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 잠깐 들어오셔야겠습니다”
“아니, 오늘 순증(신규가입자 수)이 벌써 180명을 넘고 있네요. 제발 시끄럽게 좀 하지 마시죠. 시끄러우면 서로 골치 아프잖아요”
“상무님, 하루 순증 200명이 넘으면 바로 조사 들어 간다는 거 아시잖아요? 200명이 넘도록 방치하심 어떡하나요. 바로 좀 들어오시죠”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은 요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담당임원들을 수시로 호출한다.
방통위가 사실상 이통 3사 민간기업의 영업실적을 매일 조사하는 것은 물론, 하루 신규 가입자 수가 200명이 넘을 경우 직접 경고해 영업을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는 것으로 피치원 취재결과 28일 밝혀졌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기업 영업실적을 통제하는 것도 모자라 시장경쟁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사회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믿기 어려운 관치가 이동통신시장에서 버젓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을 촉진해 가격 인하와 품질경쟁을 유도,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키워야 할 정부가 거꾸로 자본주의의 근간인 시장에서의 경쟁 자체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툭하면 수십억,수백억원 과징금부과와 영업정지 권한을 행사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현장이다.
피치원 취재결과 방통위는 자체 조사관을 매일 현장에 투입, 법적 보조금 이상을 지급하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전문모니터링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통3사 대리점의 판촉수수료를 매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담당자는 “이통 3사 대리점에서 갑자기 판촉수수료가 급격히 뛰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한다”면서 “주로 페이백과 같은 불법보조금을 통해 신규가입자를 모으는 경우를 수시로 모니터링해 주의를 주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방통위 실무자들은 이통 3사별 순 가입자 증가치를 모니터링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통3사 담당자에 전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의 이런 관치로 인해 공짜폰과 풍성한 보조금혜택으로 저렴하게 신모델 스마트폰을 구입할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몇 년째 100만원에 가까운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고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경제와 정면으로 배치하는 단통법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관치정책이 가능케 한 단통법 입안 핵심자에 대해 정책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강도높게 일고 있다.
■ 단통법,또다시 불거진 위헌논란
단통법 취지도 논란이다. 방통위는 이통 3사가 너무 과도하게 출혈경쟁, 천문학적인 마케팅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망투자 재원이 줄어든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천문학적인 마케팅비용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왜 특정 민간기업의 출혈경쟁을 걱정하고,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을 걱정하는가?
전문가들은 “기업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새로운 신상품이나 신기술이 나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혁신과 발전이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시장경쟁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해외 토픽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통 3사는 물론 유통업계는 “민간기업이 영업해 하루에 새로운 가입자를 200명 넘게 유치하면 정부가 경고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도대체 이 나라 공무원들은 누구를 위한 공무원이냐”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단통법으로 인해 이통 3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마케팅과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50만~100만원대에 단말기를 구입하는 등 가격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단통법시행으로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4인가구 기준 통신료 지출액에 큰 차이가 없어, 실효성없는 단통법 자체를 최대한 빨리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중저가 중국산 스마트폰이 시장에 엄청나게 풀리고 있지만,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인해 불법 거래하는 편법 약정상품들이 심야 온라인이나 전자상가 밀집상가를 중심으로 거래되면서 선의의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통위 공무원들이 단통법 규제를 통해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온갖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동안, 단통법시행 이후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팬택이 무너졌고, 이제는 LG전자마저 위태로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만 전가되고 이통 3사에는 마케팅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천문학적인 유동자금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은 대표적 반 시장적 정책”이라며 “이젠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공정한 경쟁룰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음하는 유통업계, 단통법은 애플,중국산을 위한 X맨
단통법시행이후 이통3사 전국 대리점들은 30%이상 폐업하거나 문을 닫는 등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싸게 팔겠다는 데 왜 못 팔게 하나요? 재고처리나 유동성을 위해 손해보고 팔겠다는 데 왜 못팔게 하나요?”
“소비자는 비싸게 사고, 단말기업체와 유통업체는 죽어나는 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가요?”
“이런 자율 시장경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법을 시행하는 나라가 어디있나요?”
용산전자상가,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유통업계가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단통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격을 왜 정부가 내리지 못하게 하느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반면 단통법시행이후 애플 단말기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보조금이 엄청나게 풀릴 당시, 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해 보조금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던 애플은 단통법시행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자 소비자들은 “이럴 바에는 아이폰을 사는게 낫다”면서 너도나도 아이폰을 구매하는 등 풍선효과로 인해 아이폰 판매가 급증했다.
과도한 마케팅비로 지출되는 불법보조금을 규제하면 통신료인하로 가계통신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던 정책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거꾸로 데이터요금제는 인상하고, 음성통화무제한을 내세운 정액요금제를 7만~9만원 등으로 대폭 올린바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데이터사용량이 모자라지 음성통화시간이 모자라지는 않는다. 결국 정책취지와는 달리 요금인하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음성통화무제한,데이터무제한 등 무제한을 앞세운 정액요금제만 인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결국 규제에 막혀 사용하지 않은 보조금을 통한 마케팅비용은 이통3사에 천문학적인 규모로 쌓여가는 사이, 소비자들은 100만원 가까운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고, 단말기 제조사는 내수판매 급감에 시달리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부진은 심각하다. 2014년 10월 단통법시행이후 지난해 6월까지 9개월간 판매된 단말기는 1310만대. 단통법시행 이전 같은 기간대비 판매물량이 무려 110만대가 줄어드는 등 8%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스마트폰 상반기 판매물량은 2013년 1030만대에서 2014년 980만대, 지난해는 910만대로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와 미래부가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애플의 아이폰과 샤오미, 화웨이등 중국산 중저가 제품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단통법은 결국 상대적으로 보조금 변화가 거의 없는 아이폰 판매를 부추키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판매돌풍으로 이어져 ‘외산 스마트폰 지원정책’이란 오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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