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원대의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으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거시경제정책협의회인 일명 청와대 ‘서별관 회의’ 운영의 투명성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서별관회의란 우리 경제의 큰 틀을 정하는 회의, 즉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청와대 본관 서편 서별관에서 열려 붙여진 별칭이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참석자는 물론 회의 내용 모두 비밀에 부쳐진다.
서별관회의는 과거 구조조정 상황이나 경제 현안을 점검하는 비공식채널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식화된 정부 정책 컨트롤타워다.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경제 수석이 고정멤버이고 한은 총재, KDB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 및 산업은행장 등이 참석하곤 한다.
문제는 수십조원의 부실채권을 만들어내며 국가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조선 해운 산업 같은 구조조정은 대주주, 채권단, 근로자, 하청업체 등 이해당사자가 워낙 많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재부 금융위 등 금융권 관피아의 이해관계에서부터, KDB산업은행의 낙하산인사와 무능한 채권단 위탁경영능력, 지역경제는 물론 노사갈등 문제, 정치권의 이해관계 등 복잡다단한 이슈들이 뒤범벅돼 늘 쉽게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수십조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수조 원, 수십조 원의 국책은행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조정은 실타래처럼 얽힌 복마전 그 자체다.
서별관회의가 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이번 대우조선 사태처럼 부도처리 후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워크아웃 등 재무개선작업에 들어갈 것인지 등 기업가치가 회생시킬 만한 상황인지, 아님 퇴출시킬 것인지를 어떤 집단도 쉽게 결정하기 쉽지 않고, 결국 청와대로 공이 넘어가기 일쑤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늘 비공개인 데다, 투명성과 정책결정 이후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등 투명성과 책임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투명성 결여로 인해 국가 주력산업 구조조정이 늘 비효율적이고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졸속처리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최근 양적 완화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불과 며칠 만에 입장이 급선회한 것 역시 서별관회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사실상 힘들다는 산업적 측면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늘 노사갈등을 봉합하거나, 정치적 스케줄에 맞춰선거표심을 의식,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거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모럴해저드까지 겹치면서 국민 혈세 수십조원만 탕진한 채 실기(失期)해 구조조정에 실패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구조조정실패로 수십조원을 탕진한 산은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수십조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자본을 확충해달라고 하는 것은 책임은 지지 않고 국민 혈세로 대주주 경영실패를 만회하려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구조조정 실패시 대우조선 대주주로서 8년간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담당해온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어떤 형태로든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8년간 대우조선 대주주 노릇하며 구조조정을 호언장담했던 산업은행은 누구도 구속되거나 옷을 벗거나 배상하는 등 법적 책임론은 늘 일언반구도 없는 등 산은의 모럴해저드는 여론의 도마위에 밥먹듯 오른다.
산업은행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은 지난 8년간 수차례에 걸쳐 “X조원을 투입하면 부채비율이 OO로 낮아지고, 인력을 OO로 줄이면 대우조선은 충분히 회생할수 있다고 판단, 정책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며 대우조선 회생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5조2000억원을 투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8년간 구조조정에 실패했지만, 정용석 부행장도, 대우조선에 파견된 산은 출신 CFO도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특히 금융당국의 법 집행 공정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당국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명확히 해야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납세자 세금이 들어간 제도의 경우 매우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댄다”면서 “납세자 세금이 투입된 제도는 항상 최소비용원칙이 적용되고, 이러한 모든 과정을 문서로 기록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결국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경우와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조정의 경우 불가피하게 대통령이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이런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별관회의는 누가 모여서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국가적 의사결정을 하는 지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를 문서화하거나, 이후 정책결정 이후 사후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나 정책에 대해 책임지는 장치 또한 전무한 상태다.
연세대 신광식 교수는 “어차피 이런 류의 구조조정은 결국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고, 판단에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이를 위해 투명하고 모든 것을 기록해 문서화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 대우조선 등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거시경제 건전성감시를 위한 감독기구와 서별관회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명시한 법적 근거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교수는 “국가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로 심각한 대기업 부실은 결국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다”면서 “대주주의 전횡과 국책은행의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 및 구조조정실패 등도 역시 시장감시와 사회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판단을 신뢰할수 없는 것은 결국 금융당국의 법집행 공정성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며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국민혈세 수십조원의 구조조정자금을 투입하고도 구조조정에 실패한 것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