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원장선임,청와대 외압설 시끌시끌

한해 예산이 4000억원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신임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또다시 청와대 외압설이 제기되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좌로부터 김명준, 이상훈, 안치득 후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3일 ETRI 원장 후보자심사위원회를 열고 김명준·안치득 책임연구원 등 내부 인사 2명과 이상훈 전 KT 통신망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3인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문제는 3배수로 압축하는 시점에 없었던 이상훈 전 KT 책임연구원이 갑작스럽게 3배수 내 후보로 등장하면서 청와대 외압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실무부서에서 신임 ETRI 원장 후보인선 작업을 시작해 11월초 최종 3배수까지 후보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래부가 3배수로 확정한 후보대상자를 토대로 청와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후보군이 미흡하다는 청와대 실무진 의견과 함께 이상훈 전 KT 책임연구원이 최종 3배수 후보로 새롭게 천거돼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인해 지난달 30일로 마감된 ETRI 원장 공모에는 이미 3배수에 포함된 3명의 최종후보를 포함해 총 13명이 지원했다.

특히 이상훈 전 KT책임연구원의 경우, 경쟁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ETRI에 대한 전문성이 약한 데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ETRI 내부에서는 “전문성없는 청와대 낙하산 인사는 있을 수 없는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명준 책임연구원은 컴퓨터시스템연구부장과 디지털홈연구단 인터넷서버그룹장을 거쳐 제27대 한국정보과학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명준 책임연구원은 국제단체인 리눅스재단 이사를 역임, 공개소프트 보급에도 앞장선 바 있다.

안치득 책임연구원은 무선방송연구소 소장과 제11대 한국방송공학회장을 역임했고, 이상훈 KT 통신망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이상훈 전 KT책임연구원은 현 정권실세인 경제관료의 추천으로 청와대에서 인선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는 등 다양한 외압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정통부 장관 선에서 후보를 정리해 선임하는 게 관례였다”면서 “이제는 미래부장관이 ETRI원장 선임조차 독자적으로 못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는 상황이 돼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치득 책임연구원은 최양희 미래부장관과 두터운 관계로 신망을 받고 있고, 김명준 책임연구원은 ETRI와 통신업계, 학계 등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ETRI출신이 원장에 오르는 관례대로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외압설로 뒤늦게 3배수 후보에 합류한 이상훈 전 KT책임연구원이 선임되는 의외의 낙점이 이뤄질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사회는 이달 중에 최종 심사과정을 거쳐 새 원장을 선임한 후, 올해 안에는 임명될 것이라고 ETRI측은 밝혔다.

한국 모바일산업의 역사를 10년이나 후퇴시켰다는 혹평과 함께 20년 통신역사상 최악의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위피’를 만든 장본인인 김흥남(59) 현 ETRI원장은 연임을 통해 6년간의 파란만장한 ETRI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게 됐다.

관련기사 =무침히 짓밟힌 창조경제의 씨앗, 최악의 위피정책 장본인 김흥남 원장