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에 보내는 편지]
나의 사랑하는 딸들, 자네들이 10대에 접어들던 그해 아빠랑 일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대략 다섯 번 정도는 본 듯하지?
난 사실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자네들 덕분에 애니메이션도 이렇듯 어른들의 가슴을 적시고,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지루한 독서 간간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며 주말을 보내던 자네들과의 추억 중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지금도 잔잔한 여운이 남아있을 만치 강렬했단다. 난 자네들이 불금에 홍대 입구 클럽을 전전하는 것에 대해 야단을 치거나 강한 제재를 할 생각이 없다네.
아빠 역시 대학교 때 고고장(나이트클럽) 죽돌이였으니, 더 심하면 더 심했지 자네보다 덜하진 않았기 때문일세. 그렇다고 아빠가 스포일됐거나, 나쁜 길로 빠져들지 않았으니 자네들의 방탕한 불금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거로 확신한단다.
난 자네들만은 헬조선이나 금수저 흙수저 같은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래. 물론 정권이나 정책이 잘못돼 젊은이들이 세상에 나오자 말자 실패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은 같은 기성세대로써 책임을 통감한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늘 남 탓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아빠의 생각이야. 늘 얘기했듯이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좋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늘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살짝 생기고, 그러다 보면 정말 뜻하지 않는 솔루션이 나오기도 하거든.
헬조선과 금수저 흙수저라는 키워드를 둘러싼 우울한 스토리는 어른들 탓이니 자네들은 이제 그만 흙수저 타령을 내려놓고 희망을 얘기했으면 해.
아빠가 걱정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정말 좌절감을 느끼는 그 상황, ‘청춘의 좌절감’이야. 극심한 좌절감과 “나는 어쩔 수 없어”, “나는 안돼”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과 상상에 빠져들 수가 있거든.
살다 보면 가장 나쁜 게 사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상황이야. 공부도, 사랑도 늘 밝고 열정적으로 했으면 해요. 젊음은 밝고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게 맞아. 젊음 그 자체가 청춘인데 무엇이 부럽고 불만이겠어.
청춘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재잘거림과 수다, 끝없이 놀 거리를 만들고, 알바해 용돈벌어 여행스케줄을 짜고 홍대클럽 스케줄을 짜는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할 때가 사실 가장 매력적인 거야.
자네는 아직 젊어서 상상도 하기 힘들 거야. 내가 정말 존경하는 벤처 CEO들은 밖에서 보면 화려하고 다들 부러운 시선 일색이지만, 그분들이 거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처절한 좌절과 고통, 회한이 뒤섞인 세월을 보냈는지는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
통장 잔액이 텅 빈 금요일 밤, 모든 직원이 퇴근 후 나 홀로 사무실에 남아 수십명 직원 급여를 어떻게 빌려 마련할까를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했던 나날이 그분들에게 하루 이틀이 아니야. 속이 타들어가는 불타는 금요일이 바로 그거야.
그들이 사업 초기 겪었던 겪은 온갖 수모와 천대, 홀대는 정말 10년 20년이 지나도 가슴속 한 켠에 남아있는 상처야. 하지만 그 상처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긍정의 분노와 반드시 성공해 이 수모를 갚아주리라, 아님 반드시 성공해 내가 생각했던 바가 옳았노라 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십여년간 밤을 하얗게 샜던 거야.
그 사람들은 하루하루 직원들 급여를 줄 생각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흙수저 금수저 탓할 생각조차 없었던 사람들이지.
내가 너무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자네들이 지금 금수저처럼 보이는 그런 넘사벽 같은 성공기업가와 거부, 재력가들도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의 젊은이들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는 거야.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지요. 그들은 매우 반항적이고 쉽게 순화되지 못하는 스타일이야. 예를 들면 대기업에서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예스’를 외치는 스타일이 아닌 거지.
쉽게 타협하고 순화되기 힘든 스타일들 일색이야. 즉 허접하고 능력 없는 상사 밑에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스타일들이야.
그리고 그 사람들은 거의 대기업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튕겨 나온 돌출형 스타일이 많아. 하지만 그들은 그런 반항과 저항하는 독불적인 성격을 가지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에 성공한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절대 순화되지 말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것과 또한 좌절하지 말고 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잃지 않는 것, 딱 두 가지가 핵심인 거야.
또 얘기가 길어졌는데,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은 자네가 상상하기 힘든 그런 고통과 혹한을 거치며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돼.
그런 CEO들은 빵집을 해도, 택배업을 해도, 프랜차이즈 업을 해도 다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성공 DNA를 갖고 있다고 보면 돼. 그건 오묘한 메커니즘이 숨어있어 쉽게 설명하긴 힘들어.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내공이지.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매출과 이익을 남기는 마에스트로, 머 그런 거라 보면돼.
얘기가 길어져 미안해.
물론 가끔 자네들이 불금 방탕모드로 전환할 때는 살짝 걱정되기도 하지만, 나는 늘 자네들을 믿어. 그리고 알바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지만, 그리 불쌍하다고 생각지도 않아. 다만 조금 대견스럽기는 해.
정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놀고 즐기되 결코 좌절감만은 갖지 말라는 거야.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해도, 나중에 취업에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결코 좌절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야.
늘 잘 될 거라 믿고, 스스로 확신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래. 그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인생의 비타민이 아닐까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만날 장소로 갈 때의 설레임, 행복감 같은 것을 늘 잊어서는 안돼.
그런 설레임과 행복감에 휩싸인 감정을 자신의 일을 할때도 늘 새기면서 하는 게 바람직해. 그게 중요해요.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잃으면 안돼요. 그리고 늘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거야.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 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늘 느껴야 하고 찾는 게 중요한 거야.
그게 자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고 미션이기도 해. 늘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런 행복한 포지션에 스스로를 놓기 위해 노력해야 해.
인생은 정말 행복해야 하거든.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과, 무지하게 사랑하는 일과, 정말 친밀한 회사 동료와 사회의 지인들, 그게 바로 행복이고 인생인 거야.
좌절감에 휩싸이지 말고 항상 행복감을 찾고 느끼기를 바래. 그리고 늘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이 우울한 세상과 세월에 힘내 공부하고 놀아줘서 고마워. 불금 홍대 입구 출격과 방탕모드 모두 괜찮으니 마음껏 즐기기 바래. 사실 아빠가 돈이 없어 유학을 보내주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유학을 보내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 생각해.
지금도 냄새나는 아빠의 포옹을 받아주고, 방 청소 자기 주변 정리 등 이런 저런 잔소리를 기꺼이 받아줘서 고마워. 좌절하지 말고 늘 행복해야 해. 나중에 결혼해도 마찬가지야.
오늘이 금요일이야, 자네들과 10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봤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를 오늘 어떤 멋진 놈이 연주한 유튜브 동영상을 선물로 주께. 옛날을 추억하며 그때의 감성을 함 떠올려보기 바래.
PS : 사실 이걸 들으면 자네들이 오늘 불금 홍대 방탕 모드를 하루 포기할 수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보내는 거야 사실은. 그래도 불금을 즐긴다면 그 역시 오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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