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구조조정 실패와 부실채권 누적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지나친 정치논리는 금물 “일본의 구조조정 실패와 부실채권 누적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지나친 정치논리는 금물
기업 구조조정이 부진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대출부진과 기업의 투자 및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구조조정을 신속히... “일본의 구조조정 실패와 부실채권 누적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지나친 정치논리는 금물

기업 구조조정이 부진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대출부진과 기업의 투자 및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9일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일본의 구조조정 실패와 부실채권 누적의 교훈’이란 제하의 컬럼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지나친 정치논리를 피하고 산업과 금융의 회생이라는 전문적인 지식과 판단에 기초, 일시에 집중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구조조정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재생법을 만들고 관민협조 형태로 구조조정 촉진 펀드를 조성, 민간 주도의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했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부진했던 일본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그나마 대기업간 합병 및 사업 통합이 활발해진 것은 이 산업재생법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미 일본의 산업재생법과 유사한 원샷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연구위원 글 전문을 소개한다.

일본의 구조조정 실패와 부실채권 누적의 교훈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을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른다. 일본이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사이에 우리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자 모델의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도약하였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가 비웃기도 했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경제와 일본경제를 비교하는 것조차 거부했던 풍조가 바뀌고 이미 우리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졌다는 다소 선급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지금이 일본처럼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가르는 ‘골든타임’이라는 발언을 정책 당국자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추격자 모델로 성공하고 각 산업에서 세계정상급의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도약 과정에서 유효했던 성공방정식의 효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력 제조업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피크를 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보다 일찍 저성장에 고전한 일본경제의 실패 원인과 교훈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은 버블붕괴로 인해 장기간 발생한 금융경색, 총수요관리 정책의 실패, 저출산·인구고령화, 극심한 엔고, 산업경쟁력 약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데,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경제적 자원이 낭비되면서 잠재성장 능력이 떨어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장기불황 초기에 일본이 상황인식에 착오를 일으킨 결과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장기간 전략에 혼선을 보였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초기의 전략적 오류의 후유증이 다음 시기의 전략에 왜곡을 가져오고 일본기업의 수익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장기불황의 계기가 된 버블의 붕괴는 주식시장이 1990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1991년부터 하락하였으나 1991년 당시만 해도 일본경제의 성장률은 3.4%에 달했기 때문에 일본기업도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장기불황 초기에는 버블 붕괴가 부동산, 건설, 금융 산업의 문제이며, 일본 제조업은 건실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버블 붕괴 초기만 해도 일본계 은행들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부실해진 대출선의 문제를 터뜨리기보다도 참고 견디는 전략을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금융기관 담당자들로서는 문제가 되는 부동산 기업이나 유통업체의 부실을 숨기면서 일본경기가 회복되거나 담당이 바뀌는 시점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부실기업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은행 부실채권이 축적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회복세를 거두지 못했다. 은행 부실채권이 누적되면서 신용 창조력이 떨어져 이것이 일본경제의 체력을 떨어뜨리게 된 것이다. 일본경제의 위축은 다시 자산 가격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각 경제주체들의 축소지향성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발생하였다.

예컨대 일본의 은행들은 버블 붕괴 초기에 예상했던 부실채권 규모가 경기 악화로 계속해서 확대되는 악순환을 겪어야만 했다. 버블 붕괴 초기에는 부동산 관련 기업만이 문제였던 것이 관광, 유통업, 제조업 등으로 기업부실화가 확산되었다. 버블붕괴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제조업이  일본경제의 위축과 함께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와 같이 일본형 장기불황은 부실화 문제를 전이·확산시키면서 경제를 장기간 위축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경제의 이러한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 것이 구조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정쟁이 발생한 것이다. 기업 부실문제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은행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자금의 투입이 필요했으나 정치권에서 버블의 주범인 은행을 ‘국민세금으로 구제하면 안 된다’라는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이상과 같은 일본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에서 몇 가지 교훈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 기업의 구조조정의 부진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것이 대출부진→기업의 투자 및 소비 위축→다른 기업으로의 부실 전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지나친 정치논리를 피하고 산업과 금융의 회생이라는 전문적인 지식과 판단에 기초하여 일시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본이 구조조정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재생법을 만들고 관민협조 형태로 구조조정 촉진 펀드를 조성하면서 민간 주도의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했던 사례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부진했던 일본의 구조조정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그나마 대기업간의합병 및 사업 통합이 활발해진 것은 이 산업재생법의 영향이 컸다. 합병 과정의 독점금지법의 적용 문제나 각종 세금 부담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산업재생법은 경쟁 기업간 재편성을 촉진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미 일본의 산업재생법과 유사한 원샷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나 관행을 정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 의한 정확한 기업실태 파악 및 예측과 함께 산업이나 기술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간의 합병 등에서 각사의 통합 시나지를 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기술 잠재력,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에만 매달리게 되면 기업도 경제도 축소 균형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으며, 성장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구조조정이 지연된 결과 성장전략도 장기불황 돌입한지 15년 정도 지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우를 범했다. 중장기적인 차세대 성장산업에 주력하면서 연구개발에서도 단기적 성과와 함께 중장기적인 연구성과를 합리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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