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며칠 만에 급조해 만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5년간 1조원을 투입해 한국판 알파고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한국형 알파고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7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5년간 1조원 예산을 투자, 연구원 50명 규모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정부는 여기에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KT·네이버 등 6개 기업이 각각 30억원씩 출연, 총 180억원을 투자토록 해 민간차원에서 운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나섰지만, 지능정보기술연구소는 6개 기업이 30억원씩 출자해 18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돼 결국 정부가 또다시 대기업을 동원했다는 비판여론에 휩싸였다.
재계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각 도별로 설립한 것부터 주요 그룹들이 총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갹출한 청년희망펀드 등 박근혜정부 주요 정책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씩 강제로 출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래부는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올해 1388억원, 2020년까지 총 9788억원을 투자하고, 민간기업에서도 같은 기간 내 2조5000억원을 투자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5국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서 이 같은 급조한 AI개발 정책을 발표하자 “어이가 없는 졸속행정의 극치”라며 비난여론이 각종 커뮤니티에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정부가 인공지능 분야에 조단위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시장이나 수요조사, 우리나라가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경쟁력이 있을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나 연구도 없이 예산부터 투입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며 “엊그제 대국이 끝났는 데, 며칠도 안 돼 이런 정책을 발표하다니 그저 놀랍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치행정으로 추진할 경우 결국 특정 연구원만 배를 불리고 먹여 살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소 자체를 민간에서 운영하되 제도 및 정책적 지원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미래부가 발표한 1조원 투입하는 한국판 알파고 개발 정책에 대해 조롱하는 글들이 쏟아져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재계는 “인공지능 같은 분야는 정말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치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 며칠 만에 뚝딱 만들고 재계 대기업을 동원해 30억원씩 투자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官治)행정의 표본”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미래부와 알파고 정책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하루종일 쏟아지는 것은 물론 공유, 퍼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어제부터 이틀내내 “하지마 하지마 제발 아무것도 하지마 bb”애걸형 조롱부터 “올해는 병신년입니다”라는 조롱성 글들을 쏟아내며 각종 커뮤니트를 도배하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한국 인공지능 관련사업은 이제 망한 것 같네요”, “관련주식이 있다면 다 파세요”, “인공지능을 통한 도시범죄 및 테러예방으로 범죄율 감소라니 마이너리티리포트의 시작인가요?!?! 굉장해”라며 비난했다.
이와 함께 “그냥 자금지원이나 제도개선이나 해주지, 관이 개입해서 잘된 케이스가 거의 없다”, “이런 식이면 죽도 밥도 안될 텐데”라며 관치행정을 꼬집는 댓글도 쏟아지고 있다.
개발자들은 “지금까지도 하드웨어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산업이 알파고 모멘텀을 맞아 한순간에 알고리즘 중심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다른 이용자는 “MB의 4대강이 부러웠다” 거나 “로봇물고기급 하나 또 나오겠네요 ㅋㅋㅋㅋ”, “대통령 닮은 로봇이나 하나 만들어서 시연하는 업체 있으면 대통령상 받을 듯”이라며 조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