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한국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목적에서 출범한 한국핀테크포럼이 발족 1년 만에 격렬한 내분으로 반쪽짜리 단체로 전락했다.
특히 운영주체 간 갈등은 결국 최근 쏟아지는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예산과 핀테크시장이 본격 활기를 띠면서 세력다툼 양상을 보여, ‘밥상도 차려지지 전에 헤게모니 쟁탈전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유럽은 물론 중국 등 경쟁국보다 낙후한 점을 고려, 힘을 모아 시장 파이를 키우고 이용자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할 동종업계가 이전투구식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꼴불견에 미래부는 물론 ICT 산업계 전체가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한국핀테크포럼은 현 박소영 회장(페이게이트 대표이사)측과 이사진이 첨예한 갈등으로 핵심 회원사가 대부분 이탈, 반쪽짜리 단체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포럼 이사진이 지난 2월 현 박회장 측을 해임하자, 포럼 사무국은 회장 해임 절차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즉각 반발, 거꾸로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두며 포럼은 사실상 봉합하기 힘든 ‘쪽박깨기’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연약한 핀테크산업의 불씨, 포럼 주도세력간 볼썽사나운 세력다툼
한국핀테크포럼 내홍의 원인은 최근 금융권 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별도의 핀테크단체인 한국핀테크협회 발족을 앞두고, 황승익 한국NFC대표와 구태언 변호사 등 핵심 이사진이 흡수통합을 주장한 반면, 현 박 회장 측이 강력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주요 회원사들은 금융권 인사 및 기존 주요 결제업체가 대거 참여해 조만간 발족하는 한국핀테크협회와의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통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현 박 회장이 통합을 결사반대하면서 한국핀테크포럼은 결국 서로간의 해임 등 난타전끝에 ‘쪽박깨기’ 수순에 돌입했다.
통합을 추진하는 이사진들은 지난 2월 1일 이사회를 개최해 한국핀테크협회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내용과 함께 현 박소영 회장을 전격 해임키로 의결했다.
이들은 회장 해임 배경에 대해 현 박소영 회장이 핀테크회원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기보다는 자사 이익에 포럼을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미 해임된 박소영 전 회장의 경우 권한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이사진을 해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사무국 무단 점령,포럼 인감 무단 사용, 로고및 사무국을 사칭하는 등 업무전반에 전횡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회원사가 낸 5500만원의 회비가 6개월 만에 소진됐지만 증빙이 안되는 등 불투명한 포럼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무국 측은 이와 관련 지난 9일 박소영 회장에 대해 ▲독단적인 포럼 운영으로 정관상 이사회 개최의무 무시 ▲정관 변경 시 이사회 의결사항을 개인 독단으로 수정 변경▲사단법인의 인력운용과 인건비 미지급으로 회계상 손실 등의 이유로 미래창조과학부에 감사를 청구했다.
그러자 현 박 회장 측은 격분해 이들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법적으로 해임절차가 완료됐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발급된 등기부등본 스캔 파일을 11일 전격 공개했다.
박소영 회장 측은 11일 “법원이 구태언 변호사, 황승익 한국NFC대표, 박승현 팸노트, 김동진 씽크풀 대표 등 4명의 이사의 해임을 수락하고 등기상 해임처리 판결을 내준 상태”라며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특히 핀테크포럼측은 “다 같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포럼을 와해시키고, 협회와 합병을 위해 이사회에서 즉석 회장해임을 추진한 구태언 법무사와 황승익 한국NFC대표는 더 이상 핀테크계에서 자취를 감추길 바란다”면서 공식 단체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인신공격성 내용을 버젓이 보도자료에 명기, 언론에 배포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핀테크포럼 측은 특히 한국NFC를 겨냥, “매출은 제로베이스이면서 홍보로 회사 이름 알리는 식의 마케팅만 하는 회사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면서 “기술력 있는 회사대신 홍보를 앞세워 투자금만 확보한 회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크다”며 직접적으로 한국NFC를 비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포럼 사무국 측은 오는 18일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양측간의 갈등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될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핀테크포럼 설립당시 발기인명단]
한국핀테크포럼은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주도로 만들어진 국내 첫 핀테크 협의체다. 하지만 이미 한국핀테크포럼에 속해있던 60여개사가 한국핀테크협회에 가입한 상황이다.
■ 한국핀테크산업, 결국 협회도 두 갈래로, 2원 체제 전망
한국핀테크포럼의 갈등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핀테크 산업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엄청난 정책자금 지원과 투자재원이 쏟아지면서 산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운영 시 다양한 정부지원정책은 물론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이번 갈등의 본질이다.
핀테크는 금융산업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인터넷뱅킹 잔액취합 및 카드사용 내역, 국민연금, 통신료 내역등을 조회해 대출한도·금리를 결정하는 스크래핑 기술 등이 등장하면서 자동심사 대출상품이 나올 정도다.
‘한국핀테크협회(KOFIN·Korean Fintech Assosiation)’에 이어 사단법인인 한국핀테크포럼이 조만간 ‘한국핀테크산업협회(KFIN, Korea FinTech Industry Network Association)’로 명칭을 변경키로 해 핀테크 시장을 둘러싸고 두 개 협회가 경쟁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써는 한국핀테크포럼은 박소영 회장 중심의 반쪽짜리 단체로 전락할 공산이 커 보인다.
실제 한국핀테크포럼은 출범당시부터 핀테크전문업체를 대변하는 협회성격보다는 초기 산업활성화와 규제완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바 있어 사실상 어느 시점부터 물갈이 필요했다는 태생적 문제를 안고있던 단체다.
이 때문에 결국 핀테크 전문기업만으로 구성된 협회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포럼의 갈등은 이미 예정된, 잉태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박소영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회원사와 이사회 멤버들을 통합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박 회장이 계속 포럼을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구태언 변호사 등 이번 회장 축출에 앞장섰던 세력들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구태언 변호사의 경우, 직접적인 핀테크전문기업 CEO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포럼 운영에 개입했다는 내부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
금융권주도로 조만간 출범할 예정인 한국핀테크협회는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이 참여했고 핀테크 진영에는 KG이니시스, 더치트, 인터파크, 코나아이, 핑거, LG CNS, 이랜드리테일, 케이아이비넷, 피노텍 등 각 분야 선도 기업 20여곳이 회원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와 옐로금융그룹, 와디즈, 한국NFC, 쿼터백랩 등도 협회 발기인으로 나선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물밑지원에 힘입어 한국핀테크협회는 빠른 시일 내에 핀테크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핀테크협회는 협회출범 배경과 관련해 그동안 민간 주도로 분산된 각기 다른 핀테크 협회·단체 등이 일원화되고, 정부와 금융사, 핀테크 기업 간 범 협력체제를 구축해 향후 해외 시장 진출에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롭게 발족하는 한국핀테크협회의 경우 금융위 등 금융감독기관이 물밑지원에 나서면서 금융권이 대거 참여 한 데이어, 핀테크 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속셈은 신성장분야 핀테크산업에 대한 영향력확대와 자신들의 영역으로 확실하게 넣어두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협회 측은 이미 회장은 물론 부회장단 3명에 대한 내부 인선을 마무리한 상태이며, 조만간 공식 출범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