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삼성전자④-끝] 위기의 삼성,이재용 부회장이 찾아야할 뉴 삼성DNA
삼성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WMC 2016 에서 ‘갤럭시S7’과 ‘기어 360’을 공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가상현실(VR)시장 선점경쟁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사실은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수직적인 문화가 혁신과 신선한 사고를 막는다”면서 “고위임원이 말하면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는 문화가 정말 싫다”면서 삼성전자 내부 조직문화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사실이다.
고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임원들에게 후배의 말을 들으라고 주문한다”면서 “삼성전자에 실리콘밸리 정신을 심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불어 닥친 위기는 단순히 올해 어떻게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것인지, 애플이 조만간 내놓을 신제품 아이폰7 출시 이후 어떻게 또 아이폰 돌풍에 대응할 것인지 하는 단기 전략에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위기는 삼성 특유의 하드웨어기술로는 더 이상 갤럭시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이 보급률의 증가로 정체단계에 접어든 터라, 이젠 소프트웨어 기반의 혁신적 변화없이는 새로운 수요창출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삼성전자 위기의 본질이다.
피치원은 추락하는 삼성전자가 반드시 풀어야 할 도전과제를 진단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개혁하고 갖춰야 할 새로운 대안, 새로운 삼성전자 DNA를 알아본다.
■ “의사 결정라인에 SW를 아는 사람이 없어요”, 소프트웨어 DNA를 심어라
“버그가 몇 개 나왔죠? 몇 개를 수정한 거여요?”
지난해 연말 해체된 삼성전자 MSC(Media Solution Center)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평가하는 방식은 제조업 삼성전자가 시행하는 KPI 평가 포맷 그대로다. 몇 개를 개발했고, 버그를 몇 개 잡았고 하는 게 바로 SW 개발자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외부 전문가들이 숱하게 “삼성전자가 제조업 DNA를 버리고 소프트웨어 DNA를 가져야 한다”고 외쳐도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표이사부터 부사장, 전무 등 수직적으로 형성돼 있는 핵심 의사 결정라인 중 SW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고 소프트웨어 DNA를 갖추지 못하면 급속히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위기론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가 택한 것은 지난해 연말 단행한 충격적인 MSC의 해체다.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가전, 모바일 어느 사업부에도 속하지 않고, SW 개발과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총괄해온 MSC의 해체로 삼성전자는 사실상 SW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진배없다. 왜 삼성전자는 MSC를 포기했을까? 바로 부진한 성과 때문이다. 수익성을 따진 삼성전자가 내린 결론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2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수직적인 문화가 혁신과 신선한 사고를 막는다”고 발언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소프트웨어 DNA를 심고,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싶어도 현 조직문화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를 잘 아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프트웨어는 사실 팀 단위별로 자유분방한 구조여야 성과가 나거든요. 그런데 관리와 평가를 기존 제조업 방식대로 해버리니 결과가 뻔하죠. 삼성문화에선 SW 개발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평가를 좋게 받으려고 일부러 버그를 더 많이 만들어놓고 이를 개선 후 KPI를 받는 예도 있어요”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자유분방해야 하거든요, 출퇴근도 자유롭고 업무시간에도 게임도 하고 놀기도 하고 해야 하는 데, 관리의 삼성스타일에선 쉽지 않죠”
MSC 같은 조직을 더 키우고 이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키워야할 판에 거꾸로 MSC 조직을 없앴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키우는 본질이다.
소프트파워 없이는 절대 애플 아이폰을 이길 수도, 따라잡을 수도 없다는 것은 이젠 상식쯤 된다. 애플이 스마트폰 OS부터 AP는 물론 모든 혁신적 기능을 모두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애플 자체가 하드웨어회사가 아닌 SW개발자로 가득 찬 SW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코어인 OS를 구글에 의존하고 AP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부품 및 미들웨어 납품업체를 통해 혁신적 기능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하드웨어제조 중심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HW적인 경쟁력은 PC 산업처럼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져가기 힘들고, 후발주자들이 손쉽게 따라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화웨이 등 중국 회사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이렇듯 소프트파워가 절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체제 삼성전자는 다시 SW파워를 키워야 하고, 그런 세계적 SW 개발자나 SW 회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인수해야 한다.
■ 보고만 받고, 현장뛰며 공부하는 임원이 없는 삼성, 임원을 깨워라
“40대와 50대 임원중 10대와 20대의 모바일 라이프를 제대로 아는 임원은 거의 없습니다”
10대들이 스마트폰으로 온종일 무엇을 하고, 그런 10대, 20대의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이해하는 삼성전자 내 임원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늘 보고를 받고 보고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정말 시장과 이용자 현장의 생생한 트렌드를 임원들이 알아야 하지만 실제는 늘 보고체계를 통해 걸러진 채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
모르니 상상이 안 가고,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다. 10대들의 모바일라이프 스타일을 모르는데, 당연히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과 혁신을 적용하는 데 최상의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누구보다 공부에 심취하고 열정적으로 이용자 현장을 누비며 UX 흐름과 시장 트렌드를 꿰뚫고 있다.
삼성전자 조직문화는 이미 나 홀로 공부해 새로운 흐름과 트렌드를 찾은 후, 뭔가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을 용납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중국과 미국 유럽시장의 트렌드를 찾아 홀로 학습하고 전문가그룹을 물색하며 밤낮없이 공부한다는 삼성 임원 스토리는 좀처럼 없다.
한번 시도했다 실패하면 바로 도태되는 경직된 문화 탓에 삼성전자 내부 기류는 임원들이 스스로 새로운 시도나 혁신적 모험을 할 만한 상황을 허락치 않는다. 실적만 나빠도 짤릴 판에 실패가 예상되는 혁신적 시도와 모험은 애당초 꿈도 꾸지 못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경상도 출신 라인이 요직을 차지하는 등 정치적 메커니즘이 작동한 지 오래다. 전통의 삼성맨 말고 외부의 뛰어난 슈퍼 인재들이 좀체 삼성전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시그널이다. 삼성전자내에는 외부 인력에서 수혈돼 요직을 차지한 경우는 거의 없다.
자기계발과 집요한 공부, 혁신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오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이미 공부할 환경도, 실력이 있다고 요직을 차지할 공산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기업경쟁력을 갈아먹는 악폐인 사내 정치적 역학관계가 삼성전자 내에 살아 움직인다는 게 또다른 심각한 문제다.
사내정치가 발붙일 틈이 없던 이병철 전 창업자와 이건희식 기업문화의 색채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인수합병 DNA를 키워라, 승부는 MPI에 있다
추락하는 삼성전자가 위기 타개를 위해 시급히 해야 할 게 바로 SW 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과감한 M&A다. 그리고 M&A를 통해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를 만들어내는 MPI(Merge Perfomanace Index) 능력을 갖추는 일이 지금 삼성전자에 무엇보다 급한 이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인수한 루프페이 같은 성공적인 M&A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알리바바의 경우 한해 100개 가까운 회사를 M&A하고 있고, 텐센트 역시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유망주들을 쓸어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해마다 사들이는 기업 수는 대략 10개도 채 안된다.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밀린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차별적인 M&A 외에는 답이 없다”면서 “이런 SW가 강한 회사 인수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키워가야 하고, 삼성전자는 여기에 목숨을 걸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분야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업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M&A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중국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은 세계 최고 기술력과 혁신적 피처를 개발한 업체들이 줄을 서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런 세계적 유망 기술업체들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제안을 해봤자 별 재미가 없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망기업의 인수합병 제안이 중국기업에 쏠리면서 알리바바, 텐센트는 가장 앞선 글로벌 신기술과 트렌드를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삼성전자가 M&A를 통한 MPI가 취약한 것은 여전히 삼성식 관리기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CEO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인수했다고 하면 업무환경이나 컬처(문화)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삼성식 관리를 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 후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에 잘 스며들면서 실리콘밸리식 조직관리와 문화를 빠르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추락하는 추락하는 삼성전자를 일깨워 새로운 혁신의 프론티어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이런 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와 소프트파워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광폭 M&A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저무는 스마트폰사업에 이어 VR사업이든 IoT이건, 아님 전기자동차, 드론 등 새로운 신성장분야에 삼성전자가 새로운 글로벌 질서와 패권을 거머쥘 수 있는 체력과 포텐셜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피비린내나는 구조조정과 무서운 의사결정을 통해 삼성전자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으며 어떤 색채의 ‘JY식 삼성 DNA’를 만들어낼지 글로벌 ICT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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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2016년 2월 24일 #7 Author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할 것 같네요. 이미 드러난 여러 단초로 보건데, 이재용 체제는 “희망”을 품기 힘듭니다. 회사가 죽지 않으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