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정도가 아니라 절망감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부처 장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개최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회의결과는 중증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산업구조의 문제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현 정권의 인식과 해결능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규제개혁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곁가지가 대부분이고, 신산업육성을 외치며 내놓은 혁신적 조치들은 자잘하면서도 로컬용 선심성 정책 일색이다.
정작 국가 경제를 견인할 핵심 산업 분야의 동맥을 틀어막고 있는 철벽규제를 덜어내는 파격적 규제개혁안이나 신성장동력을 일으켜 세워 10년, 20년후 국가 핵심엔진으로 키워낼 선제적 혁신카드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재계와 벤처산업계는 대통령이 전 각료를 모아놓고 개최한 규제개혁장관회의 결과에 대해 일제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현 정권은 정말 신성장 동력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규제 끝판왕이 무엇인지 파악할 능력조차 있는 것인지, 청와대 수석비서관 역시 각 부처가 은밀히 숨겨놓고 있는 꿀단지 규제장벽을 찾아낼 최소한의 인사이트조차 있기나 한건지, 아님 그들과 규제 관피아의 한 몸 통인 지조차 의심스러운 정도라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전 부처가 머리를 맛댄 규제개혁방안이 이 정도라면 청와대 콘트롤타워 기능은 정말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18일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발표된 주 내용은 대략 이런 거다.
▶드론을 이용해 공연하거나 광고·택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소형 전기차 운행 8월 도입 ▶IoT 주파수 출력 상한선을 20배 높여 200mW허용 ▶TV홈쇼핑에서 국산 자동차 판매허용 ▶동물간호사 도입 ▶자율주행차 시가지 시범운행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농산물 공판장을 허용하는 방안▶ 소규모 유가공업은 스위스식 ‘목장형 유가공업’으로 간편등록 ▶ 민간업체 케이블카 사업허용 ▶심야약국 앞 자판기설치,일반의약품 판매허용 등이다.
딱 하나 IoT 주파수 출력 상한선을 20배 높인 정책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나머지 청와대가 발표한 규제혁신방안은 대통령과 정부가 의미를 부여한 ‘파괴적 혁신수준의 규제 개혁’이란 슬로건을 무색케 할 만큼 초라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실망스러운 것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를 제패하기 위해 미국 중국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이 펼치는 숨 가쁜 플랫폼 전쟁과 새로운 뉴마켓 선점 전쟁과는 너무나 동떨어지면서도 한가하기 이를데 없는 내수용 잔챙이 일색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가 이제라도 나서서 이정도 규제개혁을 설파하고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반면 경제와 산업전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고약한 암적 규제덩어리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곁가지 치기’에 그쳐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 단통법규제 대못은 왜 뽑지 않는가?
일 예로 지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애플은 물론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진격에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내몰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단통법을 움켜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대못 규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해당 부처 입장에서는 “단통법은 국민에 도움을 주는 효과있는 정책”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거짓주장을 청와대는 여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정부가 지금 이통3사의 보조금 전쟁을 막아 스마트폰 내수시장을 앞장서 초토화시키고 있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이통3사의 조 단위 마케팅 경쟁 억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통3사야 화웨이 등 외산 통신장비 들여와 망 깔고 스마트폰 사서 가입자 모으는 비즈니스 아닌가?
지금 국내 산업 구조상 이렇듯 철저히 내수소비용 산업을 보호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글로벌 경쟁에 올인하는 스마트폰 메이커 삼성전자 LG전자가 내수에서 힘을 받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이다.
내수소비형 기업이 중요한가?,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기업이 중요한가? 허나 방통위 공무원들은 반박에 이통3사를 휘어잡은 단통법을 없앨 생각은커녕 계속 국민과 청와대를 속이며 규제 대못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단통법으로 인해 내수수요가 급감하면서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가 내수시장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내수에서 힘을 실어줘, 글로벌 경쟁력을 더 키우게 하고, 수출을 더 많이 하도록 독려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악법 규제로 스마트폰 생산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단통법 같은 걸 뽑아내야 제대로 된 규제개혁인 것이다.
■ 대한민국 규제 끝판왕, 금융위의 핀테크 규제는 왜 뽑지 않는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 질서로 떠오른 핀테크 산업에 대한 금융위의 전방위적 규제 철벽 역시 거론조차 없다. 금융위의 심각한 규제 행보는 핀테크산업이 꽃도 피기 전에 말라죽기 일보 직전이건만, 대통령도 청와대 스텝들도 금융위와 기재부 공무원들의 현란한 정책명분을 걸러내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규제 덩어리 금융규제는 손도 못 대고,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위의 규제덩어리를 걷어내는 정책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핀테크산업을 금융위가 가로채기 위해 핀테크산업협회를 금융위 산하로 만들며 서서히 규제의 틀 안에 밀어 넣고 있지만, 이런 중요한 규제혁파는 언급조차 없다.
간편결제, 인터넷은행 등 금융위가 틀어쥐고 있는 신성장동력 핀테크산업위에 깔아놓은 검은 규제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금융위가 핀테크는 물론 기존 금융산업에 얼마나 심각하고 치명적인 규제의 장벽을 치고 있는지를 정권도 청와대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자명해 보인다.
1년도 훨씬 전에 천송이코트를 언급하며 액티브X를 없애라고 강하게 지시한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와 금융권은 ‘exe’설치파일로 바꾼 사례는 규제의 암덩어리가 얼마나 발본색원하기 힘든 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exe’설치파일은 액티브X를 없애란 대통령 지시를 어기고, 눈가리고 아웅한 속임수 사례다. 액티브X는 아직도 살아있고, 천송이코트는 여전히 해외에서 한국사이트를 통해 구매하지 못한다. 대통령도 국민도 버젓이 속이는 금융위의 규제철벽은 오늘도 건재하다.
■ 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등 신성장동력, 뉴 플랫폼분야의 선제적 규제개혁이 시급하다
이뿐이랴. 지금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 같은 글로벌 챔피언들이 더 나올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플랫폼을 키울수 있는 규제철폐정책은 제목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IoT같은 분야의 글로벌 플랫폼과 세계시장 질서를 단박에 거머쥘 수 있는 ‘프리존’같은, 이를테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파격적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지금 드론 택배 허용 같은 잔챙이 정책이 무슨 대수인가? 이미 하드웨어는 중국이 잡고 있고, 이를 통제하는 콘트롤 솔루션과 SW는 미국이 한참 앞서가고 있다.
이런 드론유통 같은 것은 배달 운영시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대책들이 검증되고, 범죄사용 시 이를 해소할 기술적 대안들이 해결되면 그저 도입하면 되는 분야다. 드론이란 단어에 현혹된 행정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 현장에 맞춰져야 한다.
이런 드론지원 정책이 규제정책의 1순위로 꼽힌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우선순위다. 그렇게 지원한 들 머가 달라질 것인가? 우리가 드론 제작과 드론 콘트롤 글로벌시장을 재패할수 있는가?
자동차산업은 현재 매우 심각한 경고음을 울려주고 있다. 이미 뒤진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삐끗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상황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기자동차와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앞서있는 수소자동차 분야는 과감하게 규제의 장벽 자체를 통째로 없애 최고의 발전속도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도 각종 자동차 관련 산하단체와 법령으로 충전소조차 제대로 설치할 수 없는 규제범벅을 통째로 걷어내는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왜 이런 새로운 글로벌 질서와 신성장동력을 이끌 인사이트있는 규제 혁파 정책은 어찌 일언반구도 없는가?
■ 정치적 규제도 뽑아라, 포스코, KT는 이제 민영화해야 한다.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영원한 글로벌 챔피언이 될 줄 알았던 포스코가 휘청거리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건만, 여전히 정권마다 낙하산 경영진을 투하하는 정치적 규제 등은 안중에도 없고 손댈 생각도 없다.
KT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 KT 황창규 회장 같은 이들이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는 포스코와 KT를 살려낼 경영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그저 정권에 기여한 공로로 이런 중차대한 산업과 중요한 기업에 검증되지 않는 낙하산 인사를 경영진으로 투입하는 정치권 규제는 대한민국 국가 경제를 치명적으로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들 권오준 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경영을 하겠는가? 전임 회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에 적절히 정치자금을 밀어 넣을 것이며, 현정권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영입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각종 밀어내기와 이권 챙기기로 4년 임기를 채울 게 뻔하다.
왜 포스코와 KT 전임회장들은 퇴임후 하나같이 수천억원, 심지어 조 단위 횡령과 손실을 입하며 검찰 조사를 받는 가? 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그들은 검증되지 않은 경영인이며, 이런 거대 기업을 회생시킬 능력도 세계적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챔피언으로 만들어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다.
초우량기업이던 포스코와 KT가 이렇듯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20년 가까이 정권마다 낙하산 함량미달 인사들을 밀어넣고, 이들이 들어와 전횡을 휘두르며 챙겨 먹고 나가기를 반복한 결과 때문 아닌가?
정치권과 정권은 이제 포스코와 KT 낙하산과 떡고물 주무르기를 포기하고 완전 민영화해 민간에 지배권과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 이런 결과가 뻔한 낙하산 관치경영 후 포스코와 KT가 망해 법정관리에까지 가야만 그만둘 것인가?
■ 게임산업을 마약 도박 같은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시대착오적 규제, 빨리 걷어내라
게임산업 규제에 현 정권이 눈 감고 있는 대목은 정말 심각한 시그널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전 세계 200개 나라에서 연간 수조원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몇 안 되는 글로벌 챔피언 기업군이다.
이통3사처럼 온갖 외산 장비 들여오고 달러 하나 못버는 내수 소비형 산업이 아니다. 이처럼 알토란 같은 수출기업 게임산업이 지금 얼마나 많은 규제를 받고있는 지를 대통령도 청와대도 파악을 하고있는 지조차 의심스럽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게임산업을 마약과 도박과 같은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해 게임이용자들을 의무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중독예방관리 치료 법률안’이라는 20세기형 대못규제를 박아대고 있지만, 이런 치명적 규제는 어찌 한마디 언급도 없는 것인가?
정부 지원 하나 없이 천재 창업가들의 열정으로 스스로 글로벌 챔피언이 된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여성부와 복지부의 시대에 뒤떨어진 게임규제는 무엇보다 시급히 짤라내야 할 악폐 규제인 것이다.
이렇듯 부처 곳곳마다 공무원들의 영역확장과 영향력 확대, 퇴임 후 낙하산 자리를 염두에 둔 관피아 규제와 단통법, 핀테크규제, 게임규제, 포스코, KT 같은 글로벌기업에 대한 정치적 규제 등이 이젠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문제는 해당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와 본능에 가까운 공무원들의 규제 집착증으로 인해 절대 부처 스스로 규제의 문어발을 잘라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청와대와 정권의 국정운영능력은 이런 데서 발휘돼야 한다. 국가 산업시스템의 판을 새롭게 짜고, 국가 경제를 개조해야 할 만큼 세계질서는 우리에게 절박한 타임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통령도 청와대도 여전히 느린 초시계만 보여주며 힘 빠진 립서비스만 반복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풀을 뿌리까지 확실히 없애라’는 ‘참초제근(斬草除根)’이란 성어를 인용, “규제는 꾸준함과 인내심을 갖고 뿌리째 뽑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은 이미 올해 2월에도 “성장막는 규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킬 것”이라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규제 때문에 시간과 돈을 낭비해 애끓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갈라파고스 규제를 적극 찾아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줄 것은 주문했다.
대한민국 현주소는 각 부처들이 쳐놓은 규제그물과 철벽 방어속에 지금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갈라파고스’처럼 외로운 섬으로 떠도는 아마추어같은 형국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만 엄격하게 제시해놓고 나머지는 시장에 과감히 맡기는 ‘신진국형 규제철학’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해서는 안되는 것을 어길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같은 어마어마한 벌금과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을 일으키고 산업을 육성하는 가장 현명한 해결사가 바로 시장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정치인도, 부처도 시장보다 현명할 수도 시장만큼 정확하게 알수도 없기 때문이다.
금융규제가 그렇고 단통법이 그렇고 핀테크가 그렇고, 게임산업 규제법이 그렇다. 특히 핀테크 같은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분야는 모든 걸 풀어줘야 하는 것이다. 결국 공공부문,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정책철학과 공직자들의 마인드변화가 지금 우리에겐 시급한 과제다.
피치원은 이런 중차대한 규제개혁을 청와대와 현 정권이 다음번 제 6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거칠게 다루며 과감히 쳐낼 것을 제안한다. 우리에겐 별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