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외교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를 도입키로 전격 결정하자 예상대로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과 함께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사실상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재계는 초비상상태다.
재계는 세계적인 불경기와 최악의 내수 부진 속에 ‘사드 악재’로 인해 대(對) 중국∙러시아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현지 진출 및 수출기업에 제재를 가할 중국 정부의 예상 보복 조치들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등 일제히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재계는 굳이 시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될 사드배치 도입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왜 이렇게 빨리 외교적 결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는 한 해 한중 무역규모가 3000억달러를 넘어설 만큼 중국입장에서 최대 수입국이 한국인 데다, 한국 역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을 적대시하는 이런 치명적 외교적 결정은 결코 대중국 수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금 미 중 양국간 줄다리기 힘의 외교전에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왜 사드도입을 조기 결정했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외교가 절대 경제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외교가에서도 한국 정부가 미∙중 간 첨예한 사안인 사드 배치 문제를 굳이 먼저 나서서 조기 결정한 것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은 최악의 외교정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통상 관련 전문가들은 “사드배치 문제는 미∙중 양국 간 입장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상, 설령 도입하더라도 국방부 산하검토기관부터 시작해 수많은 논의와 단계별 의사결정 구조를 거치면서 1년 이상을 끌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며 “1,2년 시간을 연장하면서 검토와 논의 단계를 거치다 보면 미 중간 입장이 계속 바뀔 것이고, 거기에 맞춰 전략적 외교 스탠스를 취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왜 굳이 이 시점에 사드배치도입을 곧바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비판여론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의 반발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드배치 도입을 밀어붙인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 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사드 배치도입이 국방부 내에서조차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마치기도 전에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정했다고 김정대 정의당의원이 지난 8일 폭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번 사드 배치는 박근혜 대통령 차원에서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해 향후 사드도입 논의 절차상의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 중국의 보복무역, 초읽기 돌입, 재계는 초비상 “외교가 경제를 먹다”토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 사드체계를 배치키로 하자 중국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9일 “사드 배치는 한반도 방위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배후에 있는 진짜 책략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즉 중국 정부는 사드체계의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어용 무기일 뿐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기체계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왕 부장은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왕이 부장은 특히 한국 정부를 지칭하며 “친구들”이라고 표현하며 “사드는 변명이 안 통한다”며 맹비난하고 나섰고 관영 매체들은 한국을 타격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연일 비판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국방부 역시 8일 양위쥔 대변인 긴급 담화를 통해 “한반도 사드체계 도입과 관련해 국가의 전략적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미사일 부대 이동 등 군사적 대응에 적극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는 논조의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를 적극 추진한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 가족의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미 자국 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 최고수준인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품에 대해 인증시험에서 탈락시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재계는 중국 정부가 자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이렇듯 평상시에도 제재와 차별적 대우를 하는 판에 사드체계 배치와 같은 외교적 갈등이 불거질 경우 엄청난 규제와 차등적 대우가 향후 집중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일단 자동차 및 화장품, 생필품, 한류 콘텐츠 등 주요 대중국 수출품목에 대해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제재와 수입 규모를 줄이기 위한 절차상 지연 및 반송 등의 제재에 나설 공산이 거의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반도체와 자동차, 스마트폰의 경우 대중국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을 집중 수출하는 국내 IT기업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왜냐하면, 전 세계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50~60%를 생산하는 중국은 ‘반도체 수요 불랙홀’로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이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 관광객들에 대한 추가 제한조치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드는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드체계 배치를 통해 국내 기업의 대중국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외교전에 나서야 할 것으로 주문한다.
■ 정의당, 사드체계 배치는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8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이번 사드 배치는 국방부가 아닌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거기서 긴급히 결정됐다고 직접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드 배치는 국방부가 아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긴급 결정한 사안”이라며 “청와대가 나서 사드 배치를 관철시킨 것”이라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국방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미 측과 접촉해 국방부는 현재 사후 수습에만 나서는 상황이라며 전문 기관과 폭넓은 공론을 통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게 아니라, 정권에서 미국과 직거래해버렸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상대의 공격 양상을 보고 우리의 방어체계를 설계하는 게 맞는 데, 무엇보다 북핵의 공격 태세가 아직 완성돼 있지 않다”면서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군사적인 합리성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북한 무수단 미사일에 핵이 언제 장착될지 아직 모르고 이제 겨우 재진입기술을 시험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공격자의 의도가 파악되기도 전에 미리 방어 체계를 갖춘다는 건 순서가 뒤바뀐 일”이라며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드도입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감정적인 요인에 천착해 이뤄졌다”고 주장,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채 북한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한 대 대해 크게 실망한 데 따른 보복 차원에서 사드체계 도입을 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사드도입과정이 국익보다는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에 너무 치우쳐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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