감찰할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특별감찰관이 동시에 검찰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해외 토픽감이다. 실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둘 다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직들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대놓고 공격하며, 국기를 흔들었다고 성토하고 있고, 특별감찰관은 역시 공개적으로 대통령에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가히 콩가루 집안에 다름 아닌 거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최악으로 치닫고 최근 들어 대중이 경악하고 있는 것은 현 정권이 대놓고 조선일보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나라를 통치하는 청와대에 이성은 상실됐고 증오심만 가득 차 있다는 건 매우 불길한 징조다. 누가 이런 상식 밖 소모전에 권력을 동원하고 국력을 낭비하라고 현 정권에 표를 줬는가?
대통령의 암묵적 정서와 지시하에 ‘우병우일병 지키기’와 이석수 특별감찰관 쳐내기도 참 볼썽사납지만, 특정 언론을 겨냥해 구린 구석과 부패가 만연한 ‘기득권 부패언론’이라고 지칭하며 칼날을 들이대는 위압적 자세 역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권력 남용이다.
어찌 권력이 대놓고 특정 언론에 손을 보겠다며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단 말인가?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가 증오심으로만 가득 찬 믿기 힘든 현실 앞에 국민은 “국가 시스템이 이리 돌아가도 되는가?”라며 어안이 벙벙하다.
이미 정치검찰은 이미 조선일보 S 주필 겸 편집인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흘리며 조선일보에 대해 ‘부패 기득권세력’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검찰의 정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 S 주필의 3억원 수수설과 함께 S 주필의 친형이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를 지낸 사실을 보도하면서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직접 겨냥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조사를 독려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폭로와 그를 낙마시킨 일등공신이 조선일보 아닌가? 그 공로로 K 전 편집국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 것은 그간 현정권과 조선일보 간 밀월관계의 가장 극적인 사례라는 언론계의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청와대는 우병우 찍어내기에 골몰하는 조선일보의 40여일의 집요한 흠집내기 보도에 민정수석 사퇴와 타협 대신 “조선일보의 우병우죽이기 본질이 임기 후반기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급기야 “조선일보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제 가장 우호적인 같은 편의 조선일보와 척을 지고 있으며 야당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환호하고 있고, 반대로 여당은 정권을 놓칠까 전전긍긍이다. 사드로 인한 대중국 수출감소나, 치명타를 입은 한류의 급격한 위축 등은 현 정권도 정치권도 안중에 없다.
한 나라 살림과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 컨트롤타워는 홍보수석을 포함, 핵심 참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특별감찰관 이석수와 ‘부패 기득권 매체’라며 조선일보 험담을 쏟아내느라 허송세월하고 있다.
대통령 임명직인 특별감찰관은 대놓고 항명하며 사퇴불가를 외치며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대들 기세고, 민정수석과 함께 나란히 검찰수사를 받는 기막힌 상황을 곧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진경준 김정주 사태로 시작된 우병우 사건은 40여일만에 이제 청와대와 최대 보수 매체인 조선일보 간의 결사항전으로 번지며 나라 전체를 개콘 리허설장으로 만들 태세다.
국민과 SNS상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우병우만 있다”는 비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박근혜 정권은 심각한 레임덕에 빠져들며 마지막 명예 회복할 1년여의 귀중한 임기 말을 날려보내는 치명적 패착을 뒀다는 평가를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병우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페북을 통해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직 공직자이지만, 선출직 공직자든, 임명직 공직자든 임명권자는 국민이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임명직이니 임명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다는 생각은 교만이고,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대표 보수매체 조선일보 역시 상당한 브랜드실추가 예상된다. 주필과 편집인을 겸하고 있는 조선일보 실세 임원의 부도덕한 부패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언론 비리 중 조선일보가 가장 큰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어 추가적인 조선일보 비리가 드러날 경우, 반 조선일보 정서는 더욱 확대될 수도 있어 향후 현 정권의 조선일보에 대한 사정 칼날의 수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래저래 박근혜정권이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한 조선일보와 박근혜 정권 간의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