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리뷰] LG전자 V10은 슈퍼폰이 아니라 ‘착한 폰’ 컨셉이 맞다

LG전자가 1일 공개한 V10(일명 슈퍼폰).

하지만 V10은 예상과는 달리 평범해도 너무나 평범한 모습을 드러냈다.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야심작이란 표현이 무색할 만큼, ‘프리미엄’이나 ‘슈퍼’란 단어를 쓰기엔 너무나 평범한 수준의 신제품으로 결론 났다.

V10은 상징적으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LG전자가 글로벌시장에서 더는 반전의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이미 애플 삼성전자 제품과 경쟁이 아니고,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제품과의 경쟁구도에 처해 있다. 하지만 V10을 계기로 LG전자 스마트폰의 위상은 이제 중국과의 경쟁마저도 크게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구본준의 고집… V10에 프리미엄 몽땅 넣었다”

“폰상단에 보조화면, 세계 첫 듀얼화면”

“두 개의 창, 두개의 카메라,…예전에 없었던 슈퍼폰”

오늘 자 주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LG전자 V10 슈퍼폰 보도내용과는 달리 V10은 평이한 중저가폰에 적합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LG전자의 슈퍼폰 V10

■ 초라한 부가기능, 평범해도 너무나 평범한 V10

LG전자의 야심작 V10의 핵심은 첫번째, 카메라를 두 개 넣어 80도, 120도(광각)로 넓게 셀카를 찍을수 있다는 점이다. 셀카봉 없이도 넓게 찍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메인 화면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세컨드 화면을 통해 날씨나 시간, 배터리 잔류시간 등 멀티용도로 사용한다는 점도 V10이 내놓은 새로운 기능이다.

세 번째는 지문인식기능이다. 문제는 보조화면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있어도 그만,없어도 그만인 수준이고, 지문인식은 이미 보편적 기능에 가까운 기능이고, 애플 삼성전자 역시  앞서 제공하고 있다.

고성능 전문 오디오 칩셋을 넣어, 기존 스마트폰보다 더 나은 음향을 제공하는 점은 그나마 주목할만한 기능이다. V10은 고성능 32bit 하이파이 DAC(Digital to Analog Convertor)를 내장, 전문 디지털 오디오 성능을 제공한다.

결국 네 가지중 듀얼카메라를 통해 셀카 찍는 각도를 대폭 넓혀주는 것, 오디오칩셋 정도가 핵심적 기능인 셈이다. 문제는 셀카 기능, 오디오 업그레이드 정도가 과연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슈퍼폰으로 불릴 만큼 혁신적인 컨셉이냐는 데 문제가 있다.

V10의 가장 큰 약점은 발표와는 달리 가격대비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퀄컴 스냅드래곤 810 보다 한단계 아래인 808칩을 쓰고 있다. 발열문제로 논란이 된 810칩 대신 G4에 채택했던 808칩을 그대로 V10에 채택한 것이다.

속도 개선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은 79만7900원으로 매우 높게 책정됐다는 점도 약점이다. 그 보다 훨씬 빠른 최신 칩을 채택한 갤럭시6S가 85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정책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V10의 문제는 무엇보다 킬러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속도가 느린 철 지난 칩에, 카메라 듀얼로 화각을 늘린 정도로는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엑시노스 7420칩을 채택한 삼성전자, 비슷한 수준의 AP를 사용하는 애플보다 한참 뒤진 속도의 AP(808)를 사용하면서도 프리미엄, 슈퍼폰으로 불릴지는 금새 시장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이미 애플은 터치 강도를 강중약 3단계로 나눠 터치강도에 따라 구현하는 기능이 다른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AP기술로 속도에서 앞서고 있다.

반면 V10은 기존 G4와 큰 차이가 없다. LG전자 스스로 월드 프리미엄폰으로 불렀던 G4에 부가기능 한두개 더 넣은 정도로는 프리미엄 슈퍼폰 컨셉이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 V10(G4과 갤럭시S6 주요 기능 비교

▶ AP

삼성전자 갤럭시S6는 ‘엑시노스 7420’칩을 탑재하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V10과 G4는 스냅드래곤 808칩을 탑재했다. 808칩은 벤치마크상 성능도 ‘엑시노스 7420’칩보다 훨씬 뒤지기 때문에, AP는갤럭시 S6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앱 측정결과 AP속도에서는 갤럭시S6엣지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AP Benchmark Test Graph – Kraken 1.1

AP Benchmark Test Graph – GeekBench5

AP Benchmark Test Graph – AnTutu

[AP 속도를 측정하는 AnTuTu 5, GreekBench3,Kraken 1.1 3개 앱이 측정한 스마트폰 모델별 AP속도. Kraken1.1은 숫자가 적은 게 속도가 빠르다]

▶ 디스플레이

V10과 G4 두모델 모두 QHD(2560*1440)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다. 화소밀집도는 V10, G4가538ppi, S6가 577ppi로 S6가 앞선다. 갤럭시S6는 삼성전자가 꾸준히 탑재해 오던 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 카메라

카메라는 V10의 경우 G4와 동일한 후면 1600만,전면 800화소로 동일하다. 갤럭시 S6는 후면 1600만, 전면 500만 화소다. 카메라 화소에서는 후면에서 여전히 갤럭시 S6가 다소 앞선 반면 전면에서는 V10이 갤럭시 S6를 앞선다.

▶ 배터리

갤럭시S6는 일체형 2550/2600(S6/S6엣지)mAh,  V10은 G4과 동일한 분리형 3000mAh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일체형인 면까지 고려하면 V10이 갤럭시S6를 앞선다. 하지만 배터리는 디스플레이크기,AP속도, SW 최적화 등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에 단순 수치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요약하면 주요 기능에서 대부분 S6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G4, V10, 갤럭시S6 성능비교표

■ 혁신 없는 V10이 던지는 메시지

슈퍼폰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야심작을 통해 드러난 LG전자 스마트폰은 당분간 판대 대수 1,300만대를 넘어선 아이폰 6나 삼성전자 갤럭시S6엣지 플러스를 따라잡기에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V10을 통해 드러난 LG전자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젠 혁신적인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렇고 그런 정도, 기존 제품에 부가서비스 한두 개 추가하는 정도로는 삼성전자 애플은 커녕 샤오미, 화웨이와의 경쟁에서도 빠른 속도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시그널이다.

V10은 오히려 프리미엄 슈퍼폰 컨셉이 아니라, 50만 원대 이하 낮은 가격대인 ’착한 폰’컨셉으로 출시했다면 돌풍을 일으킬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LG전자는 아직도 스스로 삼성전자 갤럭시, 아이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성능대비 가격이 좋은 ‘착한 폰’컨셉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전락해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V10 컨셉은 LG전자가 기존 글로벌 프리미엄폰이라고 우겼던 G4의 흥행참패가 던지는 메시지를 애써 무시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결과는 금새 드러날 것이다.

LG전자는 정말 혁신적인 내놓고 삼성전자 애플과 브랜드파워 게임에 다시 한번 나서던가, 아니면 LG유플러스 이통 자회사를 통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착한 폰’으로 중저가 시장을 주도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있다.

그렇고 그런 평범한 수준으로 애써 고가 프리미엄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중국 제품에도 밀리는 최악의 상황을 재촉할 수도 있다.

V자는  ‘삶에서 작은 모험’이란 의미를 담은 어드벤처(Adventure)의 ‘V’를 딴 명칭이다. LG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모험이다. LG전자 구본준 호가 직면한 과제다.

김광일기자 wndd67@pi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