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달 중순 출시한 ‘참여번역Q’서비스가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번역플랫폼 ‘플리토’를 그대로 베꼈다는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의 ‘참여번역Q’가 플리토의 서비스와 상당히 유사, 서비스 내용을 카피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 참여번역Q는 네이버 사전 사용자들끼리 번역 서비스를 주고받는 집단지성형 서비스로, 개념과 서비스형태가 거의 플리토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플리토 서비스를 상당 부분 카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스타트업 사업모델을 도용했다는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정수 대표는 “사용자들이 번역을 요청할 문장을 찍은 사진이나 음성을 업로드하게 한 구조는 플리토와 유사하다”면서 “플리토의 서비스과정과 UI가 너무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면서 “이번 참여번역 Q를 출시한 팀이 바로 현재도 우리와 계약관계에 있고 데이터 판매계약을 진행 중인 어학사전&전문정보팀이라는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플리토는 네이버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면서 “그리고 네이버 내의 팀 중에서도 ‘어학사전&전문정보팀’과 플리토 내의 언어 데이터 즉 Corpus를 판매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수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네이버가 플리토와 파트너십관계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학사전&전문정보팀’과 연결이 됐고,결국 이를 통해 베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플리토는 사용자들이 올린 방대한 번역 데이터를 ‘네이버 사전’에 2014년부터 판매해왔다. 네이버 사전의 예문으로 플리토의 번역 사례들이 쓰이고 있는 것.
플리토 측은 참여번역Q를 출시한 네이버 담당 팀이 플리토로부터 2년 이상 번역데이터를 구매한 점, 네이버팀이 플리토 서비스와 네이버 사전의 협력을 논의했던 팀이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베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2014년,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 어학사전 예문 이용자 참여 번역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데 플리토가 보상시스템 등으로 유저 참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신기해했다”면서 “당시 네이버는 ‘자동번역 개발’에 집중했고, 유저참여쪽은 네이버가 진출할 분야는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자동번역 개발에 집중한다던 팀에서 시작한 ‘참여번역 Q’를 한 시간 정도 사용해 보니 UI와 플로우가 너무 같다”면서 “특히 메모부분이나 사진 및 음성 전달 부분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 같아 처음 써보는 서비스이지만 한치의 망설임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정수 대표는 “우리 주변에 큰 기업들도 결국 그 무한 경쟁에서 생존한 스타트업들이었다”라면서 “하지만 하필 플리토와 흡사한 이 서비스가 존경받는 굴지의 기업이자 플리토의 파트너사에서 나와 마음이 참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스타트업 시장의 M&A가 활발한 이유는 그들이 결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구글, 페이스북의 개발진이라면 그들이 인수하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기술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진정한 이유는 결국 그 서비스를 만든 철학을 사기 위함”이라며 네이버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정수 대표는 “허탈한 건 덩치 큰 기업으로부터 우리가 보호받지 못해서가 아니다”라며 “껍데기만 베낀 차가운 서비스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목숨을 걸고 철학으로 만든 따뜻하게 살아 숨 쉬는 서비스가 너무 안쓰러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난 큰 기업에서 스타트업의 서비스 진영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무한 경쟁시대에서 초기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기르지 않은 채 대기업이 밥그릇을 넘본다고 징징거리는 건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우리가 할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며 네이버의 시장진출에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이 대표는 “네이버는 2014년 5월 첫만남 이후 적지 않은 데이터를 구입하였고 2016년 7월 현시점에도 (스타트업에겐) 꽤 많은 금액의 계약이 이루어져 데이터 판매가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의 가랑이 아래를 기고 구두를 핥아서라도 매출을 올리고 회사를 키워도 모자랄 판에 사사로운 감정으로 이런 글을 적는 것은 분명 어리석고 후회할 행동이지만 그래도 내 공간(페이스북)에서 나도 작은 넋두리 하나 해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정수 대표는 “스타트업에는 창업자의 철학이 있고,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적은 무엇인지, 수많은 창업자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하루를 불태운다”면서 “마음이 시릴 정도로 안쓰럽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2012년 설립된 플리토는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해 집단지성 방식으로 사용자들끼리 외국어 번역서비스를 주고받는 플랫폼이다. 일정 비용을 제시하고 플리토에서 번역을 요청하는 사용자들과 해당 금액을 받고 번역을 하려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게 주 수익모델이다.
플리토는 현재 170개국에서 550만명이 사용하며, 2000만건 이상의 번역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기계번역을 기반으로 하는 구글·네이버 번역보다 정확하고 사용자들이 재빠르게 번역 서비스를 주고받는 등 실시간성이 뛰어나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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